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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과 첼시, 5년간의 지긋지긋한 악연의 사슬

기사입력 2009.04.07 20:27 / 기사수정 2009.04.07 20:27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대진추첨이 있었던 지난달 20일 스위스 리옹의 UEFA본부, 리버풀과 첼시의 격돌이 확정되는 순간 모든 축구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4시즌 연속으로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졌었는데 올 시즌에도 4강 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두 팀은 2004-2005시즌 이후부터 5시즌째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지독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도면 인연이 아니라 악연인듯싶다. 추첨을 통해 대진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니 참으로 놀라운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두 팀은 지난 4년간 4번의 맞대결중 조별 라운드에서 만난 1번을 제외한 나머지 3번의 대결을 4강전에서 만나는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강팀들이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두 팀은 딱히 라이벌 의식은 없었다. 하지만, 4년간의 맞대결로 유럽을 대표하는 라이벌전으로 거듭났다.

이 유럽을 대표하는 리버풀과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은 4월 9일 3시 45분(한국시간)에 리버풀의 홈구장인 앤필드에서 펼쳐진다.

지난 4년간의 발자취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 2004-2005시즌 준결승전에서 리버풀은 첼시를 1,2차전 합계 1승 1무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 AC 밀란에 기적 같은 역전우승을 하며 챔피언스리그 전성기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루이스 가르시아가 터뜨린 결승골이 골라인을 넘었느냐, 안 넘었느냐의 논란은 아직도 두 팀의 팬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다음해인 05-06시즌 두 팀은 '외나무 다리' 토너먼트 승부가 아닌 32강 조별라운드에서 만났다. 서로 부담스러웠는지, 양 팀은 2경기 모두 0-0으로 비기며 승부를 피했고 나란히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16강에서 탈락하고 만다.)   

06-07시즌에도 두 팀은 준결승전에서 만났고 이번에도 리버풀이 웃었다. 각각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양팀은 결국 승부차기 끝에 리버풀이 결승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시즌에도 준결승전에서 만났으나 이번에는 첼시가 승자였다. 첼시는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0 - 1로 패했지만 2차전 홈경기에서 1- 0으로 앞서며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30분간의 연장전에서 첼시는 2골을 몰아치며 1골을 따라잡는 데 실패한 리버풀은 모두 4-3으로 꺾으며 사상 첫 결승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원의 빅뱅' 제라드-마스체라노 VS 램파드-에시앙

잉글랜드 축구의 자랑이자 고민인 제라드와 램파드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롭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미드필더이지만 국가대표로 호흡을 맞출 때마다 불협화음으로 제기량을 발휘 못 하며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두 선수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빨간 유니폼과 파란 유니폼으로 나눠 입었으니 최고의 기량을 기대케 하고 있다.

유니폼을 나눠 입고 맞대결을 펼친 대결에서는 램파드가 제라드에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램파드가 리버풀을 상대로 최근 5년간 4골을 넣은 데 비해 제라드는 2골을 넣는데 그쳤다. (더군다나 그 중 한 골은 자책골이다.) 하지만 골 수만으로 두 선수를 비교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두 선수는 골과는 별개로 팀을 이끄는 에이스이다.

올 시즌에도 '미들라이커'의 원조인 이 둘은 리그에서 각각 13골과 11골을 집어넣으며 도우미와 해결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또한, 단순한 득점력뿐 아니라 팀이 어려울 때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제라드는 7골로 득점순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램파드는 4도움으로 도움 공동 3위이다.

제라드와 램파드가 공격의 핵심이라면 마스체라노와 에시앙은 두 선수의 공격을 편하게 해주며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마당쇠 스타일이다.

현대 축구가 미드필드 싸움이라면 왕성한 체력과 넓은 활동반경으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간간이 보여주는 공격적인 재능까지 겸비한 두 선수의 맞대결이 승부를 결정지을 공산이 크다. 다만, 마스체라노가 경고누적으로 1차전에 뛸 수 없다는 점에서 베니테즈 감독은 고민거리가 생길 것이다.

'킬러 대결' 드록바 5골 VS 토레스 4골

드록바는 리버풀을 상대로, 토레스는 첼시를 상대로 각각 5골과 4골을 터트리며 상대팀 수비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지난 시즌 4강전에서도 드록바(2골)와 토레스는 나란히 골을 넣으며 킬러임을 확인시켜주었고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드록바가 판정승을 거두며 첼시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토레스는 지난 2월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서 후반 막판 2골을 몰아치며 2-0으로 승리를 이끄는 등 첼시를 상대로 꾸준히 골을 터트리는 좋은 활약으로 이번에도 리버풀 공격의 선봉으로 나선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이다. 드록바는 지난주 발목을 다치는 부상으로 리버풀전 출전이 확실치 않으며 토레스도 부상에서 돌아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언제 부상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토너먼트의 달인' 베니테즈 VS 히딩크

세계적인 명장인 베니테즈와 히딩크는 리그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이뤘지만 토너먼트에서 더욱 큰 업적을 이뤄냈다.

베니테즈는 리버풀에 부임하기 전 발렌시아에서도 두 차례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003-2004 UEFA컵을 우승을 했다. 2004년에 리버풀로 부임한 후 첫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타이틀을 얻었고 다음 시즌에는 잉글랜드 FA컵을 일궈냈다.

비록 같은 기간, 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꾸준히 4강 이상의 성적(05-06시즌 제외)을 올리며 리버풀을 다시 한번 유럽의 명문으로 도약시켰다.

4강이라면 히딩크가 베니테즈보다 한 수 위다. 익히 알다시피 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각기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을 이끌고 4강에 오르는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러시아를 유로 2008에서 4강에 진출시키는 마법을 일궈냈다.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약 20년 전 1987-1988시즌 PSV 아인트호벤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고 2004-2005시즌에는 박지성, 이영표와 함께 4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1차전 홈경기' 징크스는 계속 될까?

앞서 말했다시피 두 팀은 4강에서 3번의 맞대결을 펼쳐 결승전에 리버풀이 두 번 진출했고 첼시가 한 번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1차전에서 홈경기를 갖은 팀이 매번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다시 말해 2차전에서 홈경기를 갖는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확률이 100%라는 뜻이다.

첼시에게는 기분 좋은, 반면 리버풀에는 기분 나쁜 징크스이다.

1차전 징크스 말고도 히딩크의 4강 징크스, 발락의 결승전 진출 징크스 등 재미있는 징크스들이 많이 있어 또 한 번의 명승부와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기대된다.   

[사진(C)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캡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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