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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한국 남자피겨, 스텝과 연기력 발전이 생명이다

기사입력 2009.03.13 04:59 / 기사수정 2009.03.13 04:59

조영준 기자



- 피겨 코치 최인화와 함께한 '남자 피겨 Talking'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학교)의 등장으로 피겨 스케이팅은 여자 싱글 경기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 싱글이 주는 매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점프를 비롯한 기술의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은 남자 피겨는 여자 싱글 경기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합니다.

이제 피겨 스케이팅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아이스링크를 찾으면 예년에 비해 피겨 선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늘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자 선수들의 수는 여자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한국 남자피겨의 발전과 현재 세계 남자 피겨의 경향을 알기 위해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 때, 국가대표 선수인 김현정(17, 군포수리고)과 클라우디아 뮬러(12, 고양시 관산초) 코치였고 현재는 김세열 코치 밑에서 서브 코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최인화(25) 코치를 안양아이스링크에서 만나봤습니다. 최 코치는 고양시 어울림 누리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박빛나(25, 전 국가대표)와 함께 국내 최연소 피겨 코치입니다.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한국 유일의 남자 피겨 국가대표인 김민석(16, 불암고)을 데리고 참가한 경험이 있는 최 코치를 만나 한국 남자피겨의 주소와 세계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Q :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남자 피겨 코치 신데 우선 자신의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인화(이하 '최'로 표기) : 현재 김연아 선수의 전 스승이자 국가대표인 김민석과 곽민정(15, 군포수리고)을 지도하고 계신 김세열 코치님 밑에서 서브 코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선수 생활은 어렸을 때, 과천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국가대표까지 올라갔지만 부상 때문에 선수생활을 접게 됐습니다.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죠. 은퇴 이후, 예대에 진학에서 무용과 연기를 2년 정도 배웠습니다. 그 사이에 군대도 다녀왔죠.

Q : 최 코치님은 4대륙 대회 때, 김민석 선수를 데리고 캐나다에 다녀오셨죠? 그때, 전 세계에서 온 남자 선수들의 연기를 보셨을 텐데 최근 남자 싱글 선수들의 연기는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까?

최 : 예전에는 점프에 주력하는 경향이 컸어요. 그러나 이제는 화려한 스텝과 뛰어난 연기력의 비중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남자 선수들도 표현력이 점점 우아해지고 있어요. 점프에서만 나타날 수 없는 부가적인 연기력과 스텝, 그리고 다양한 포지션에서의 스핀 등이 점점 부각되고 있죠. 남자 피겨도 이젠 점프의 비중에 몰입하지 않고 연기력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 예전에 비해 남자 피겨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연기력이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쿼드(4회전)점프 같은 고난도의 기술은 실전 경기에서 점점 줄어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 : 과거에는 러시아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 선수들이 쿼드 점프를 가지고 대회에 참가했었어요. 그러나 최근 신 채점제에서는 테크니컬 패널(기술의 정확성을 심사하는 심판진)의 역할과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의 비중이 높아졌어요. 이러다 보니 난이도가 높은 점프보다 피겨와 관련된 전체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됐죠. 한마디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현재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Q : 하지만 이번 2008~2009 ISU(국제빙상연맹) 주니어 피겨선수권 대회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 트리플 5종 점프를 뛰고 있었습니다. 또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 선수도 상당수 있었죠. 한창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최 : 예전에는 더블 악셀과 함께 트리플 점프를 많이 구사했죠. 그러나 현재는 주니어 선수들도 트리플 악셀을 많이 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 이제 우리의 희망인 김민석 선수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웃음) 김민석 선수는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최근엔 트리플 악셀까지 완성했습니다. 김민석 선수를 이번 4대륙 대회와 주니어선수권에 출전시켰는데요. 세계의 선수들과 김민석 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을 설명해주시죠

최 : 다른 나라의 선수들과 비교해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체격이겠죠. (웃음)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서구의 선수들과 동양권 선수들의 차이는 체격에서 오는 부분이 커요. 동양선수들 중,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서구의 선수들과 비교해 가늘고 왜소한 체격이 문제점이죠.

민석이가 다른 나라의 남자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왜소한 점이 아쉬웠지만 최근엔 많이 성장했어요. 작년 말까지만 해도 160cm 초반대였는데 주니어 월드 대회에 다녀오고 난 뒤 키가 좀 더 자랐어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163cm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민석이도 키가 자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많이 돋보이게 됐어요.



Q : 김민석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였죠?

최: 민석이는 그 친구가 꼬마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웃음) 김세열 선생님의 서브 코치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석이를 봐주고 있는 기간은 이제 1년이 넘은 것 같아요.

Q : 김민석 선수는 지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했는데요. 불과 얼마 전 만해도 트리플 점프를 하나밖에 못 뛰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는 물론, 트리플 악셀까지 구사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 : 우선 민석이는 착실하고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해요. 남자 선수들은 잘못하면 바르지 못한 길로도 나갈 수 있어요.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하면 선수들이 워낙 없다 보니 대충만 해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생기게 되는데 민석이는 그런 적이 없었어요. 무엇을 해도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스타일이에요.

4대륙 대회 참가차, 캐나다 밴쿠버에 갔을 때, 민석이는 감기 몸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트리플 악셀이 완성되기 시작하자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어요. 워낙 노력을 많이 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Q : 최 코치님이 선수생활을 하시던 시절과 지금의 환경을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가장 부러우신가요?

최 : 제가 현역에서 뛸 땐, 국제대회의 횟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그런 점이 가장 부럽죠. 성적과 실력을 떠나서 좋은 경험을 쌓는 기회가 무척 중요해요. 그런데 제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국제 대회가 많이 생겼죠.

Q : 남자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기술의 난이도가 여자보다 높고 스케일이 크다 보니 부상도 클 것 같은데 남자 선수들은 어떤 부상으로 고생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 : 우선, 점프의 회전 수를 늘릴 때 부상이 많이 나타나요. 더블에서 트리플로 갈 때, 점프를 하고 떨어지는 체중의 충격을 견디지 못할 때 부상이 발생하죠. 남자는 특히, 쿼드 점프까지 도전하고 점의 비거리와 면적도 여자보다 넓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 오는 충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민석이 같은 경우도 점프를 뛰려고 올라갈 때, 힘의 반동이 여자보다 크다 보니 떨어지는 충격도 도약의 힘과 비례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점프를 뛰는 공간도 여자보다 넓어서 넘어지는 충격도 더 클 수밖에 없어요.

Q : 현재 남자피겨의 경쟁구도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평가합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게 근래의 남자 피겨라고 생각하는데요. 지난번 4대륙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패트릭 챈(19, 캐나다)의 연기를 직접 보셨죠? 한 달 전에 있었던 그랑프리 파이널 때와는 얼마나 달라져 있었나요?



최 : 불과 한 달이 지났지만 정말 많이 변해있었어요. 패트릭 챈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 본국인 캐나다에서 열리는 4대륙 대회에서 충분히 만회했다고 봐요. 그리고 예전에는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도 있었잖아요?(웃음) 하지만 이번 4대륙 대회 때의 패트릭 챈은 훨씬 성숙해 있었고 터프해져 있었어요. 그리고 준비도 매우 철저히 했었죠. 그래서인지 자신감이 넘쳐있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홈 관중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쳐주었는데 그 상황이 아직도 생생해요.

Q : 4대륙 대회는 물론, 이제 곧 벌어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민석 선수를 데리고 출전하실 예정인데 최근 국제대회에서 눈에 띈 선수는 없었는지요?

최 : 제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의 제레미 텐(Jeremy Ten, 20)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국제대회에서 이 선수의 경기를 세 번 봤어요. 그런데 모든 동작이 빠르고 섬세했어요. 또한, 매우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제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어떻게 보면 연아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어요. 지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탐나는 선수였습니다.

Q : 여기서 잠깐 김연아 선수 얘기를 해보겠는데요. 김연아 선수가 구사하는 3턴의 점프는 캐나다 남자 선수들이 뛰는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 : 제가 아는 바로는 연아는 주로 전지훈련을 캐나다에서 했는데 그곳에 있는 지도자 분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점프할 때의 자세와 힘을 쓰는 모양, 그리고 착지 등이 그곳의 방식을 많이 따르다 보니 비슷해진 것 같아요. 꼭 캐나다 스타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그 나라에서 배운 만큼, 그런 느낌이 드는 점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Q : 최 코치님이 처음으로 피겨를 시작한 곳이 과천아이스링크라고 하셨는데 김연아 선수도 그곳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잖아요? 김연아 선수는 국내 선수들과 지도자 분들과도 종종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가 임박해오고 있는데 요즘 김연아 선수는 어떤 인사를 주고받나요?

최 : 대회 준비 열심히 하고 있대요. (웃음) 연아 와는 미니 홈피를 통해 가끔, 서로 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어요. 각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 등의 소소한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웃음)

Q : 혹시 특별한 친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선수는 누가 있는지 궁금하군요

최 : 코즈카 타카히코(20, 일본)와 친분이 있어요. 그랑프리 파이널 방켓 때도 만나서 식사도 함께했고 메일도 나누고 있어요. 서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못해서 핸드폰 번역 기능을 이용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 남자피겨가 세계적인 수준을 단숨에 따라잡기엔 어렵지만 우선은 '이것만이라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최 :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외국 남자 선수들의 스텝은 굉장히 현란하고 멋이 있어요. 우리나라 남자선수들의 아쉬운 점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분이 스텝이거든요. 피겨의 전설인 알렉세이 야구딘의 스텝을 보면 정말 남자 싱글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어요. 스텝으로 레벨 3를 받고 심지어 레벨 4까지 기록하는 모습은 우리로선 무척 부러운 점입니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은 스텝이 약한 대신 스핀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죠. 여자와 남자 선수 모두 스핀이 뛰어난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에요. 스핀이 강한 대신 스텝이 약한데 이 부분이 발전된다면 남자 싱글도 한 단계 도약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 장시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한국 남자피겨선수들의 발전과 더불어 코치님의 앞날도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최 : 네, 감사합니다.



[사진 = 최인화, 김민석 (C)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패트릭 챈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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