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2 17:35 / 기사수정 2009.04.02 17:35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4월 1일 서울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한국과의 5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북한은 크게 두 가지의 불만을 표출했다. 바로 북한 선수들의 갑작스런 식중독 증세와 후반 2분 '인민 루니' 정대세의 헤딩슛 노골 판정이 그것이다.
북한은 1966년 이후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1일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조 2위로 본선 진출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어제 경기에서도 보여줬듯이 전술적 완성도가 높은 팀이다. 북한은 매 경기 출전 선수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대신 잘 짜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약팀에겐 공격적인, 강팀에겐 수비에 편중된 전술을 보여준다.
때문에 B조의 '복병' 정도로 여겨지던 북한은 이제 엄연히 아시아 축구 강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경기나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은 북한이 가진 약점. 반면에 같은 조에서 월드컵 출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은 비록 현재는 북한에 뒤진 채 각각 조 3, 4위에 머물러있지만 월드컵 출전 경험 등에서 북한보다 우의에 있다. 이후의 일정에서 서로가 모두 맞대결을 남겨 놓고 있어 어느 한 팀이 기세를 올리게 될 경우 최종순위표는 지금과 확연히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김정훈 북한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같은 조의 강팀이자 라이벌인 한국에 패해 기세가 꺾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골 논란'과 '식중독 논란'은 바로 이런 점에서 효과적인 장치다.
정대세의 헤딩슛을 한국 수문장 이운재가 골라인 부근에서 쳐 냈을 때 정대세 본인은 물론이고 김정훈 감독은 곧바로 항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깝다는 반응에 더 가까웠다. 그렇기에 경기에서 패배한 뒤에야 김 감독이 격렬한 분노를 터뜨린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즉, 오심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며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승리를 강탈당했다는 면'을 강조함으로서 선수단의 사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식중독 논란' 역시 마치 한국이 의도적으로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떨어뜨리려고 일으킨 것 같은 뉘앙스를 내비쳤다. 경기 전날인 31일,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정대세, 리명국, 김명길 등 북한선수 세 명이 1일 새벽부터 갑작스럽게 복통과 구토, 설사 증세를 호소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과의 미팅을 요청했다. 북한은 낮 12시경 경기감독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를 남측의 책임으로 돌렸고 더욱이 골키퍼 두 명이 모두 아픈 상태이므로 경기가 불가, 추후 제3국에서 경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감독관은 즉시 이 사안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고했다. 그러나 FIFA가 북한의 요청을 기각, 예정대로 남북전은 진행됐다. 그러나 미리 사전 조사를 위해 한국에 입국해 호텔부터 식사 문제까지 모두 스스로 결정했던 북한이 '음모설'을 제기하는 것은 무언가 어색하다.
모두가 같이 먹은 식사에서 3명만 식중독 증세를 보인 점, 환경 변화에 따른 단순한 소화 불량 증세일 수 있으며 일반적 식중독 증세라면 당일 경기에도 뛸 수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도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한축구협회의 의뢰를 받고 북한선수들을 진찰했던 스포츠 의학전문의인 나영무 박사도 "선수들 모두 세균성 장염으로 보기 힘들다."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이런 맥락에서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 역시 "우리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북한이 모두 결정했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 조사를 특별하게 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경기 전과 경기 후의 제스처는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남북전의 패배에 대해 북한 선수들로 하여금 실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외부 환경적 요인 때문에 이길 수 없었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기 위한 심리적 전략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북한은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조별리그 2위 자리를 놓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과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한다. 월드컵에 여러 번 진출해 봤던 두 나라에 비해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낯선 부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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