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경기만으로 선두에서 중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고, 그와 반대로 선두로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나면 자신들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경기장의 결과가 더 궁금하다. 서로 "어떻게 됐어?"라고 묻고, 경우의 수를 따지고 "우리 지금 몇 위지?"라는 대화가 한참 지속된다. 서로 자신이 알고 있는 순위가 맞다고 우기기도 하고 결국 궁금함에 전화를 들어 전국 각지에 확인 전화를 건다.
한 골 때문에 울고 웃는다. 그래서 맞부딪히는 몸은 더욱 거칠어지고 석연치 않은 판정에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치열하고 뜨겁다. 90분 자체가 스물두 명의 삶에 있어 '전부'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 들의 전부를 바라보는 누군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열정과 도전', 그 이상을 원하는 내셔널리그는 오늘도 그렇게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끊임없는 혼전
7R까지만 해도 14팀이 참가하는 내셔널리그는 1위부터 10위까지 승점이 4점 차밖에 나지 않았다. 한 경기 반, 잠시 주춤하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이었다.
시즌 초반 약체로 평가받던 인천 코레일이 허신영이라는 루키를 등에 업고 1위를 달렸고, 강호 강릉시청과 수원시청이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울산 현대미포조선은 주력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5월 중순, 8R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리그 득점 선두가 6골을 기록했었는데, 미포조선이 기록한 총 골 수가 6골이었다.
김영후를 필두로 내셔널리그를 초토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였다. 마지막까지 마수걸이 1승을 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혼돈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일에 벌어진 8R에서부터였다. 1위인 인천 코레일과 3위 수원시청이 인천 문학 보조경기장에서 맞붙었다. 역대 전적에서 수원시청에 열세를 보이던 인천 코레일로서는 선두 수성을 위한 고비를 맞이한 것과 다름없었다.
더구나 수원시청 또한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선두를 쟁취할 수 있는 상황. 2위 강릉시청이 하위권인 노원 험멜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수원시청으로서는 반드시 승리하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수원시청은 전반 5분, 프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김한원이 슈팅한 것이 인천 코레일의 김영기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을 갈라 첫 골을 얻었다.
예상 밖의 골에 당황한 인천 코레일은 허둥댔고 수원시청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첫 골이 터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박희완이 마저 한 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2:0의 승리를 거둔 수원시청은 강릉시청이 노원 험멜과 1:1로 비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대로라면 선두 등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강릉시청에서 터진 버저비터로 노원 험멜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선두 자리를 빼앗았고, 수원시청의 즐거운 상상은 상상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후 열린 경기에서 안산 할렐루야마저 천안시청에 승을 거두며 선두였던 인천 코레일은 순식간에 5위로 내려앉았다. 한순간에 앞에 달고 있던 숫자의 모양이 바뀌었다.
지난 23일 9R를 마친 내셔널리그의 현재 선두는 8R와 마찬가지로 강릉시청이다. 그러나 그 이하의 순위는 또 다시 격변을 겪었다. 홍천이두FC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안산 할렐루야는 2위로 뛰어올랐고, 고양 KB와 0:0의 무승부를 기록한 수원시청은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창원시청과 인천 코레일이 한 골씩을 주고받은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부산과 김해가 각각 예산과 천안을 잡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결국 7R까지 내셔널리그의 최강자를 자부하던 인천 코레일은 7위까지 하락하며 침체기를 맞았다.
이렇게 치열했던 시즌은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고양 KB가 선두 다툼을 펼쳤고, 그 사이에 수원시청과 강릉시청 정도가 그 밑을 바짝 쫓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올 시즌은 판도가 다르다. 수원시청과 강릉시청은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고양 KB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승점을 많이 얻은 강릉시청이 18점, 순위표에서 정중앙에 놓인 인천 코레일의 승점이 15점으로 단 한 경기의 차이 뿐이다. 3위부터 6위까지는 승점은 동률, 승, 무, 패 차이로 순위가 가려졌다. 전후기 우승팀과 함께 리그 통합 상위 두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때문에 중위권에 있다고 해서 쉽게 시즌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능한 많은 승점을 벌어놓고 후기리그를 맞아야 4강을 노릴 수 있다. 상중위권팀 간의 전력 평준화로 더욱 치열해진 내셔널리그의 혼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사진=내셔널리그 명예기자 김현정 제공]
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