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강릉, 조은혜 기자]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경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팀 종목에서 팀워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인터뷰나 SNS는 그 이후의 문제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을 기록하며 8개 팀 중 7위에 올라 4팀까지 진출 가능한 준결승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1조에서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펼친 한국 대표팀은 4바퀴까지 200m 랩타임을 14초대로 유지하며 달렸다. 이후 두 바퀴가 남은 상황, 가장 앞에서 달리던 노선영이 가장 뒤로 자리를 옮기자 김보름과 박지우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서 달리면서 체력적인 소모가 많았고, 자리 이동으로 상대적으로 스피드를 낮춘 노선영은 갑자기 스퍼트를 낸 김보름과 박지우를 쫓아가지 못했다. 이 때부터 둘과 노선영의 격차가 벌어졌고, 어떠한 대책도 없이 팀이 분리된 채로 두 바퀴를 돈 후 결국 노선영이 4초 가량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의 기록 역시 그만큼 늦어졌다.
팀추월은 세 명의 선수 중 마지막 선수가 들어온 시간으로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레이스를 펼치면서 언제 속도를 올리고, 어떻게 서로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움직임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만큼 앞뒤의 동료와의 호흡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좋은 기록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호흡을 맞춘다는 느낌이 없었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보름은 "스타트에서 지우가 속력을 내고, 내가 50%를 리드하며 선영 언니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게 경기를 했다. 오늘 방법이 세 선수의 최선의 조합이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3분00초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지우가 붙어서 들어왔을 때 2분59초대까지 나왔다고 하더라. 생각보다 기록이 나왔는데, 어쨌든 팀추월은 마지막 선수 기록으로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아쉽다"는 말을 했다. 꼭 팀 기록을 나의 기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김보름이 체력 문제를 지적한 반면 박지우는 전략의 실패를 말했다. 박지우는 "단정 짓긴 어렵지만 작전의 실패라고 본다"라며 "(한 사람이 처지는)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감독, 코치님의 걱정도 이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연맹 착오로 출전과 관련한 홍역을 치른 탓에 상대적으로 훈련이 적고 심리적 압박이 심했던 노선영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어 돌아온 답변은 예상하고 있던 이 우려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세웠는 지가 아니었다. 박지우는 "한 번 밖에 없는 기회인데, 떨어지는 걸 걱정해서 못할 바에 기록이라도 도전해보자 보름 언니와 얘기했고, 선영 언니도 열심히 따라가겠다고 해줬다"며 "그런데 이렇게 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다. 언니가 뒤에 없어서 정말 당황했다"고 말했다.
기록 단축을 위한 방법이 동료를 두고 앞서나는 것이라면 팀추월이라는 종목의 존재 이유는 없어져버린다. 첫 주자가 빨리 들어간다고 해서 기록이 단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록 욕심이 났다면 뒤처진 주자를 밀어주며 함께 달렸어야 했다. 그러나 경기 중에도, 경기 후에도 대표팀이 교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참가 선수들을 통해 올림픽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화합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한국 여자 팀추월에서의 장면은 올림픽이 말하고자 하는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세 선수가 힘을 합치고 서로를 위하는 그림을 보여줬다면 3분이 아닌 5분, 10분을 달렸어도 오히려 박수와 찬사가 쏟아졌을 것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강릉,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