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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신인왕 경쟁도 점입가경, 최후의 승자는 누구?

기사입력 2009.02.09 15:55 / 기사수정 2009.02.09 15:55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후반기로 접어든 프로농구 일정과 함께 신인왕 경쟁도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약 열흘간의 휴식기를 끝내고 오는 10일부터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재개된다. 일정의 2/3 이상을 소화한 만큼 각 팀의 막판 플레이오프 경쟁도 치열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을 놓고 벌이는 선수들의 경쟁 또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황금세대'라 불린 지난 2007-2008시즌에 이어 올 시즌 등장한 신인들은 '신(新) 황금세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을 포함해 김민수, 윤호영, 강병현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줄줄이 포진했기에 어느 해보다도 풍년이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만큼은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승진, 윤호영, 강병현 등은 팀 내 출전시간 배분 문제로 활약을 보일 기회가 적었고, 주전으로 나섰던 김민수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애만 태웠다. 그나마 9순위로 선발됐던 창원 LG의 기승호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주목을 받았다.

5라운드에 접어든 지금은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현재 신인왕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전주 KCC의 강병현과 하승진, 그리고 서울 SK의 김민수다. 강병현과 하승진은 같은 팀에서 나란히 뛰며 KCC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고, 김민수는 시즌 초반에 비해 공수에서 모두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모습으로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빠진 자리를 훌륭히 메우고 있다.

▲KCC 돌풍의 주역, '미래의 명콤비'
강병현(전주 KCC) 경기당 평균 8.83득점, 2.97어시스트, 2.89리바운드
하승진(전주 KCC) 경기당 평균 8.21득점, 0.36어시스트, 6.89리바운드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병현이다. 지난 12월 19일 트레이드를 통해 인천 전자랜드에서 KCC로 이적해온 강병현은 유니폼이 바뀐 이후 물을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 팀의 엄청난 상승세의 중심에 서 있었다. 묘하게도 강병현의 이적 이후 원소속팀이던 전자랜드는 부진을 거듭하며 현재 8위까지 떨어져 있어 결과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트레이드와 함께 부상을 입어 약 한 달을 결장해야 했던 하승진도 복귀 후에는 비교적 팀 플레이에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하고 있다. 기대했던 만큼의 괴물 같은 위력은 아니지만, 공수에서 자신의 엄청난 높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팀에 꼭 필요한 보이지 않는 역할을 잘 해내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들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바로 같은 소속팀에서 경쟁하게 된다는 점. 보통 신인왕 경쟁의 경우 한 팀에서 한 명만이 후보로 부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강병현이 연일 맹활약을 거듭하면서 멀어지는 듯했던 신인왕 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했다.

여러 가지 잣대로 비추어볼 때 하승진보다는 강병현이 경쟁에서 다소 앞서있는 느낌이다. 최근 비교적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했던 하승진에 비해 강병현의 경우는 트레이드 이후 본인의 활약뿐만이 아니라 팀 성적까지 확 바뀌었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자랜드 시절 워낙 저조했기에 강력한 경쟁 상대인 김민수에 비해 기록적인 면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면 이마저도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승진은 국내선수 중 리바운드 1위에 올라있는 등 골밑에서 변함없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크게 뒤지는 부분이 없음에도 데뷔 전부터 받았던 기대가 워낙 컸기에 기대만큼은 못 미친다는 점이 걸림돌. 게다가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SK의 든든한 '골밑 지킴이'
김민수(서울 SK) 경기당 평균 12.62득점, 0.89어시스트, 4.92리바운드

강병현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또 한 명의 선수가 바로 김민수다. 시즌 초반에는 본인의 자신감 없는 모습과 바닥을 헤매던 팀 성적 때문에 감히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자신감 회복과 함께 1게임 차 7위까지 치고 올라간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며 두 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무엇보다 김민수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기록이다. 올 시즌 신인 중 유일한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리바운드도 평균 5개 가까이 잡아내면서 하승진에 이어 신인 중에서는 2위다. 최근 경기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 불안마저 말끔히 해소하면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전반기 막판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빠졌음에도 SK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김민수의 든든한 골밑 장악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가장 돋보이는 기록을 내고 있음에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소속팀 SK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다. 현재 17승 20패로 7위에 올라있는 SK는 18승 19패로 6위인 안양 KT&G에 1게임 차로 따라붙고 있는 상황. 기세를 감안할 때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커보이지만, 6위에 올라서더라도 막판까지 진출 여부를 놓고 혈투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휴식기를 통해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는 점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만은 틀림없지만, 팀 조직력이나 사기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플러스 요인이 되란 법은 없다. 팀 성적과는 별개로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던 때에 비해 김민수 자신의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것 역시 불가피할 전망.

그럼에도 현재까지 그의 활약상이나 인상, 기록 등 무엇으로 평가해도 그가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신인으로서 올스타전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린 것만 보더라도 김민수는 이미 충분히 그 실력과 활약을 인정받고 있다.

▲반전을 노리는 다크호스들, 막판 분전이 변수


기승호(창원 LG) 경기당 평균 7.72득점, 0.61어시스트, 2.44리바운드
윤호영(원주 동부) 경기당 평균 5.43득점, 1.05어시스트, 3.49리바운드
차재영(서울 삼성) 경기당 평균 6.14득점, 0.69어시스트, 1.36리바운드

유력한 후보 외에 호시탐탐 반전을 노리는 다크호스들도 있다. 창원 LG의 기승호와 원주 동부의 윤호영, 서울 삼성의 차재영 등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앞선 후보에 비해 눈에는 덜 띄지만 각자 나름대로 소속팀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며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이 막판 많은 기회를 부여받으며 분전을 펼친다면 대반전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기승호는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대활약으로 지난 시즌 함지훈에 이어 드래프트 후순위 돌풍을 이어갈 주역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한때 두 자릿수 득점을 꾸준히 유지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완만하게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 시즌 초 이후에는 마땅히 주목받을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도 그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윤호영은 '성장이 너무 더디다'는 평가와 함께 신인왕 경쟁에서는 거의 배제되는 분위기였으나, 김주성의 부상 이후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며 기회를 잡았다. 이따금 놀라운 득점력과 꾸준한 골밑 수비력을 발휘하는 그는 앞으로의 활약 여부에 따라 본격적인 신인왕 경쟁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만간 이루어질 김주성의 복귀는 윤호영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차재영 역시 현재 모습만으로는 신인왕 투표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2, 3쿼터에 많이 출전해 팀 공격의 활로를 여는 등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벤치 멤버로 자리 잡았지만, 주전 자리에서 뛰는 경쟁자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것이 사실. 다만 최근 경기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그의 입장에서 볼 때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사진=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되고 있는 김민수와 강병현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최영준의 코트 비전(Court-vision), 농구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코트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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