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6 06:29 / 기사수정 2009.04.06 06:29
[엑스포츠뉴스=박문수] '축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이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으로는 골이라는 요소가 존재한다.
아무리 멋진 경기를 보여준다 해도 골을 못 넣으면 승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 모든 구기 종목의 공통점이라는 것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골을 넣었지만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90분간의 지옥이 아닐 수 없다.
서포팅 하는 팀이 승리를 통해 승점을 얻었지만, 결코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호나우지뉴는 비판받아 마땅할 경기력을 보여준다.
지난 6일 세리에A 레체전을 통해 보여준 그의 모습은 이에 너무나도 일치하고 있다. 후반전 쉐도르프와의 교체 이후 그는 마치 잔디와 하나인 마냥 그라운드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약체를 상대로도 시원한 돌파 한 번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겨줬다. 국내 팬에게 익숙한 축구판을 삼켜버릴 만한 포스의 주인공인 외계인이었던 그는 마치 슈퍼맨이 힘의 근원인 태양을 잃은 채 크립토나이트에의해 기를 뺏긴 나약한 모습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셀레상(-브라질 대표팀의 애칭-)과 밀란 팬들은 그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앞서 지적했듯이 그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골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06/07시즌 바르셀로나에서 급격히 감소한 활동력과 드리블의 키핑능력임에도 라리가에서 21골을 득점하며 득점랭킹 4위에 오른 것이 있다. 비록 현재 그는 가끔 강팀과의 경기에서 보여주는 예전의 비해 현격히 떨어진 활동량 속에서 조금이나마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던 모습과 다소 어설프지만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는 발재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되짚어야 할 부분이 한가지 존재하고 있다. 그의 조국인 브라질과 소속팀인 밀란에는 5년여 세월동안 문제시되어온 카카와의 공존문제가 겹친다. 카카의 밀란 이적과 동시에 성공적인 모습은 파헤이라로 하여금 2002년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바르셀로나에서 원맨쇼를 보여주던 호나우지뉴와의 공존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낳았다.
이로 인해 그는 전방에 호나우두를 타겟으로 두고, 그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쉐도우로써 호나우지뉴를 바로 밑선에는 카카를 배치하면서 두 선수 간의 동선의 겹침을 최소화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포메이션인 4-2-2-2를 바탕으로 하는 공격적인 전술을 통해 2006년 월드컵에 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브라질 역사상 가장 화려한 스쿼드라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5위라는 성적과 경질이라는 성적표를 얻게 되었다.
이후, 새로이 취임한 둥가 감독의 경우 초기에는 아예 호나우지뉴를 배제한 채 스쿼드를 꾸려나갔다. 그의 2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와의 웸블리 구장 개장 경기에서는 선발로는 2003년 UAE 청대 우승 주역인 다니엘 카르발류를 내세웠지만, 후반 중반 카카를 투입함으로써 3:0 대승을 이끌고 카카 중심의 브라질 탄생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카카는 어떠한 상태일까? 카카는 2007년 발롱드흐와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그의 소속팀인 밀란은 통산 7번째 빅이어를 획득하게 되었다. 서서히 내리막으로 향하는 호나우지뉴는 자신의 경쟁상대로써 정상을 향해 달리던 카카와의 맞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그가 조국이 아닌 소속팀에서조차 카카와의 공존문제가 생기는 것은 큰 짐이자 걸림돌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카카와 호나우지뉴의 공존이 무조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비록 상대가 약체였지만 2006년 월드컵 일본과의 조별예선 3차전에서 보여준 호흡과 2007년 홈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남미예선에서 보여준 엘라누-카카-호나우지뉴-호비뉴-로베의 호흡은 잠시나마 브라질의 모든 문제를 해소하고 2010년에서의 성적에 대한 희망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었다.
비록 베를쿠스코니 총리의 압박으로 인해 영입되었지만 밀란에서 그 둘이 지속적으로 함께 출장하게 된다면 이러한 딜레마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시각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성적표는 절대 만족스럽지 못한다. 카카의 부상이라는 걸림돌이 있었지만, 안첼로티의 경우도 둥가의 경우도 절대 이 둘을 함께 출장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지금의 호나우지뉴는 카카의 부상시 잠시 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잉여전력과 같은 위치에 있다. 물론, 그의 킥력과 창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미친 드리블의 외계인 호나우지뉴는 지구의 중력에 이끌린 채 힘을 잃어 헤어나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지구인이 되었다. 밀란 입단 초기 기대했던 동기 유발도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의 오랜 팬으로서 추락하는 그에게서 희망을 가지기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아진 모습으로 조국 브라질은 물론 소속팀 밀란의 명성회복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호나우지뉴ⓒ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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