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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SK, '홀드'가 '꼴찌'인 이유

기사입력 2009.04.29 07:08 / 기사수정 2009.04.29 07:08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SK 와이번스가 아주 특이한 통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29일 현재 13승 6패 2무승부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SK는 홀드 기록을 여태껏 단 한 번밖에 얻지 못해 이 부문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홀드는 중간 계투 투수의 공헌도를 계량화하기 위해 2000년에 도입된 통계 항목이다. 세이브가 가능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한 개 이상의 아웃카운트를 잡고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을 때 기록된다. 물론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아야 홀드로 인정된다.

홀드는 패한 팀에서도 나올 수 있다.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홀드 요건을 채운 다음이라면 팀이 역전패해도 그대로 홀드를 준다. 하지만, 약팀보다는 상위권 팀에서 많은 홀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리드 시점을 많이 갖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지키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SK의 홀드 기근 현상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SK는 2008년 126경기에서 72홀드를 기록했다. 비율로 따져보면 이번 시즌 21경기에는 12개 안팎의 홀드 개수를 추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팀 홀드 1위인 삼성은 벌써 15홀드를 올렸다. 좌완 권혁(6홀드)과 우완 정현욱(5홀드)이 11개의 홀드를 합작했다. LG(12홀드)와 한화(11홀드)가 삼성의 뒤를 잇고 있다. SK가 얼마나 홀드와 인연을 맺지 못했는지 바로 드러나는 수치다.

SK 투수진의 홀드 개수가 급감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된 결과다.

무엇보다 이기는 경기에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홀드 기회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SK는 승리한 13경기에서 평균 5.3점의 득실점 마진을 기록했다. 타선이 워낙 강하다보니 초반에 점수차가 벌어져 그대로 승부가 결정되는 패턴이 자주 나왔다. SK는 18일부터 26일까지 7연승을 달렸는데, 이 기간 중 마지막 경기를 제외한 6경기에서 5점차 이상의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던져 '승리조' 중간 계투 투수의 등판 기회가 줄어든 탓도 있다. SK의 선발진은 평균 4.9이닝을 책임졌다. 선발투수가 난조를 보여 조기 강판당한 경기를 모두 포함한 수치인데도 선발승의 요건 중 하나인 5이닝을 거의 채웠다. SK가 이긴 경기에는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져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홀드가 기록되는 가장 흔한 패턴은 7회 또는 8회에 등판한 투수가 리드를 잘 지켜 마무리에 넘기는 경우다. SK가 기록한 하나의 홀드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7일 광주 KIA전에서 정대현이 기록했다. 정대현은 선발 김광현에 이어 8회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이승호에게 뒤처리를 맡겨 홀드를 챙겼다.

그러나 홀드 요건을 갖춘 투수가 경기 끝까지 던지면 홀드 대신 세이브가 된다. 이번 시즌에 세이브가 기록된 4경기(정대현, 이승호가 각각 2세이브)에서 SK 마무리 투수는 평균 2이닝을 던졌다. 대승이 많았던 덕분에 투수진에 여유가 생긴 김성근 감독은 투수 교체를 줄이고 믿을만한 투수에게 셋업맨과 마무리의 역할을 함께 부여했다. 홀드 개수는 투수 교체 횟수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SK가 홀드 사냥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중간을 받치는 투수들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서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계속해서 마무리에 2이닝씩 던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SK의 홀드 개수가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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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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