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13 18:00 / 기사수정 2009.01.13 18:00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WBC 불참과 국가대표 은퇴를 밝히는 박찬호의 음성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을 적셨다. 그렇게 그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코리안 특급' 의 눈물
강추위가 이어지던 13일 오전, 박찬호의 기자회견장은 국내 언론사의 취재열기로 뜨거웠다. 그 가운데서 집중을 한 몸에 받은 박찬호는 담담하게 기자회견에 임하던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참아내지 못했다. 장내는 숙연해졌고, 쏟아지던 카메라 플래시마저 잠잠해졌다.
지난 1994년 LA 다저스 입단 이후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한 박찬호는 '영웅' 이었다.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서 10승 이상을 올리던, 한국 야구의 자랑이었던 것이다. 부상으로 인해 부진을 거듭하던 시절에도 박찬호는 좌절하지 않았으며, 국민들 또한 끊임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이로 37세의 노장이 된 영웅은 당당함 대신 아픈 기억을 가지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들을 스스로 털어놓던 영웅은 국민들을 향한 미안함을 솔직히 드러냈다. 진심이 묻어나오는 눈물이었다.
'국민타자' 의 눈물
지난해 8월, 대한민국을 온통 야구열기로 가득하게 만들었던 베이징올림픽. 그곳에도 영웅의 눈물이 있었다.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의 눈물이다.
이승엽 또한 박찬호에 버금가는 영웅이었다. 일본 무대에서 당당하게 홈런포를 날리던 이승엽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스타였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구단에서 4번타자로 활약한다는 사실은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2군 강등이라는 시련이 닥쳤고, 올림픽 무대에서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련은 잠시, 이승엽은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결승홈런을 날리며 다시 영웅의 모습을 되찾았다. 국민들에게 무한 감동을 선사했던 그였다.
경기가 끝난 뒤, 한 방송사의 인터뷰에 응하는 이승엽에게는 당당함이 가득할 것 같았다. 보란 듯이 홈런을 날려 자신의 진가를 멋지게 입증한 순간이었기 때문. 그러나 이승엽은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이승엽 역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것이다. 영웅이 짊어진 중압감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기대에 부응하려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민들에 대한 책임감이란 그렇게 무거운 것이다.
최근, 나라를 위해 힘써야 할 사람들이 국민들을 실망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들 중에 누구하나 국민들에 대한 사과를 하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과연 그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진심이 담긴 영웅의 고백, 그리고 눈물. 'The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한 영화의 대사가 떠오르는 현장이었다.
[사진 = 기자회견장의 박찬호 ⓒ 박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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