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이렇게 웃음을 담당했던 문래동 카이스트에게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알고 보니 아들이 있었고, 그 아들에게 간 이식이 필요했던 것. 카이스트는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간 이식을 해준다. 카이스트는 아들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끝내 아들과는 엘리베이터에서의 짧은 만남이 끝이었다. 심지어 원래 있던 곳이 아니라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기까지 한다.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의 아쉬운 퇴장. 시청자들은 '카이스트 도다와(카이스트 돌아와)'라는 댓글로 그와의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박호산은 "13화 대본을 받고 그게 끝이라는 걸 알았다. 당시에는 슬펐다. 그러나 재소자다운 결말이었다. 내가 작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3화를 남기고 떠났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제 편이 되어주고 '도다와' 해주셔서 사랑받는 느낌을 제대로 느꼈다. 지금은 '나를 위한 제작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 신은 박호산의 연기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혀 짧은 발음을 숨기려 하고, 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터뜨린 눈물은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혀 안 짧아 보이려는 노력이 보일까? 걱정했어요. 또 신파로 가는 게 너무 싫었어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혹감과 '그 사람이 아니어서 죄송하다'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죠. 김선영과의 병실 신에서도 죄를 뉘우친다, 아들을 향한 부정을 보여준다? 이러면 바로 (범죄자) 미화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제작진이 배려해준 덕분에 캐릭터를 밀고 나갈 수 있었죠."
실제 아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버지다. 큰아들은 현재 복무 중이고, 둘째 아들은 갓 성인이 됐다. 박호산은 "군대에서도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봤다더라. 아들이 자랑스러워해서, 많이 뿌듯하다. 둘째도 많이 좋아한다. 최근에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서 내게 전화해서는 '카이스트 말투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해달라'고 하더라. 카이스트라는 배역 하나가 나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많은 걸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출연 이후 회사로 대본도 많이 들어오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박호산은 초연했다. "그건 카이스트에 대한 열광이지 저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대학로에서 20년 이상 사랑받았음에도 '무명'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전혀 없다. 되려 "나는 TV에서는 신인이라는 마음"이라는 박호산이다.
"저는 지금 사랑받고 유명해진 것도 행복하지만, 지난해 7월 카이스트 배역을 정하고 신원호 PD와 악수했을 때. 그때가 더 행복했어요.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작품 들어갈 때의 설렘, 잘해보자는 각오가 너무너무 행복해요. 지금은 조금 불안한 종류의 행복이죠. 감사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질 걸 잘 알고 있어요. 내가 못한다면, 내 다음이 썩 좋지 않다면 한순간에 사라지리라는 걸 알고 있죠.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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