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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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박지성이 왜 필요할까?

기사입력 2005.06.20 11:10 / 기사수정 2005.06.20 11:10

손병하 기자

이번 주 중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박지성의 이적에 관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박지성의 이적에 따른 찬-반 양론과 현실성 그리고 온갖 이야기들로 뜨거운 요즘이다.

▲ 박지성 선수
ⓒ200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난 1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페이지가 ‘ 박지성의 유나이티드를 선택했다.(Park: I Choose United)’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적료가 최소 400만(약 74억) 파운드에서 최대 600만(약 110억) 파운드까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지성의 이적을 구체화 시켰다.

또 박지성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FS 코퍼레이션의 이철호 사장도 ‘맨체스터 구단이 우리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 계약 조건에 합의했으며 구단 간의 이적료 협의만 남은 상태'라고 밝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저지를 입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론 스포츠, 특히 유럽 축구 시장에서의 이적과 관련한 루머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과장과 포장이 심하고 혼탁해,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전까지는 결과를 장담키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박지성의 이적을 둘러싼 국내, 외 언론들의 보도와 맨체스터를 비롯한 잉글랜드 언론들의 발표들을 보면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이상 박지성이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게 될 모습을 어느 정도 상상해도 좋을 듯싶다.

위기의 맨체스터,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거칠고 파워 풀한 리그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것도 반니스텔루이, C.호나우두, 루니, 스콜스, 페르디난드 등의 초호화 스쿼드와 최고의 명문 구단임을 자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과연 박지성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원하는 걸까.

지난 시즌 프리미어의 자존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확실히 ‘위기’를 느껴야만 했다.

첼시는 무리뇨 감독의 영입과 과감한 선수 보강으로 지난 1954/55 시즌 이후에 무려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일구어냈고, 리버풀은 04/05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불안한 전력에도 불구, 믿을 수 없는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쎄리아의 자존심 AC 밀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프리미어리그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게다가 최대 라이벌인 아스날에는 마지막 시즌 타이틀인 잉글랜드 FA컵 마저 내주며 그야말로 철저히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던 맨체스터였다.

지난 03/04 시즌에도 ‘무패행진’의 아스날과 돌풍의 첼시에 이어 리그 3위를 차지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체면을 구겼지만, FA컵에서만큼은 우승을 차지하며 무관의 수모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마저도 차지하지 못하면서 침울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베컴과 베론의 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맨체스터는 지난 2년간 웨인 루니와 C.호나우두, 앨런 스미스, 클레베르손 등을 영입하며 젊고 빠르고, 근성 있는 팀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베컴과 베론 긱스가 보여주었던 아주 효율적이고 수준 높았던 패싱 게임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루니와 C.호나우두 등 맨체스터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는 공격진은 반 니스텔루이와 함께 어우러지지 못하면서 팀 컬러마저 혼돈 속에 빠져있다.

더군다나 로이 킨, 긱스, 페르난디드 등 기존의 노장 스타들은 물론이고 새로 영입한 유망주들도 저마다의 색깔만을 위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어, 맨체스터라는 하나의 팀플레이는 좀처럼 경기에서 찾기 어렵게 되었다.

현재 맨체스터에서는 화려한 드리블과 높은 득점력을 갖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선수보다는, 팀을 위해 궂은일을 맡을 선수가 더 필요하다. 추락하고 있는 맨체스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금씩 낱알이 되어가고 있는 팀웍이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한 맨체스터의 두 젊은 공격수와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의 늪에 빠져있는 기존 선수들 모두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그런 선수가 절실한데, 노장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탐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박지성의 가치는 거짓없는 성실함에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박지성의 심장과 폐활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볼에 대한 성실한 움직임은 그에게 다소 모자른 볼 키핑과 슈팅 능력을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을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측면 공격수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드까지 어느 위치든 소화할 수 있는 박지성이란 카드는 퍼거슨 감독에게 있어서 분명 매력적인 카드이다.

또한, 박지성의 성실하고 경이롭게 뛰어다니는 플레이 위에는 어떤 색깔로든 덧칠이 가능해진다. 케즈만과 로벤, 롬메달 등의 이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아인트호벤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모습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박지성이란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독이 원하는 전술에 최적화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박지성인 것이다.

젊고 빠른 축구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는 맨체스터는 박지성이란 하얀 도화지를 바탕으로 그 위에 그들만의 새로운 팀 컬러를 그려 넣을 수 있다. 지금까지 맨체스터가 질 높은 패싱 게임으로 리그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압박과 스피드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한 적응을 수행해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한 정상급 선수들이 하나로 융화시킬 수 있는 헌신적인 선수가 필요하다.

충분히 유망한 스타들이 많고 리그 정상급의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맨체스터가 박지성이라는 다소 생소한 동양인을 원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물론 박지성이 현재 맨체스터의 색깔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맨체스터의 가장 큰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최상의 해결책이 박지성 같은 성실하고 거짓 없는 경기를 펼치는 선수이고, 그러한 맨체스터의 변화에 있어서 구심점이 될 만한 충분한 능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란 이야기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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