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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간과 '도타2' 5:5 대결 완승…현역 프로와 대결 예고(종합)

기사입력 2018.08.07 14:23

백종모 기자


인간과 AI의 '도타2(DOTA2)'의 5:5 대결에서 AI가 2:1로 승리했다. 인간의 1승은 불리한 픽(영웅 캐릭터 선택) 상황에서 진행된 것으로, 경기 내용은 사실상 AI의 완승이었다.

5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1시 30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Open AI five(오픈 AI 파이브)와 인간 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Open AI five는 엘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 회사 'Open AI'에서 개발한 AI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AOS(대전액션과 공성전이 결합한 게임 장르)게임이자 E스포츠 종목인 '도타2'의 5:5 팀 플레이를 위해 훈련됐다.

이 AI는 256개의 GPU와 12만8000천 개의 CPU 코어를 통해 실행되며, 사람이라면 180년 동안 해야 할 분량의 게임을 하루만에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러한 속도로 ‘도타2’를 매일 반복해서 플레이하며 학습해왔다. 다만 Open AI five는 프로급 게이머와 대결 시, 특정 영웅·아이템·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제한 사항을 두고 있다. 



Open AI five의 이전 버전은 지난해 7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디 인터내셔널 2017'에서 세계 최정상 '도타2' 게이머로 평가받는 덴디(Dendi·다닐로 이슈인)를 2:0으로 제압하고, 다른 정상급 선수 아티지(Arteezy), 수마일(SumaiL)에게도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당시 이 AI의 반응 시간은 80ms였으나, 이번에는 200ms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번 대결에 참석한 인간팀 '99.95TH PERCENTILE'의 구성원은 Blitz(블리츠·윌리엄 리)·CAP(캡·오스틴 월시)·Fogged(포그드·이오니스 루카스)·Merlini(메를린·벤 우)·MoonMeande(문민더·데이비드 탄)으로 대부분 전 도타2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이들은 현재는 해설가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Open AI five는 인간 팀에 실력적 우위를 선보인 끝에 2경기를 먼저 가져가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Open AI five는 마치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과 같은 운영과 전술을 선보였으며, 5명의 영웅이 유기적인 협동 플레이를 가져갔다. 한 가지 인간과 다른 점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빠른 판단력이었다. 스킬의 연계, 딜(데미지를 주는 공격) 계산, 거리 계산 등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정확하고 빠른 선택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2경기 후반 인간 팀이 회심의 궁극기를 노리고 점멸 단검을 사용하자 Open AI five는 찰나의 반응 속도로 '헥스(기술 명)'를 날려 이를 끊어버렸다. Open AI five는 200ms에 가까운 반응 속도로 상대방의 역전 기회를 차단한 뒤 곧이어 GG를 받아냈다. 최고 수준의 현역프로게이머도 만들어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GG를 친 인간 선수들은 충격을 받은 듯 굳은 표정(▲최상단 사진)으로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프로게이머들도 기술의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애매한 거리에서도, 기술의 사정거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도망가려던 인간 팀은 사정거리 끝단에서 적중되는 원거리 스킬에 속수무책으로 킬을 당했다. Open AI five는 HP와 거리 관리를 철저히 하며, 무리한 상황에서 딸려 들어가 경기를 그르치는 실수도 하지 않았다. 길을 막아서 상대방 캐릭터를 가두고 처치하는 장면, 쥬킹(지형지물을 이용한 회피 기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적의 영웅을 잡고 상황이 유리해지자 Open AI five는 "우리의 승리 가능성은 95% 이상(We estimate the probability of winning to be above 95%)"라는 도발적인 채팅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Open AI five가 2연승으로 승리가 확정된 뒤, 3경기는 이벤트성으로 영웅 픽(선택)을 생방송 시청자 채팅 및 현장 투표로 선정해 진행했다. 그 결과 AI에게 근접 영웅이 편중되는 등 인간 팀에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됐고, 결국 인간 팀이 1승을 가져가며 경기는 2:1로 마무리됐다. 

도타2 게임 이용자들은 Open AI five의 경기에 대해 "운영이나 라인전 모두 잘한다", "계산 능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 같다"며 감탄했고, "'더 인터네셔널(The International·도타2 최고 권위 국제 대회)' 우승자와 겨루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Open AI는 6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Open AI five가 실제 세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처리할 수 있는 고급 인공지능 시스템을 향한 첫 걸음"이었다고 평가하며 "이번 경기는 Open AI five의 게임에 대한 내적 견해를 보여주기 위한 예비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Open AI five의 드래프트(영웅을 선택하는 것) 기능이 공개됐다. Open AI five는 1주일간 1100만 가지의 가상 매치업을 가진 뒤 최적의 팀 조합을 짜는 훈련을 거쳤다. 훈련된 Open AI five는 상대의 픽에 따라 영웅을 선택해나갔다. 첫 경기의 드래프트 뒤 Open AI five는 95%의 승리 확률을 예측했고, 21분 37초만에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드래프트 뒤에는 76.2%의 승리 확률을 예상했고, 24분 53초 만에 승리를 따냈다. 불리한 픽으로 진행된 세 번째 경기에서는 2.9%의 승리 확률을 예측했고 35분 47초만에 패했다.



Open AI는 이번에 경기를 치른 Open AI five에 대해 "6월 6일부터는 40페타클롭스(1초당 1000조번의 연산을 처리하는 능력), 8월 5일부터는 190페타플롭스 수준의 시스템에서 훈련했다"고 밝혔다. Open AI five는 상대 영웅의 위치, 마지막 히트 수, 타워 수 등을 실시간으로 예측 및 분석해 대응했다.

Open AI 측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자신감을 얻었다"며, 다음 단계에 대해 "이번 달 말 '더 인터네셔널'에서 현역 프로게이머 팀과 대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Open AI five와 현역 프로게이머 팀과의 다음 대결 일정 및 경기 조건 등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사진=해당 경기 트위치 중계 화면·Open AI 트위터·Open AI 유튜브 중 / 기사제공=스마트경제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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