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28 02:49 / 기사수정 2009.02.28 02:49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막판 프로농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6강 플레이오프 경쟁 구도가 의외의 변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당초 6강 플레이오프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SK였다. SK는 휴식기 이전까지 엄청난 상승세로 당시 6위에 1게임 차 뒤진 7위까지 올라서며 자리를 위협했고, 후반기에는 전자랜드가 연승 가도를 달리며 상승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상대적으로 부진하던 당시 5위의 창원 LG, 6위 안양 KT&G의 수성 여부와 맞물려 6강 경쟁이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상위권의 부진으로 인한 판도 변화다. 호시탐탐 4강 직행까지 노리던 서울 삼성과 전주 KCC가 최근 나란히 부진에 빠지면서 6강 경쟁을 혼전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여기에 LG까지 더해 공동 3위 세 팀과 공동 6위인 KT&G, 전자랜드의 승차는 고작 0.5게임에 불과하다. 하루아침에 6위에서 3위로, 혹은 3위에서 6위로 처지가 급변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떠들썩한 '대마초 파동'도 빼놓을 수 없다. SK에서 부상으로 퇴출당한 후 대마초 흡입 사실을 시인한 디앤젤로 콜린스 외에도 추가로 테런스 섀넌과 KT&G의 캘빈 워너가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이다.
현재까지 콜린스를 제외한 두 선수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소속팀은 이미 유죄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의 퇴출을 결정한 상황. 이들은 당분간 외국인 선수 한 명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상 구단이 6위 KT&G와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이 남아있는 8위 SK이기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 경쟁 구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변수의 등장으로 인한 각 구단의 표정 변화도 천차만별이다. 갑작스런 부진에 빠지거나 예기치 못했던 외국인 선수의 대마초 파동으로 울상이 된 팀도 있고, 안 그래도 상승세를 타던 중에 호재까지 겹쳐 함박웃음을 짓게 된 팀도 있다.
알 수 없는 부진, '순위 다툼'에서 '6강 사투'로
한동안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삼성은 최근 3연패로 비상이 걸렸다. 부상으로 오랜 기간 결장했던 강혁의 복귀로 기세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그가 복귀한 이후 1승 3패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5라운드 전체 성적도 3승 6패로 최악이었다. 최근 애런 헤인즈의 부진에 전체적인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겹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삼성과 함께 상위권을 유지하던 KCC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재현이 오랜 부상에서 얼마 전 복귀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역시 2연패와 함께 최근 1승 3패의 부진까지 같다. 그나마 5라운드 성적은 5승 4패로 5할 이상을 유지했지만, 지난 25일 KT&G와의 경기에서 2배가 넘는 리바운드를 잡고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팀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이 문제다.
이들 두 팀은 이전까지 줄곧 상위권에 자리하며 비교적 '플레이오프 안정권'으로 평가됐기에 입장이 더욱 급박하다. 한때 2위 울산 모비스를 위협할 정도의 기세를 보이면서 더 유리한 순위를 차지하려는 소소한 경쟁을 펼쳤으나, 이제는 당장 6강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상승세에 호재까지…그야말로 '금상첨화'
전반기까지 8위에 머물며 6강 진입이 멀게만 느껴졌던 전자랜드는 이제 '6강 진출이 가장 유력한 팀'으로 돌변했다. 현재까지 8연승의 파죽지세, 공동 3위에 0.5게임 차 뒤진 공동 6위로 도약했다. '환골탈태'라는 말이 딱 어울릴 법하다. 팀 내 모든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어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한동안 부진을 겪으며 '6강 위기설'이 돌았던 LG도 기세를 추스르고 다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근 연승 과정에서 모두 부진한 팀을 만났기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지만, 일단 침체에 빠졌던 선수들이 연승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소득이다.
이들은 최근 상승세에 호재까지 겹친 운 좋은 케이스다. 상대적으로 부진에 빠진 상위팀 덕택에 올라설 기회를 얻었고, 또 다른 팀은 대마초 파동으로 향후 당분간 외국인 선수 한 명만으로 경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전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물론 기회는 기회일 뿐, 이들이 혹시라도 갑작스런 부진에 빠진다면 한낱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대마초 파동에 '6강행 비상'
KT&G는 후반기 들어 비교적 괜찮았던 분위기에 워너의 대마초 혐의와 관련한 퇴출로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시즌 중반 워너의 부상 공백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며 그의 복귀만을 기다렸는데,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며 아쉽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 안 그래도 열세였던 골밑 싸움에서 워너까지 빠지면서 더욱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가뜩이나 최근 부진하던 상황에서 섀넌의 대마초 혐의로 직격탄을 맞았다. 여전히 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공동 6위와의 승차가 이미 3.5게임까지 벌어져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공격의 핵심이던 섀넌이 빠지고 다른 한 명의 외국인 선수 그레고리 스팀스마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기량을 보이지 못해 공격력 보완이 시급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마초 파동으로 인해 짐을 싸게 된 선수들은 하나같이 팀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던 중심 선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또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외국인 선수를 떠나 보내야 하는 아픔도 크지만, 대체 선수를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에서 이들의 6강 진출 가능성은 더욱 낮게 점쳐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6라운드,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아직 팀별로 적게는 9경기, 많게는 11경기까지 남겨둔 상황이기에 속단은 이르다. 이전까지 승승장구하다가 갑작스런 부진을 겪거나 혹은 연패의 늪에서 극적인 상승세를 탄 경우도 많았기에 그 반대의 상황이 6라운드에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앞날은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그것을 전혀 살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와도 그것을 어떻게 잘 극복해내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최영준의 코트 비전(Court-vision), 농구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코트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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