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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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준혁, 이제 시작이다.

기사입력 2005.06.28 09:17 / 기사수정 2005.06.28 09:17

손병하 기자

'쟤는 타석에서 건들~건들 거리는 것만 고치면 그야말로 최고가 될 텐데...'

프로에 데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특이한(?) 양준혁의 타격자세를 보고 당시 백인천(前 롯데 감독)씨와 하일성(KBS 해설위원)씨가 나란히 서서 주고받던 말이었다.

양준혁은 타석에 서면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받는 시간부터 공이 자신의 배트에 맞기 직전까지 몸을 좌-우, 혹은 상-하로 흔들며 타이밍을 잡는 습관이 있다. 특이한 타격자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독특한 타이밍 잡기 기술 이였지만, 조금 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타격과 스윙 폼을 수정한다면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양준혁은 13년 이란 시간 동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끝에 결국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27일 현재 1773안타, 종전 1771안타 장종훈-은퇴)라는 신기록을 수립했고, 앞으로 타격에 관한 모든 기록이 그의 건들거리는 타격자세와 만세를 부르듯 쳐올리는 특별한 스윙에서 나오게 되었다.

▲ 양준혁 선수
ⓒ2005 삼성라이온즈
1993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은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341 이라는 높은 타율로 타격왕을 거머쥐며, ‘괴물 신인’ 이란 별명이 모자랄 정도로 기대에 부응했었다. 수많은 시선과 관심에 대한 화려한 보답을 한 것이였다.

이후 13년 동안 삼성을 비롯해 해태, LG 등에서 뛰는 동안 총 1570 경기에 나서 1773개의 안타와 292개의 홈런, 1104 타점에 통산 타율 .320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다.

1인자가 될 수 없었던 양준혁

하지만 양준혁은 그동안 자신이 꾸준하게 쌓았던 성적에 비해 다소 서운한(?)대우를 받았었다. 물론 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내 몸에는 파란 피가 흐른다’는 양준혁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그의 재능과 실력에 아낌없는 찬사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왔었지만, 한 시즌 최다 홈런(2003년 56개)을 쳐낸 이승엽이나, 입단 동기인 이종범에 비해 언론과 팬들에게 성적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9시즌 연속 기록한 3할의 타율이나, 아직 기록 행진이 끝나지 않은 12시즌 연속 두 자리 수 안타와, 홈런 등은 분명 당장 나오기 힘든 대기록임에 틀림없지만, 이승엽의 56호 홈런이나 이종범의 한 시즌 84도루 등, 선 굵은 기록들에 가렸다.

또 최고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등의,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것도 양준혁에게는 부족한 부분 이였다. 신인 이였던 1993년 당시 해태와 맞섰던 한국시리즈에서도 양준혁은 라이벌 이종범에게 완패하며 한국시리즈를 넘겨주었고, 삼성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에도 양준혁은 데뷔 후 가장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기만 했었다. 최고 스타에게 가장 필요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위기의 순간에서의 한 방’이 양준혁에게서는 잘 나오지 않았다.

또 삼성에 입단할 당시에는 이만수라는 확고부동한 프렌차이즈 스타가 있었고, 이만수의 은퇴 후에는 ‘라이언 킹’ 이승엽의 홈런 폭풍에 가려 자신이 기록하던 성적만큼의 스포트라이트와 인기는 상대적으로 덜 받아왔다. 항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면서도 뭔가 부족한 2%가 없지 않아 있었던 양준혁이었다.

지난 6월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SK와의 경기에서 최다안타 신기록을 수립하기 전까지 양준혁은 1인자가 될 수 없었다. 최다 안타와 타율, 타점은 역대 2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홈런, 장타율, 득점은 역대 3위에 올라 있어 최고의 타자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양준혁을 떠올리게 하는 자신만의 타이틀을 갖고 있지 못한 셈이였다.

최다안타로 정복한 최고의 자리,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데뷔 13년 만에 프로통산 최다안타 고지를 정복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타자로 기억될만한 커다란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분명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만 1인자라는 단어는 다소 어색했던 양준혁이 드디어 최고, 그 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물론 절대가치의 기준으로 비교될 수는 없지만, 선배 장종훈이 19년간 쌓아올린 기록을 채 13번째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달성한 통산 최다안타 기록은, 그 안타들의 영양가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하여도 분명 대단한 기록임엔 틀림없다. 통산 최다 안타라는 기록은 모든 타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바이블이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이미 기록 경신에 들어간 최다 안타는 물론이고 타점과 득점 등, 많은 부문에서 신기록을 작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 나이로 36세의 노장이 되어버린 양준혁이 앞으로 얼만큼의 경기를 소화하며 새로운 기록들을 작성해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양준혁이 새로운 기록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갈 때마다, 팬들은 열광할 것이고 한국 프로야구의 기록이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최고 타자에 대한 경의 감을 가질 것이다. 지난 25일 문학 경기장에서 상대팀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기록을 세운 선수에게 기립박수로 축하해주었듯이 말이다.

이제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양준혁의 기록에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 최선의 경주를 아끼지 않을 것이고, 양준혁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록이란 장애물들을 하나씩 이겨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때려낸 안타 하나하나가 양준혁 개인의 기록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한국 프로야구의 기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루까지의 거리인 27.43m를 뛸 수 없을 때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양준혁. 한국 프로야구사의 소중한 보물인 양준혁의 기록 행진이 끝나지 않길 기대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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