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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여우보다 더한' 김인식 감독, 작전야구의 승리

기사입력 2009.03.16 16:53 / 기사수정 2009.03.16 16:53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환상적인 작전야구의 승리였다.

일본이 쿠바를 상대로 2라운드 첫 경기를 6-0으로 승리했을 때 전문가들은 ‘스몰볼의 승리’임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차례였다. 멕시코를 상대로 장단 12안타를 몰아친 국가대표팀은 장기인 스피드를 포함하여 홈런 세 방까지 곁들이며 8-2로 대승했다. 이는 스몰볼과 발야구, 그리고 장타까지 적당하게 곁들인 ‘작전 야구’의 승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또 다시 김인식 감독이 있었다.

이미 1라운드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콜드게임패를 당한 선수들을 향하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패자부활 2차전에서도 ‘평소대로만 하라’는 주문 외에도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는 마지막 순위 결정전을 염두에 둔 주문이기도 했다.

'평소대로 했던' 중국전에서 가볍게 몸을 푼 대표팀은 곧바로 일본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총력을 다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봉중근을 포함하여 정현욱, 류현진, 임창용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 그리고 순위 결정전에서 총력을 다 한 결과는 조 1위로 나타났다. 일본에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고도 마지막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국가대표팀을 향하여 많은 외신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한국야구의 본모습은 무엇인가?’ 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조 1위를 향한 김인식 감독의 여우같은 작전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이는 쿠바를 비롯하여 2000년 이후 우리에게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한 멕시코를 동시에 겨냥한 노림수이기도 했다.

작전야구의 정석

그리고 첫 경기에서 김인식 감독은 작전 야구로 멕시코를 단 한 방에 무너뜨렸다. 일단 시작부터 달랐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과감히 제외하고, 국내파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에 3루 자리에는 이범호를, 지명타자 자리에는 이대호를 각각 집어넣었고, 그 동안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지 않은 이용규를 우익수로 내세우는 등 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의 선수기용 정석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선발 3루수로 출장한 이범호는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타석에서도 홈런 한 개를 포함한 3안타를 기록하여 자신을 믿어 준 김인식 감독에 실력으로 보답했다.

또한 2루수 정근우를 고영민으로 일찌감치 교체한 용병술도 눈부셨다.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홈런 한 방을 기록하며, 멕시코에 뼈아픈 일격을 가했다. 이어진 타석에서도 절묘한 번트 안타로 1루에 안착하는 등 고영민은 이 날 경기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전야구의 백미’는 7회말에 터져 나온 ‘더블스틸’에 있었다. 1, 2루 주자가 일제히 뛰자 멕시코 포수 바라하스는 3루나 2루로 미처 송구를 하지 못했고, 이것이 결국 무사 만루 찬스로 이어져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로도 연결될 수 있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른 ‘여우같은 작전’이 멕시코전에서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작전야구 vs 스몰 베이스볼

김인식 감독의 작전야구는 타선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운드에서 더욱 빛이 났다. 선발 류현진이 3회초 투아웃 상황에서 만루로 위기를 맞자 김인식 감독은 곧바로 투수교체를 지시했다. 이번에는 정현욱이었다. 그러나 ‘힘’을 앞세운 멕시코 타자들에게 역시 ‘힘’으로 승부하는 정현욱 카드는 다소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정현욱 역시 류현진과 똑같이 2와 2/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으며, 대회 첫 승리투수의 영광을 안았다.

이어 등장한 투수들은 문자 그대로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등판했다. 여기에서도 김인식 감독의 철저한 선수기용 방식이 드러났다. 정대현, 김광현, 윤석민, 오승환은 이 날 경기에서 투구수 30개를 넘지 않으며, 다음 경기 등판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일본전에서도 등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중동의 자세를 보여주면서도 은근히 여우같은 작전야구를 구사하는 김인식 감독의 다음 상대는 공교롭게도 세 번째로 만나게 되는 일본이다. 스몰볼과 작전야구로 중남미의 강호들을 차례로 이긴 두 아시아 국가가 다시 한 번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일본전에서도 여우보다 더한 여우같은 김인식 감독의 ‘작전 야구’가 먹힐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중탈락(Double Elimination)'과 '투구 수 제한'이라는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백전노장은 어느 국가에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진 (C) MLB/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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