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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인터뷰] 박지현, 차가움 속 해맑음을 코트에 수놓다

기사입력 2008.12.31 00:41 / 기사수정 2008.12.31 00:41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무뚝뚝하다는 얘기도,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도 어쩌면 그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스쳐 지나가듯 봤을 때의 경우다. NO.37이라는 등번호를 달고 있는 박지현. 그는 코트에서 농구공 하나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때로는 용병들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가는 지극히 평범한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다.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된 인터뷰. 그 시간 전까지 선수들은 연습 전 휴식으로 자고 있었다. 결국 기자가 인터뷰로 그의 단잠을 깨운 셈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눈을 비비던 그는 자리에 앉자 이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똘망똘망한 눈으로 인터뷰에 응할 준비를 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일상이 된 그 모습은, 프로라는 이름표를 단 사람다웠다.

처음부터 버저비터로 진 경기를 꺼내는 것이 조금 미안했지만, 그는 아쉽다는 듯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Q : 그동안 했던 경기 중에 버저비터를 맞은 경기가 KT&G, 그리고 모비스랑 할 때였는데. 공교롭게도 두 경기 다 졌어요. 어느 경기가 더 아쉬웠는지?

박지현 (이하 박) : 두 게임 다 이기고 있다가 4쿼터에 맞고 졌어요. 전 KT&G와 했던 때가 더 아쉽지 않았나 해요. 모비스 같은 경우는 그랬던 게 우리도 잘했으니까. 결과가 좀 안 좋게 나온건데... . 두 게임 다 크게 기억에 남고 그러진 않았지만, KT&G전 때는 이겼다고 방심했을 때 넘어갔기 때문에. 그런 면으로 좀 아쉬웠달까요.

Q : 지난주는 이틀에 하루 경기가 있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어요. 체력적으로 좀 힘들었을 것 같은데

박:  다른 팀들도 다 촉박한 일정이 있어서 이겨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는 1라운드에 성적이 좋아서 좀 해이해졌지 않았나 해요. 저희 팀이 비시즌 동안 전술훈련도 많이 하고...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부담은 없어요. 단지 좀 나태해지지 않았나....싶어요.

Q : 23일 치렀던 오리온스전은 참 아까운 경기였어요. 그리고 4쿼터 때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났었는데, 아쉬웠을 것 같아요

박 : 마지막 파울 때 승현이형의 노련미에 말려든 것 같아요. 승현이형이 파울 당할 때. 근데 저는 거의 파울성이 없었는데.... 파울이라고 판정이 났어요. 아쉬운 게임이죠.

Q : 25일 창원 홈 경기가 성탄절이었는데. 그날은 이겼어요. 그땐 꽤 기뻤을 것 같아요

박 : 성탄절이고, 창원 홈경기고, 그날 또 관중이 많이 들어와서 선수들도 기분 좋았고. 그때 연패를 타고 있어서 홈경기만큼은 팬들을 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기도 이기지 않았나 해요. 그날 경기 내용은....쉽게 이길 수 있었던 걸 마무리가 좀 안 좋았는데 이겨서, 아쉽긴 해도 그런 경기를 좀 줄일 수 있는 경기를 많이 해야죠.

Q : 이번주 목요일은 전자랜드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특별히 대비하는 게 있나요

박 : 높이가 높아져서, 장훈이형 영입으로 높이가 많이 생겨서 수비에서 좀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어제 오전에도 그런 부분에서 준비를 많이 했었고요.

Q : 기승호, 이지운. 이 신인선수 두 명이 팀에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어요

박 : 정말 알짜가 들어온 거 같아요. 초반엔 승호가 잘했고 2라운드엔 지운이가 잘했고. 가면 갈수록 두 신인이 좀 더 보탬이 될 것 같고요. 경험이 쌓이면서 노하우가 생기면 앞으로 좋은 선수들이 될 거에요.

Q : 창원은 관중이 정말 많아요. 경기할 맛이 날 정도로

박 : 원정을 가서 관중을 보면 저희 팀만큼 많은 사람들을 못 본 것 같아요. 저희 팀 팬분들은 열정이랄까? 관심 같은 것도 대단하고. 저도 다른 팀에 왔다가 와봤지만.... 대구도 관중이 많긴 하지만, 창원은 가족단위도 많고 많이 오세요.

홈경기 같은 경우엔 게임을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했다, 라는 그런 얘기를 듣는 게 중요해서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창원에서 게임을 하게 되면 좀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 포인트가드로서의 자신의 장점을 얘기해본다면

박 : 없는데.... (웃음) 음.....(잠시 생각하다가)다른 팀 가드보다는 신장이 크고, 코트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제가 맡는 선수들은 다른 팀 경기하는 것보다 제가 맡았을 때 그 사람이 좀 기록이 안좋게 나타나게끔 수비를 신경을 많이 써요. 그게 장점인 정도.?

Q : 그럼 단점이라면?

박 : 단점은, 많죠(웃음) 게임 리딩 문제에서 아직 좀 부족한 것 같고. 나름대로.. 다른 팀의 희정이형이나 승현이형 같은 경우 게임을 보면 리딩 능력이 좋은 것 같아요. 속공을 할 때 안 할 때, 지공 플레이 할 때, 패턴 플레이 할 때 등등.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딱딱하고, 때로는 기억하기 싫은 얘기에도 그는 조근조근 대답을 해 주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막힘없이 얘기하는 그는, 이제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 봐도 되겠느냐는 말에 쑥스럽다는 듯 웃음부터 지어 보였다.

 

Q : 머리스타일이 이색적이다. 본인이 직접 손질하는지?

박 : 그때 팬들이 파마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예전에 한정훈 선수가 있을 때 그 선수가 호일 파마를 하고 왔어요. 근데 그게 너무 예뻐보이는 거에요 (웃음)
 
그래서 저도 했는데, 지금까지 잘하고 있고... 농구를 하면서, 그때 옛날엔 게임을 많이 못 뛰었고, 나란 선수가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출장시간이 적다 보니까 헤어스타일이 좀..그랬는데. 재미라면 재미죠. 팬들 보시기에....

농구장에서 염색을 할 수 없으니까. 파마하려면 머리 더 길어야 되요(웃음)

Q : 어렸을 때부터 농구선수를 하고 싶었는지

박 : 솔직히. 야구나 축구를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애들이랑 같이 놀 수 있는 게 축구 야구였으니까 그게 하고 싶었는데, 학교에 농구팀밖에 없었어요. (웃음) 처음엔 안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해보라고 해서. 코치님 인상이 되게 무서워서, 그 카리스마에 예 하고 운동을 하게 됐어요. 근데 지금은 그 코치님에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 농구하는 것을 후회한 적은 있는지

박 : 한번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처음 왔을 때, 1학년 때, 4개월 정도가 힘들었었어요. 그만두고 싶다, 나 왜 이렇게 농구를 힘들게 하나, 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학교까지 찾아오시고.

그런 모습에 뉘우치고…그때 그만뒀으면 많이 후회했겠죠. 잠깐을 못참고 뛰쳐나갔으니까....부모님이 저를 많이 잡아 주셨던 것 같아요. 철없을 때,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Q : 실제 자신의 성격은 어떤지.

박 : 내성적이긴 한데 친해지면 말이 많고. 좀 조용한 편이에요. 친한 사람들 말고는 말수가 좀 적은 편이고, 친한 사람들 앞에선 말도 많이 하고.

Q : 경기를 뛰며 정말 즐거웠던 때가 있다면.

박 : 02-03시즌 전기리그 우승할 때.

그땐 게임을 많이 못 뛰었는데 첫해, 전기리그 우승을 했으니까. 이기는 게임이 많아서 농구하면서 이게 농구구나. 아 이래서 즐겁고 기쁜 거구나...이런 느낌이구나.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Q : 포인트가드의 매력을 얘기해본다면

박 : 코트에서 사령관이잖아요. 지휘를 하고, 말을 많이 해야 하고, 내가 시켜야 하고 조율을 해야 하니까. 남들이 봤을 때.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봤을 때 지휘자니까, 게임을 조율하는 게 가드니까.

전체적으로 포지션으로도 중요하지만, 가드가 그런 면에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Q : 농구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 자신감? 몸 관리. 팬들에게 보여야 할 마인드. 팬들에게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하고, 거친 행동이나 말 등도 조심해야 하고. 일단 공인이니까...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없으면 선수들도 필요 없으니까. 좋은 모습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Q : 지금까지 팬들에게 받았던 선물 중 좀 의외였거나, 인상에 남았던 게 있다면?

박 : 레고장난감, 캐릭터가 하나씩 있고 상자마다 소방차 등등 그런 게 레고로... 노래 씨디랑 해서 주셨던 분이 있어요. 음....목도리도 있고, 시합 끝나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다 기억에 남아요.

Q : 이제 곧 새해인데, 새해맞이로 팬들에게 한마디

박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연말이니까 학생들은 공부 열심히 하시고 수능 마치신 분들은 대학, 직장인분들도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엔 항상 좋은 일, 건강하시고. 특히 감기 조심하시고요. 새해엔 또 체육관에 오셔서 응원하는 게 스트레스도 많이 없애고 좋을 거에요 (웃음) 저희 팀 응원 많이 해주세요.

특히 현민이 올스타전 투표 많이 해주세요(웃음)

 

인터뷰 후 잠시 사진촬영을 할 때였다. 무뚝뚝하다, 차가워 보인다 등의 이미지를 조금 바꿔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손으로 귀엽게 하트를 그리는 포즈를 요청해 보았다. 역시나 창피한 듯 얼굴을 가리며 웃던 그는 곧 특유의 환한 미소로 요청에 응해 주었다. 찍고 나니 완벽한 하트 모양은 아니지만 뭐 어떤가.

30분간의 인터뷰 시간 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그는 테이핑을 하러 돌아갔다. 이야기에도 그랬듯이 자신은 말이 별로 없지만, 친한 사람들과는 말이 많아진다고 했다. 실제로도 코트에서 선수들과 얘기할 때 보는 그는 차가워 보이는 듯한 이미지는 어느새 없어지고 해맑은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인터뷰하던 내내 조용조용하고 자근자근 했던 대답과 가끔 보여주던 수줍은 미소가 어쩌면 정말 친해진다면 좋을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했다. 앞으로도 항상 코트에서 차가움과 밝음의 매력있는 공존을 수놓으며 내달릴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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