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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챔피언결정전 프리뷰 - '높이' KCC vs '스피드' 삼성, 웃는 자는 누구?

기사입력 2009.04.18 01:12 / 기사수정 2009.04.18 01:12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지난 27일 6강 플레이오프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매치업이 나왔다. 3위 전주 KCC와 4위 서울 삼성이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뚫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게 됐다.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와 삼성이 격돌한다. KCC는 6위 인천 전자랜드와 2위 원주 동부를, 삼성은 5위 창원 LG와 1위 울산 모비스를 꺾고 올라왔다. 애당초 '높이'와 '스피드'로 양분되어 있던 상태에서 이제는 각각 높이 최강팀과 스피드 최강팀이 살아남게 됐다.

정규시즌 양 팀 간의 맞대결에서는 KCC가 4승 2패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서장훈이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되기 이전에 2승을 올렸고, 그 이후에는 2승 2패로 어느 정도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KCC와 삼성은 실업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왔지만, 정작 프로 출범 이후 플레이오프에서는 단 한 차례밖에 마주친 적이 없다. 바로 지난 2007-2008시즌 4강에서였다. 결과는 삼성의 3연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높이와 패기 vs 스피드와 경험

1-4-5의 '스피드' 라인과 2-3-6의 '높이' 라인의 최종 승자가 모두 가려지고 이제는 스피드와 높이의 마지막 맞대결만이 남았다. 탄탄한 가드진을 앞세운 삼성과 하승진을 필두로 한 높이가 돋보이는 KCC는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남아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상반된 팀 컬러 외에 경험의 차이도 눈에 띈다. 삼성이 이상민, 강혁 등을 필두로 대부분의 주축 선수가 챔피언결정전을 두 번 이상 경험한 반면, KCC는 백전노장 추승균과 임재현 정도를 제외하면 하승진을 비롯해 2-3쿼터에 제 몫을 해줘야 하는 정의한, 이중원, 강은식, 신명호, 강병현 등이 대부분 젊다.

여기에 신명호와 강병현이 부상 여파로 인해 아직도 온전히 경기에 출장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KCC로서는 아쉽다. 두 선수 모두 4강 플레이오프 동부와의 경기에서 잠시 선을 보이긴 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도 없었고 많은 시간 나서지도 못했다. 더구나 5차전을 마친 이후 휴식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노련한 경기 운영을 무기로 정규시즌 우승팀 모비스마저 가볍게 제압한 삼성에게는 이것이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6강과 4강에서 각각 삼성을 상대했던 LG와 모비스는 이런 노련미에 말려 자멸하는 양상을 종종 보여왔다. 하물며 가드진이 유독 약한 KCC라면 더욱 그럴 우려가 크다.

사실 정규시즌 기록만 놓고 봐도 KCC의 속공이 오히려 삼성보다 1개 이상 많아 삼성에게 붙은 '스피드의 팀'이란 별칭이 무색해질 정도. 실제로 단신 팀으로서 삼성의 가장 강점은 역시 특별히 빠른 스피드보다는 경험 많은 가드진의 원활한 리딩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결국 KCC는 자신의 장점인 높이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장신 센터가 거의 없다시피 한 삼성은 필연적으로 하승진을 수비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높이가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외곽포가 얼마나 터져주느냐도 승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삼성은 역시 가드진이 비교적 약한 KCC를 상대로 노련미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높이가 훌륭한 KCC라 해도 가드진의 경기 운영이 미숙하다면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치렀던 6강과 4강에서 KCC는 상대가 가드진이 특별히 돋보이는 팀이 아니었음에도 리딩 미숙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경우가 비교적 자주 보였다. 하승진의 높이가 너무나 막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 입장에서도 돌파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농구대통령' 대 '사자성어의 달인', 감독간 수 싸움도 치열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간의 대결 못지않게 양 팀 감독 간의 수 싸움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지난 시즌 이상민-서장훈의 이적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의 격돌로 인한 묘한 인연 역시 이런 대결 구도에 한몫하고 있다.

17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 데이에서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입담 대결이 오고 갔다. 두 감독은 자세한 전술에 대해서는 밝히기 꺼리면서도 “어려운 상대이지만 '무한도전'하겠다”, “이번에는 '농구대통령'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 승리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의 노련한 수는 이미 앞선 플레이오프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6강 당시 자유투가 약한 LG의 브랜든 크럼프를 상대로 무조건 볼만 잡으면 반칙으로 끊는 다소 파격적인 작전을 구사하는가 하면 모비스와의 4강전에서는 이상민, 박영민을 선발 기용하는 변칙 선발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반칙 작전이나 변칙 기용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하승진은 여전히 자유투가 취약한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삼성에 국내 센터 자원이 많이 모자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생각해 봄 직하다. 에이스 추승균을 막기 위한 박영민의 선발 기용 역시 가능한 이야기.

공격에서도 주득점원인 테렌스 레더가 막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레더는 언제나처럼 KCC와의 경기에서도 제 몫은 다했지만, 특별히 뛰어난 활약을 보인 적은 드물었다. 특히 올 시즌 KCC에게 패한 4경기에서 레더는 모두 25점을 밑도는 기록을 남겼다.

KCC 허재 감독은 부상으로 인해 가용 인원이 줄어든 벤치가 고민거리다.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아직도 부상 여파가 남아있는 신명호와 강병현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상적인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지난 6강전과 4강전에서도 임재현이 빠지기만 하면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종종 드러냈던 KCC였다. 정의한이 있지만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많은 시간을 맡기는 것은 무리가 따를 전망. 특히 KCC는 1-4쿼터에 가드를 1명만 기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한 복안의 필요성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외곽 에이스의 대결, 뚫느냐 막히느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골밑과 가드진의 대결 외에도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양 팀의 외곽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추승균과 이규섭의 활약 여부다.

KCC의 추승균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7점의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며 확실한 에이스로 우뚝 섰다. 자주 시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교한 3점슛과 그의 전매특허인 백발백중의 중거리슛은 골밑에만 집중된 수비를 헤쳐나갈 수 있는 큰 무기다.

지난 동부와의 4강에서는 윤호영의 전담 수비에 다소 고전하기도 했지만, 막판에는 결국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 역시 수비가 좋은 강혁이나 박영민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추승균을 봉쇄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이규섭은 화려했던 6강 때의 성적에 비해 4강에서는 거의 침묵을 지켰다. 4강 플레이오프 4경기 동안 그가 성공시킨 3점슛은 단 1개. 삼성은 오히려 함지훈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규섭 대신 김동욱을 많은 시간 기용해 크게 재미를 봤다.

이규섭의 이런 4강전에서의 부진에도 KCC의 허재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이규섭이 자주 기용될 것으로 본다”며 그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규섭이 15~20점 이상 득점하면 승률이 올라간다”던 안준호 감독의 말처럼, 이번에는 이규섭이 팀 승리를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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