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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주인공을 향해] 3- '2인자에서 1인자로', 이호석의 꿈은 계속 된다

기사입력 2009.05.08 11:11 / 기사수정 2009.05.08 11:11

김경주 기자



[위클리엑츠=김경주, 김지한 기자]
2006년 2월에 열린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 1500m에서 2위를 차지한 이호석(23,고양시청)의 얼굴에서는 기쁨과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기쁨도 있지만 ‘1인자’ 안현수의 그늘에 가렸다는 것이 무엇보다 크게 느껴졌을 터이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러 2008-09 시즌. 이를 악물고 세계 대회에 잇따라 출전한 이호석은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고대하던 ‘1인자’ 자리에 우뚝 섰다.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고 당당하게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대표 선수로 거듭난 이호석의 시선은 이미 올림픽을 향해 있는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스케이팅을 잘 타는 선수가 된 이호석을 그의 훈련장인 고양어울림누리 성사얼음마루에서 만났다. 

Q: 먼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종합 1위한 것 뒤늦게나마 축하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발목 부상이 있어서 아픈 부분을 치료하고 재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라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올림픽에 나가는데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놓고 팀 훈련에 임하려 하고 있다.

Q: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개인종합 1위를 했다 그러면서 간판 선수로 거듭난 계기가 됐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지난 시즌은 어땠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그 전 시즌이나 이번 시즌에 꾸준히 안 다치고 경기에 임했던 것도 만족스러웠다. 크고 작은 부상이 많아서 늘 걱정해 왔는데 좋은 컨디션 상태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Q: 이번에 선발된 대표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그래서 이호석 선수 개인에게는 큰 힘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 경쟁 의식도 더 커질 것 같다

세계 대회보다 사실 더 힘든 시합이 우리나라 대표 선발전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선발전이) 면제되기는 했지만 동료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 잘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이 거의 그대로 올라온 것이 나나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 많다. 특히, 계주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본 것이 있기 때문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로 잘 도와서 올림픽 준비를 잘 해 나가고 싶다.

Q: 반면 복귀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안현수의 탈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척 아쉽다. 시합 전후에도 현수형이랑 자주 연락했다. ‘재활 빨리 잘 해서 선발되면 같이 가자’고 했는데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올림픽 때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고, 개인전 시합에서는 특히 독보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현수형을 이긴다는 것은 기량 차이 때문에 사실 힘든 경쟁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단체전이라든가 우리 팀을 생각해서 봤을 때는 현수형이 큰 존재이다. 그런 형이 탈락했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경기 끝나고 현수형이 ‘준비 잘 해서 올림픽 때 잘 하라’고 격려해줬다.

Q: 반대로 ‘라이벌’로 꼽히는 성시백은 선발전 1위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새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다. 시백이가 대표 선수에 선발되는 거는 당연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선수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 팀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성시백이 종합 1등으로 한 뒤에도 직접 찾아가 축하한다고 말했다.

성시백은 순발력이 있는 선수다. 스타트가 좋아 500m에서 늘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 외에도 모든 면에서 보면 부족함이 없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도 함께 좋은 성적을 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Q: 특별하게 라이벌로 보는 선수는 없는가

이번에 선발이 된 선수들은 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나도 나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다른 선수들도 그 선수의 특징과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 하나 딱 집어서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것은 없다. 오히려 나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잘 나오게 되는 것 같다. 

Q: 개인적인 쇼트트랙 과거를 묻겠다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홍익초등학교를 다니면서 1학년 때부터 스케이팅을 탔다. 그 학교에 교내 빙상대회라는 것이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해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처음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줄곧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하다가 중학교 때 허벅지 쪽에 있는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래도 쇼트트랙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 열심히 재활에 임했고, 국가대표에도 들면서 올림픽 무대도 밟아 봤다.

Q: 허벅지 뼈가 부러질 정도면 심한 부상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다시 선수 생활을 하게 됐나

모지수 선생님(현 고양시청 감독)의 영향이 컸다.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그러면서 훈련을 다시 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 국가대표에도 처음 선발될 수 있었다. 선생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제 스승이었던 모 선생님이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고, 선생님 덕에 대학 졸업 후에 고양시청 팀에 소속돼 마음 편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Q: 토리노 올림픽 때 얘기를 꺼내겠다 당시 개인전 두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솔직히 아쉬운 것은 없었나

사실 1500m에서 현수형과 충돌이 있을 뻔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해 우리나라가 1,2등을 하지 못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현수형이 1위할 수 있도록 그렇게 플레이를 펼쳤다. 1000m에서는 현수형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 경기는 솔직히 실력에서 현수형한테 졌다. 워낙 현수형이 경기를 잘 했기에 실력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결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현수형한테 금메달을 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은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Q: 그래도 당시 언론이나 쇼트트랙을 좋아하는 팬들은 ‘아름다운 2등’이라 부르면서 많이 격려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이나 팬들 반응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아름다운 2등’보다 내 개인한테는 ‘시합 잘 했다’, ‘축하한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항상 시합 때마다 팬들이 도와주고 응원해줘서 많은 힘이 되고 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오게 됐다고 생각한다.

Q: 반면 쇼트트랙 내에 생긴 ‘파벌 문제’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우리 선수들끼리는 그런 논란에 대해 연연하지 말자고 했다. 그건 코치선생님들끼리도 마찬가지였다. 내부적으로 위에서 생긴 일이었을 뿐이었지, 그것 때문에 우리 경기력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별로 사이가 안 좋았던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원만하게 잘 지냈다. 지금은 그런 것이 없어졌고, 선수들끼리도 다들 친하게 잘 지낸다.

Q: 조금 민감한 질문이었는데 답변해줘서 고맙다 이호석 선수 개인 기량을 놓고 보면 어느 종목 하나 처지는 것 없이 고르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스케이트를 잘 타기 위해 특별히 훈련하거나 중점을 두는 것은 없나

사실 내 몸이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을 갖고 있다. 한 번은 운동을 쉬면서 10kg 정도 찐 적도 있었다. 영양분을 쉽게 섭취하다보니 몸무게가 그렇게 많이 나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꾸준히 관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처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러닝 운동을 많이 한다. 부담스럽게 하는 건 아니고 가볍게 하는 편이지만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하려고 한다.

Q: 이호석 선수 개인적으로 봤을 때 어떤 선수를 가장 본받고 싶은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가?

딱 ‘어느 선수가 존경스럽다’ 하는 것은 솔직히 없다. 다만 시합하면서 선수의 경기력이 좋다고 느낀 선수를 꼽자면 바로 안현수 선수다. 이건 나 말고도 다른 동료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 기술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모든 것을 잘 갖춘 선수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선수다.

Q: 정말 어느 선수든 안현수 선수 얘기를 꺼내는 것 같다 어쨌든 이제 올림픽까지 9개월정도 남았다 문제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는만큼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인 캐나다의 홈텃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변수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했으면 하는가?

사실 캐나다에서 시합을 가지면 불리한 판정을 많이 받는다. 한번은 캐나다 선수가 시합 중에 내 허리를 잡아채며 넘어트렸는데 그 선수에게 실격을 안 주고 오히려 나한테 실격을 줬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편파 판정은 당연히 감당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이없는 경우를 안고 경기를 해야 하는 게 쇼트트랙이다.

오히려 거기에 신경 쓰고 걱정하다보면 우리 플레이를 못하게 된다. 아예 그쪽 선수와 안 부딪히게끔 완벽하게 경기를 펼치면 문제될 것도 없고, 정당한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하는 경기에만 신경 써서 완벽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데 준비하고 집중할 것이다.

Q: 각오가 참 대단한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해서 어느 정도 목표를 갖고 있는지 말해달라 


본 대회까지 몸관리 잘 하고 준비 잘 해서 올림픽 무대에 밟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그리고 지난 올림픽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꿈이 있다. 저번에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개인전 금메달 하나라도 따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남은 기간동안 안 다치고 열심히 훈련해 가겠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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