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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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킹키부츠' 정성화 "15cm 킬힐 신고 공연해도 즐거워요"

기사입력 2018.03.13 11:42 / 기사수정 2018.03.13 11:4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정성화가 무대에 등장하니 관객의 호응이 터져 나온다. 누가 봐도 상남자 외모의 그가 하이힐을 신고 드래그퀸 복장을 한 채 여성스러운 몸짓을 취하는 모습이 파격적이다. 여장과 남성의 간극에서 오는 정성화의 반전 매력이 인상을 남긴다.
 
정성화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는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다’, ‘어떤 역이든 잘 소화해낸다’는 말을 듣는 건 굉장한 칭찬”이라며 미소 지었다.

“여성스러운 사람이 롤라를 표현하는 것보다 저 같은 사람이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겉보기에는) 상남자 같은 스타일이고 배도 나오고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관객에게 그렇지 않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것 말이죠.”

비주얼만 여자인 건 아니다. 롤라를 생동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을 연구했다. 그가 포인트로 짚은 건 '중년 여성'이다.

“내게 맞는 여성이 누구일까를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예쁘고 젊은 여성에게는 찾을 수 없더라고요. 중년의 여성들을 재밌게, 또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중년 여성이 가는 백화점 같은 곳을 많이 갔어요. 고층에 올라가면 커피숍이 있잖아요. 여성들이 말을 많이 하는 장소라서 방문해봤어요.

영상 자료도 많아요. 김수미 선배의 영상이 많이 있는데, 리듬이 있는 말투를 참고했죠. 여장이 너무 재밌고 저와 잘 맞아요. 제일 좋았던 건 (관객이) 징그러워하다가도 공연이 끝날 때쯤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일 때예요. 관객이 무장 해제될 때 기분이 좋아요.” 


'킹키부츠'는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작품이다.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레이즈 유 업/저스트 비(Raise You Up/Just Be)' 등 따라 부르기 쉬우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넘버와 배우들의 열연, 엔젤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볼거리를 더한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롤라로 변신했다. 무대에서 어느새 롤라 그 자체가 된다. 남들과는 다르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롤라를 실감 나게 연기한다.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롤라가 나와 잘 맞겠다', '내가 롤라를 표현할 때 잘 하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섹스 이즈 인 더 힐’ 넘버에서 롤라가 가진 끼의 집합체를 보여줄 수 있지 않나 했어요. 그게 확 눈에 들어왔죠. 그때 마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걸리시 댄스를 하는 남자분을 봤어요. 그런 느낌을 이 넘버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욕심이 들었어요. 무조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뮤지컬 ‘라카지’ 때와 결이 비슷한데, 그때는 같은 여장 남자지만 모성애, 아들을 키우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공연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킹키부츠’를 하면 ‘라카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했죠. 그런데 '킹키부츠'를 먼저 본 아내가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그런 이유라면 해야 한다고 조언해줬어요. 꼬리를 내리고 영상을 봤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더라고요.”

150분 동안 즐거운 건 관객뿐만이 아니다. 배우들 역시 에너지를 얻는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퍼포먼스, 롤라는 특히 높은 하이힐을 신고 종횡무진하는데, 체력적인 어려움마저 상쇄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큰 매력이에요. 공연이 끝나면 그로기(groggy) 상태 비슷하게 힘들어요. 힐이 익숙하지 않은 남자가 15cm의 힐을 신고 3시간 가까이 공연하잖아요. 평소에 걸어 다니는 힘과는 다른 근육의 힘이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긴장으로 이어져서 2배의 힘이 들죠.

하지만 막상 공연하면 그 자체가 즐거워 힘든 걸 잊어버려요. 공연이 걱정되고 힘들면 어떻게 하지 하는데 막상 하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지죠. 마취에 들어간 수술환자처럼요. (웃음) ‘킹키부츠’가 그렇게 만들어요.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내 몸만 따라주면 되는 거예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로네뜨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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