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꿀 소송'의 핵심과 패소이유는?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종합격투기(MMA) -120kg 자타공인의 최강자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0승 1패 1무효)가 5월 13일 대한민국의 민사소송에서 ‘1패’를 기록했다.

표도르의 MMA 1패는 2000년 12월 22일 링스 무제한급 토너먼트 16강에서 전 판크라스 -101kg 챔피언 고사카 쓰요시(26승 2무 18패)의 팔꿈치에 머리가 찢어져 경기 속행이 불가능하여 얻은 TKO다. 당시 경기는 팔꿈치 가격이 금지됐으므로 단일경기라면 무효 혹은 고사카의 반칙패였지만 무승부와 무효가 없던 링스 토너먼트 규정은 표도르에게 MMA 유일한 패배를 안겼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표도르와 바딤 핀켈스테인, 표도르의 한국대리인이었고 피고는 대한삼보연맹과 한국양봉농협이었다. 소송 대상은 국내 격투기 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표도르가 출연한 꿀광고였다. 핀켈스테인은 표도르의 훈련팀 레드데빌 스포츠클럽과 러시아 MMA 단체 M-1을 설립한 사람이다.

표도르는 4월 2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루비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고를 찍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굳이 이 발언이 아니라도 그동안 표도르 측의 입장은 광고 촬영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법정에서 원고가 문제 삼은 것은 ‘2007년 9월부터 방영한 꿀 광고로 입은 격투기 선수로서 이미지 손상·초상권 침해’이다. 원고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15억 5천만 원을 요구했다.

따라서 4월 25일 표도르가 주장한 ‘무단 광고촬영’은 이번 소송의 핵심이 아녔다. 5월 13일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부장판사 이성철)도 ‘표도르가 광고에서 꿀이 좋다는 한국어를 직접 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라며 무단 촬영 가능성을 일축했다.

원고의 소송 대상을 특정하면 ‘표도르 격투기 장면의 무단 편집 후 광고 삽입’이다. 표도르는 2007년 1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M-1 MFC 러시아 對 대한민국에 러시아팀 단장으로 참가, 블라디미르 보로노프와 삼보시연을 했다. 보로노프는 표도르의 삼보 지도자다.

꿀 광고에는 표도르의 삼보시범이 부분편집되어 삽입됐다. 원고는 피고가 이에 대한 사전양해를 구한 적이 없으며 사후 동의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표도르의 광과 출연은 당연한 의무’라며 피고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광고에 표도르 경기 장면이 포함된 것, 즉 초상권 침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광고 출연 자체를 표도르의 당연한 의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2007년 당시 표도르 본인을 포함한 일행 27명의 한국체류비용 전액을 피고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출입국 항공권, 즉 교통비도 피고가 부담했다.

피고는 표도르 일행의 초청과 체류, 대회 운영에 3억 5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표도르가 경비 일체를 지원받았고 광고의 한국어를 직접 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음에도 뒤늦게 문제 삼아 거액을 청구한 것은 순수한 의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씁쓸한 것은 “세계 최강의 표도르와 어울리지 않는 광고에 경기 영상을 삽입하여 이미지가 손상됐다.”라는 원고의 주장이다. 객관적으로 한국의 타 광고와 견줘 당시 광고의 질이 조악하긴 했지만, 광고 주체인 한국양봉농협은 표도르가 참가한 2007년 M-1 MFC 대회의 후원사로 충분한 지원을 했다.

물론 재판부의 판단처럼 광고 촬영 자체가 표도르의 당연한 의무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참가대회 후원사의 광고 내용이 설령 최강자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15억 5천만 원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록 승소는 했지만 피고 중 하나인 대한삼보연맹도 표도르 초청에 3억 5천만 원 이상을 지출했음에도 2007년 6월 24일 슈퍼삼보대회 국내선수 출전비 미지급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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