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12 03:05 / 기사수정 2009.02.12 03:05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11일 밤(한국시각),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바로 '캡틴박',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었다. '이란전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지는 못했지만 박지성의 동점골은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터진 그 어떤 골보다도 값졌다.
박지성이 이날 터트린 골은 대표팀 A매치에서 기록한 10번째 골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던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기록한 골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박지성이 지금까지 터트린 골은 모두 박지성 개인은 물론 축구대표팀의 역사를 함께 했던 '가치 있는' 골만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75경기를 뛰면서 기록한 것 치고는 조금 적은 수치일지도 모르지만 골의 의미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순도 높은 보물' 이상의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박지성의 데뷔골은 지난 2000년 6월 7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LG컵 예선 마케도니아전에서 나왔다. A매치 6경기라는 짧은 대표 겅험이었지만 당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테헤란 땅을 밟은 박지성은 1-0으로 앞선 후반 18분, 패널티 지역 정면에서 이천수의 패스를 받아 곧바로 왼발로 가볍게 차 골망을 시원하게 가르며 첫 골을 신고했다.
박지성의 이 골을 발판삼아 대표팀은 마케도니아를 2-1로 이긴 뒤, 결승전에서 이집트를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또한, 박지성은 이 골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지성의 '2-4호' 골은 '4강 신화'로 기억되는 2002 한일월드컵의 과정에서 나왔다. 월드컵 개막 열흘 전, 마지막 평가전 상대로 '유럽 강호'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선택했던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은 마지막 전술 시험에 박지성을 중용하며 기량을 점검했다.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박지성은 잉글랜드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트리며 1-1 무승부를 기록하는데 수훈 역할을 했다. 또,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프랑스를 상대로 감각적인 선제골을 넣으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강호를 상대로 넣은 박지성의 2골은 월드컵 본선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를 갖게 만들었다.
박지성 개인에게 가장 빛나는 골이라 할 수 있는 한일월드컵 본선 조별경기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나온 '4호' 골은 한국은 물론 세계 축구사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영표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이어받아 가슴으로 볼 트래핑을 한 뒤 곧바로 그림같은 발리슛을 터트려 포르투갈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깔끔하게 집어 넣은 이 골은 박지성은 물론 한국 축구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 골로 한국은 사상 첫 월드컵 16강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이탈리아, 스페인 마저 꺾으며 '아시아 국가 첫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시간이 흘러 3년이 지난 2005년 6월에 터진 '5호' 골은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 의미있는 골이었다.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팀의 4번째 골로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현장에서 바로 확정짓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6호' 골은 독일월드컵 본선 조별경기 2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터졌다. 패색이 짙던 후반 35분, 설기현의 크로스에 이은 조재진의 헤딩 패스를 박지성이 감각적으로 달려들면서 지체없이 오른발로 갖다대 골키퍼 바르테즈의 키를 넘기는 골을 기록했다. 비록, 스위스전에서 패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박지성의 이 골은 당시,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었던 값진 골이었다. 박지성 본인에게도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득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명예를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어 지난해 터진 '7-9호' 골은 모두 남아공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핌 베어벡 감독 사퇴 이후, 자칫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고비 때마다 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가 목표하는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의 새로운 희망을 이어가게 만들고 있다.
데뷔골을 터트렸을 때 별명이었던 '미키마우스'에서 이제는 '캡틴'으로 거듭난 박지성. 바뀐 별명이 말해주듯 박지성의 존재는 이제 그 누구도 두려울 것이 없는 위치까지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그의 모든 골이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졌듯, 앞으로 터질 골들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넘어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 축구의 '비상'을 꿈꾸는 의미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진=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린 박지성의 모습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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