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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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건, 슬럼프의 늪에서 부르는 부활의 행진곡

기사입력 2009.04.12 20:07 / 기사수정 2009.04.12 20:0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정신 차려야지. 정신 차릴 때도 됐잖아?"

얼마 전 한 성남선수와의 인터뷰를 위해 탄천 종합운동장을 찾은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했던 그 선수의 사진이 필요하기도 했고 마침 훈련 시간과 맞아 성남의 훈련을 지켜보기로 했었죠.

훈련 시간이 되자 하나둘씩 가방을 메고 운동장 바로 건너편 숙소에서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팀 성적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고 다들 가벼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조동건만은 고개를 숙인 채 굳은 얼굴을 한 채 운동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축구화를 신기 위해 주저앉은 조동건은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며 중얼거리기 시작했죠.

"정신 차려야지. 정신 차릴 때도 됐잖아? 정신 차려야 되는데."

비슷한 말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자책성이 강한 그 목소리에 당황해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쉽게 멈추지 않았죠.

다급한 맘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시즌 초반 신인왕으로 언급되며 맹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에까지 선발됐던 조동건은 그러나 부상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남은 시즌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2009시즌을 시작해서도 그는 잠잠했습니다. 그의 잠잠함에 팀의 부진까지 더해져 팬의 우려는 잠잠함이 길어질수록 더 커졌습니다.

팀 주전 공격수가 골도 못 넣고 뭐 하는 거냐는 질책에서부터, 그에게 연결해 줄 고리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다독임과 팀 리빌딩 기간이니 이해하자는 말까지 모두 그 중심에는 조동건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도 그런 상황을 모르진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더 그라운드가 무겁고 답답하게 다가왔겠죠.

포항과의 홈 경기가 열린 11일, 그 경기 전반까지만 해도 그에게 그라운드는 무거웠습니다.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돌아섰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경기 후 만난 조동건은 그 상황을 묻자 "불안했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불안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후반 2분 하프라인 측에서 이호의 패스를 받은 조동건은 그대로 치고 달렸습니다. 포항 중앙수비가 자신을 따라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조동건의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고 포항의 김지혁 골키퍼와 부딪혀 쓰러졌던 조동건은 벌떡 일어나 벤치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김철호가 달려와 조동건을 안고 기뻐했고 처음 둘이었던 세리머니는 금세 일곱이 되어버렸죠.

이 한 골로 자신을 다그치던 그가 만족할 리 없었습니다. 조동건은 후반 48분 다시 한 골을 추가했고 유니폼을 뒤집어 쓴 채 그라운드를 달렸습니다. 이 골은 자신의 부활과 팀의 승리를 한꺼번에 알리는 쐐기골이었죠.

조동건의 두 골과 이호의 한 골을 더해 포항에 승리를 거둔 성남은 신임 신태용 감독의 홈 첫 승 세리머니를 드디어 치를 수 있었습니다.

붉은 레슬링복을 입은 채 춤을 추고, 맥콜을 뒤집어써도 마냥 행복해하는 자신의 수장을 보며 조동건은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을 겁니다.

세리머니까지 마친 후 라커룸으로 향하던 조동건의 표정은 내내 밝았습니다. 오랜만에 써포터 석에서 들려온 자신의 이름에도 두 팔을 높이 들어 화답할 수 있었죠.


기분을 묻자 그는 "마냥 좋죠."라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습니다. 불안했던 마음도 공격수로서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미안함도 훌훌 털어버렸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슬럼프에서 조금은 벗어난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다치지 않고 10골을 넣는 것이 올해 목표다."라고 밝혔습니다. 혹시 알까요? 경기 후 뒤풀이에서 한 성남 팬이 자신이 인터뷰에서 했던 그 얘기와 똑같은 말로 올 시즌 조동건의 활약을 예견했다는 걸 말이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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