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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보다 빛났던 조연', 前 LG 투수 옥스프링

기사입력 2009.05.19 06:45 / 기사수정 2009.05.19 06:45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영원한 LG맨' 으로 기억될 만한 남자가 있다. 물론 그는 한국 선수는 아니다. 한국에 머물렀던 기간은 비록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고 자신이 맡았던 임무는 모조리 수행했었다. 우직하고 묵묵해서 더욱더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사나이. 바로 LG의 용병이었던 크리스 옥스프링이었다.

그렇게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옥스프링이 LG 팬들의 곁을 떠났다.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퇴출당했지만 서운한 기색이 없이 오히려 팬들과 구단에 미안한 마음을 가진 그였다. 옥스프링은 출국을 앞두고 친필 편지를 남기며 LG와 팬들의 대한 자신의 애착을 다시 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LG 팬들은 지난 14일 잠실 SK 전에서 경기장을 찾은 옥스프링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한동안 "옥스프링! 옥스프링!"을 외치며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했다. 그리고 전날 생일이었던 옥스프링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영원히 그를 잊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옥스프링은 편지에서 "이제 이 편지로 여러분께 올 시즌이 끝났다는 인사를 전하게 된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슬프다. 올 시즌에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것이 제 야구 인생 중 가장 극복하기 힘든 일이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옥스프링은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자존심을 구긴 LG 트윈스의 선발진에서 1년간 꾸준히 지켜왔던 효자 용병이다. 당초 박명환과 브라운과 함께 1,2,3선발 체제를 구축하여 LG의 마운드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명환과 브라운의 이탈 속에 봉중근과 단둘이서 1년간 LG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2008시즌 그가 거둔 기록은 10승 10패 3.93의 평균자책점이다. 기록 수치상으로는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옥스프링이 많은 팬을 매료시키며 사랑받았던 이유는 단 한 번의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74이닝을 소화해내며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는 점에서다. 공 하나 던지지 않고 퇴출당했던 용병도 있었으니 옥스프링이 그러한 사랑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

2008시즌 봉중근이 186.1이닝을 소화해내며 최다이닝을 투구했고, 2위는 손민한(179이닝), 3위가 옥스프링이다. 봉중근(11승)과 옥스프링(10승)이 21승을 합작하며, LG가 거둔 승리(46승)의 거의 절반가량을 둘이서 책임졌다.

그간 8개 구단 중 유난히 용병의 복이 없었던 LG였지만, 옥스프링은 역대 LG의 용병 중 성적 상으로나 인격적인 측면에서나 가장 훌륭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007시즌 후반 혜성같이 등장하여 4승5패 평균자책점 3.24로 합격판정을 받았다. 2007시즌엔 자신의 힘있는 구위를 믿고 타자와의 성급한 승부를 가져갔다. 자신에게 유리한 빠른 볼 카운트에서도 가운데 공을 집어넣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인구나 완급조절을 위한 버리는 공이 들어올 것이라는 타자들의 허를 찌르며 과감히 승부를 겨뤘다.

하지만, 그의 투구패턴이 읽히고 나서는 줄곧 난타를 당하기 십상이었다. 언제나 빠른 승부를 즐긴다는 것을 안 상대팀이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풀스윙으로 일관하며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변화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며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아는 용병이 바로 옥스프링이었다. 2008시즌 그는 달라졌다. 물론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빠른 승부를 즐기기도 했지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자신조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클볼'을 던지기도 하며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다.

아무런 표정없이 포커 페이스로 늘 일관한 채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모범 용병'의 진수를 보여줬던 '친절한 옥춘씨' 옥스프링은 아쉽게도 올 시즌 LG와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올 시즌만 함께할 수 없는 것이라고. LG가 포스트 시즌에 오르면 꼭 한국으로 돌아와 응원하겠노라고 말이다.

초특급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주인공을 보좌하는 빛나는 조연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그의 모습에서 LG 팬들은 훈훈한 감동을 느낀다. LG 팬들은 영원히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과연, '옥춘씨'를 광활한 잠실구장에서 다시 볼 날이 올 수 있을까? 몸은 함께 있지 않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내년 시즌 마운드에 오를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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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크리스 옥스프링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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