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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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영표' 아성에 도전하는 김치우

기사입력 2009.03.18 14:47 / 기사수정 2009.03.18 14:47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대표팀 왼쪽=박지성-이영표는 이제 옛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출전 선수 명단을 적어 넣을 때 항상 'RIO(리오 퍼디난드)'를 맨 먼저 써 넣는다고 한다. 가장 믿음이 가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 역시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박지성(맨유)과 이영표(드르트문트)를 가장 먼저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이름을 적는 것이 가장 고민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박지성과 이영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실력은 명성만큼이나 여전하다. 다만, 새로운 왼쪽 날개의 강자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FC서울의 새로운 에이스, 김치우

축구에서 전통적인 에이스 등번호는 10번이다. 펠레와 마라도나가 그랬고, 2002 월드컵 당시에도 히딩크 감독은 팀에서 가장 좋은 선수라 여겼던 이영표에게 10번을 주며 동기부여를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레알 마드리드같은 유럽의 전통 명문팀에서도 7번은 팀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중있는 선수에게 부여되는 번호이다.

그런 의미에서 3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FC서울과 감바 오사카의 경기에서 검붉은 유니폼에 7번을 달고 나온 선수는 자신의 등번호가 아깝지 않은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며 팀을 이끌었다.

서울의 에이스라 하면 최근 4경기에서 5개의 도움을 기록한 이청용이나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최고의 유망주 기성용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서울의 경기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다름 아닌 김치우다.
 


김치우는 지난 시즌 중반 서울로 이적하면서 기존에 맡고 있던 왼쪽 풀백이 아닌 왼쪽 미드필더로서의 변신에 성공했다. 아디라는 뛰어난 왼쪽 수비수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에서 김치우는 수비 부담을 덜고 그가 가진 공격본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덕분에 올 시즌에는 데뷔 이래 최초로 2경기 연속 2골을 몰아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비록 서울은 오사카에 2-4의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지만 김치우의 존재만큼은 빛났다.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치우는 전반 내내 빼어난 볼 컨트롤과 예리한 패스는 물론이고 마치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활발한 움직임까지 보여줬다. 전반 38분에는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후반에는 김치우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빛났다. 부상으로 빠진 아디를 대신해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긴 김치우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서울의 왼쪽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3분과 10분에도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두들기던 김치우는 공격뿐 아니라 탄탄한 왼쪽 수비까지도 보여줬다. 서울은 후반에 내준 세 골 모두 서울의 중앙과 오른쪽 수비라인이 붕괴되면서 허용했지만, 왼쪽만큼은 건재했다.

대표팀 주전 경쟁의 강력한 다크호스

이렇듯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치우가 곧 있을 2010년 남아공월드컵 북한과의 최종예선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는 건 자명한 일이다. 어떤 면에서 김치우의 존재는 허정무 감독에겐 고민이다. 그러나 그것은 괴롭다기보다는 행복한 고민에 가깝다.

양발이 모두 사용 가능한 박지성과 이영표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상황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에서 모두 뛸 수 있었다. 그러나 설기현(알 힐랄)과 이천수(전남 드래곤즈) 등 전통적인 날개 자원이 빠지면서 오른쪽에서 '신성' 이청용이 두각을 드러냈고, 오범석(사마라FC)이 확실한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표팀의 확실한 카드인 박지성과 이영표는 주로 왼쪽에서 활약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김치우가 대표팀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이전까지 김치우는 '박지성-이영표'라는 대표팀 왼쪽 라인의 두 거성에 밀려 중앙 미드필더를 보거나 후보선수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물오른 기량과 함께 득점력까지 보여줌으로써 김치우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해볼 만한 상황을 맞았다.

김치우는 왼쪽 수비와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로서도 뛸 수 있다. 이 같은 김치우의 다재다능함은 허 감독으로 하여금 마찬가지로 멀티플레이어인 박지성과 이영표의 활용 폭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어 전술적으로 다양한 포석이 가능하게 해 준다.

염기훈(울산 현대) 외에 이렇다할 왼쪽 날개 자원이 없는 대표팀에 김치우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김치우가 있어 박지성은 오른쪽 날개는 물론 중원의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영표는 오히려 밀릴 수도 있는 상황. 오른쪽에 오범석이란 든든한 풀백이 있는데다 급성장하고 있는 김치우와 기존의 김동진(제니트)과 함께 포지션 경쟁까지 벌여야 할 판이다.

올 시즌 한 단계 더욱 성장한 모습의 김치우가 대표팀에서도 그의 다재다능함과 순도 높은 활약을 보이며 대표팀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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