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2 01:50 / 기사수정 2009.03.12 01:50
-취재후기-
[엑스포츠뉴스=이강선 기자]
요즘 빅버드 원정석인 S석에 손님들이 많이 온다. 지난 K-리그 개막전에는 포항 서포터즈가 천여 명에 가까운 '마린즈'를 보내더니 이번에는 외국에서 200명의 외국인 응원단이 몰려와 자리를 잡았다. 대규모 맞상대가 생겨 수원 서포터즈도 신난 가운데, 당연히 경기장은 한 시간 전부터 이미 힘찬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선전포고를 한 곳은 일본에서 원정온 가시마 서포터즈였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가시마 서포터즈를 만나기 위해 그들이 자리한 S석으로 가봤다.
처음에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무언가를 좀 물어보겠노라고 들어갔지만, 이방인들로 가득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가시마 서포터즈의 응원에 잠시 주춤했던 것도 사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한 팬을 만날 수 있었다. 첫인상은 사진에서 보이듯 매우 인자하셨다. 그렇지만, 모든 축구팬이 그러하듯이 경기가 시작되자 그분의 태도도 180도(!) 달라지셨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팀을 위해 목소리를 내셨다.
간략하게 소개를 드린 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고의 빅 매치다. 언제나 K-리그 챔피언과 J-리그 챔피언의 대결은 참 흥미롭다"
"개편된 AFC를 통해서 앞으로 한·일 프로축구팀들의 수준 높은 경기를 자주 보게 되길 기대한다"
(조심스레) "먼길 응원을 왔는데, 우리를 위해 가시마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 경기를 지켜봤다. 수원-가시마, 어느 한 팀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이 팽팽한 균형은 전반 종료 직전에 깨졌다. 수원 수비수 리웨이펑이 강력한 슈팅으로 가시마의 골문을 가른 것,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두가 추가골을 넣으면서 순식간에 2-0으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전반전이 끝나고,
다시 가시마 서포터즈를 다시 만나러 갔다. (당연히) 팬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한 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팬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침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용감한) 수원 팬도 함께 인터뷰를 가졌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약간의 일본어와 보디랭귀지를 통해 나눈 인사말.
축구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팬은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했다.
"이날 경기를 많이 기다려왔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서 한국원정을 기대했는데, 이렇게 오게 되어서 기쁘다. 한국원정 값이 비싸지 않았던 점도 한국원정에 힘을 보태주었다" (조만간 또 한국을 찾을 것 같았던 가시마팬)
vs
"가시마 응원단이 값싸게 원정을 왔지만, 5월에 일본 원정을 가야하는 우리는 엔화강세가 다소 걱정이다. 최근에 복학을 한 대학생으로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수원을 위해 최대한 원정을 떠나려고 준비중이다" (과연 응원을 갈 수 있을지 장담 못하는 수원팬)
"에두와 송종국을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에두에게 골을 내주고 말았다" (낙담한 가시마팬)
"수원 서포터즈가 한국에서 가장 큰 서포터즈인 것을 알고 있다. 오늘 보니 정말 대단하다"
아쉽게도 이들의 짧고도 위험한 만남(?)은 후반전을 알리는 휘슬리 울림과 동시에 끝이 났다. 나중에 일본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면서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두 서포터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기는 후반에 터진 홍순학과 박현범의 골을 더해 수원이 한 골을 만회한 가시마를 4-1로 격파하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신고했다. 멀리서 원정온 가시마 팬들은 실망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오는 5월에 홈에서 열리는 수원전이 남아 있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의 두 번째 대결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말]
경기 전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자리로 올라오던 도중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 그만 지갑을 그만 분실하고 말았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들어간 가시마 서포터석. 한 가시마 팬이 나를 보자마자 지갑을 건네주셨다.
정말인지 너무나 감사해 어찌할 줄을 몰랐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연방 외치면서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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