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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중계석] K-리그에 미칠 '이천수 효과' 4가지

기사입력 2009.02.27 09:59 / 기사수정 2009.02.27 09:59

이우람 기자

 

때는 바야흐로 10년 전. 21세기를 맞이하기 전에 한국사회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Y2K’(a millennium bug )를 기억하시는지. 보아가 아닌, 원더걸스-소녀시대와 나이가 비슷한 독자 분들이라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Y2K’라는 가수가 있었을 정도 화제가 되었던 그 당시는 기존 입력방식이 단순화를 위해 연도 구별을 뒤 두 자리로만 표기했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이 2000년을 1900년과 혼동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던 때였다. 지금 돌아보면 큰 문제없이 해결되고 처리됐지만 당시만 해도 사회적인 이슈로 영화나 소설로도 활용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다.

‘Y2K’라는 단어만큼이나, 지금 다시 들으면 생소한 단어가 ‘밀레니엄’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1000년의 기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있어 보이는’ 실세들의 이름이었다. 유명호텔에서부터 사회 각 계층에서 새로운 세기를 이끌어갈 인재 등에게 ‘밀레니엄 + @’라는 식의 호칭을 붙여주는 것이 대세였다.

별명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2000년대 직전만 하더라도 ‘~~ 특급’라는 식으로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에게만 붙여주기도 했었다. 모두들 다 아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그 예다.

밀레니엄+특급=이천수’라는 등식

그렇게 보면 과거 이천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

특히 지금보다 엄한 군기가 깔려있었고, ‘조용한 품성’이 중요시되던 ‘90년대와 세기말’이 아니었는가. 그럼에도 이천수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화려하고(?) 솔직한 언변으로 사람들의 이름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런 이천수에게 언론과 팬들은 ‘밀레니엄’과 ‘특급’이 합쳐진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화려한 이름을 지어줬다. 2009년 현재 한국축구 아이콘은 ‘해외: 박지성, 국내: 기성용’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만, ‘산소탱크’와 ‘기라드’ 정도이지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포스(!)에 비하면 견줄 바 아니다. 


 
슈퍼맨이 아닌, ‘이천수 리턴즈’ 개봉 임박

서두가 조금 길었는데 그만큼 이천수가 대단한 선수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슈퍼맨 리턴즈’만큼이나 화려한 복귀가 기대되는 '밀레니엄 특급'의 재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서둘러 알리기 위함이었다.

흔히 이천수가 네덜란드에서부터 무너졌다고 하는데, 2007년 당시 이천수가 네덜란드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유럽무대에서도 활발한 움직임과 자신있게 날카로운 슈팅도 뻥뻥 날렸다. 덕분에 당시 SBS-SPORTS에서 틀어주던 페예노르트 중계가 맨유 경기만큼 인기가 많았을 정도였다. 


다만, 교포들도 많지 않은 이억 만리 떨어진 타지에서 수많은 이방인 사이에서 느낀 향수병이 문제였다. 이천수는 축구선수이기도 하지만, 대인관계도 넓은 사람이기도 했다. 

아쉬웠지만, 어쨌든 이천수는 다시 돌아왔고 이제 ‘축구선수’ 이천수만 놓고 보자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 

이천수가 수원에서 작년에 4경기만 나왔지만, 1골도 뽑아내는 등 경기내용은 괜찮았다. 그리고 조국의 품으로 돌아 온지도 벌써 1년. 이번에는 지난 번처럼 '현지 적응' 이런 핑계 자체가 성립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연봉도 많이 삭감되어 남들보다 몇 배 이상의 실적 관리도 올려야 예전의 연봉을 회복한다. 페예노르트 1년, 수원1년, 이제 이천수는 '삼수생'처럼 이제는 뭔가를 해내야 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화려했던 이천수는 탈 많은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2월 26일자로 전남에 자리를 잡았다. 착실히 준비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이 술술 풀린다고 전제했을 때) 이천수의 전남행이 K-리그에 미칠 즐거운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① 더욱 강력해진 전남

- 다양한 공격변화 가능

이천수는 최전방 원톱, 쳐진 공격수, 측면 공격수와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고 거기에 전담 키커까지 가능하다. 특히 A매치와 월드컵 본선에서 검증된 아크 앞 직접 프리킥은 전매특허다.



▲ 이천수의 K-리그 통산 기록, 적어도 2경기에서 1개의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점이 돋보인다.

- 팀 동료들 기회증가 

'빨간 컨디션' 이천수는 전담 수비수를 붙여야 하는 선수다. 기존에 전남에는 끈기와 공을 잘 차는 선수들은 많았지만, 이런 스타는 없었다. 우리는 이천수가 104경기에서 ‘37골’보다는 ‘24’ 도움을 이끌어냈다는 기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돌한 아이’ 이천수? ‘친절한 천수씨’다.




② 전국구 스타가 생긴 전남 홍보팀

그동안 전남은 ‘캐논슈터’ 노상래와 김도근, ‘타이거마스크’ 김태영의 은퇴와 김남일의 이적 후 마땅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다. 대표팀에는 김치우(현 서울), 강민수(현 제주), 송정현, 염동균 등 적잖은 선수가 승선했으나 이른바 빅4(서울-성남-수원-울산) 선수보다 먼저 거론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천수가 지금은 박지성에게 밀렸지만, 어쨌든 K-리그에서 몇 안 되는 이슈 메이커임은 분명하다. 그런 그가 개막전에서 골이라도 넣으면?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해트트릭이라도 작렬시키는 날에는 분명히 스포츠뉴스 1면이다. 2008년 부산의 페넌트레이스는 비록 용두사미에 가까웠지만, 개막전만큼은 득점에 기여한 돌아온 안정환의 중거리 슛으로 그 날 만큼은 주인공이었다. 

또 이천수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체육기자들의 광양출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전남은 자연스레 이천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의 동반 출연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천수가 팀에 기대이상으로 잘 적응할 경우 구단 홍보팀은 지금보다 퇴근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겠다.

③ '절치부심' 선수 본인에게는 

광양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5시간 이상 걸리고, 선수들조차 경기와 연습이 없을 때 심심하다고 이야기할 정도인 작은 도시이지만, 분명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천수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울산 시절, ‘대마왕’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독한 경기력을 뿜어내며 상대 팀을 괴롭혔다. 축구에 전념하면서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자연스레 '대마왕'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자연스레 '허정무호'의 승선 기회도 주어질 것이다. 

④ 신나고 싶은 K-리그 팬들 

여전히 K-리그 팬들은 이천수가 방송을 통해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에게 전한 메시지를 그리워한다. 위 이미지를 보라, 리그가 신명이 난다. 뿐만 아니라, 이천수는 2003년 레알 소시에다드 진출 전에 보였던 세리머니로도 한창 주목을 받았었다.

이천수가 뜨거운 성원을 아끼지 않은 그랑블루와 처용전사들에게는 멋진 예의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긴 글을 줄여본다.

[이우람의 발칙한 중계석]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자연스레’ 스포츠뉴스를 클릭하는 본능이 생겼습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스포츠는 일상이 되었죠. 그래서 우리들의 ‘스포츠뉴스’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 스포츠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편안하게 전해드렸으면 합니다. [엑스포츠뉴스 온라인 편집장]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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