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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꿈을 찾아 떠난다'…감독 사퇴 공식 발표

기사입력 2008.11.27 17:39 / 기사수정 2008.11.27 17:39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떠납니다.'

항상 운동복 차림이었던 김학범 감독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섰고, 안경까지 끼고 자리에 앉았다.

목이 타는 듯 연신 물을 들이켰고, 들어설 때 부터 상기되었던 표정은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로 바뀌었다. "양복을 입고, 인터뷰를 하니 참 갑갑하다."라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한 김학범 감독은 "축구 외적인 이유로 인터뷰 자리에 앉기는 처음이다. 많은 시간 인터뷰를 해왔지만 오늘처럼 떨리지는 않았다." 며 타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며 말문을 연 김학범 감독은 "성남일화에 98년 9월 18일에 처음 이 자리에 들어와 10년 하고도 2개월, 보름이 지난 오늘까지 많은 것을 느끼고 누렸고, 배우며 지내온 세월이었다. 99년을 시작으로 01~03년 까지 돌아가신 차경복 감독님을 도와 우승을 했었고, 06년에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많은 시간을 우승하는데 보냈다."는 말로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지나고나면 참 빨리 지난다는 걸 느꼈다. 처음 들어올 때 검었던 머리에 흰머리가 듬성듬성 났다. 30대에 들어와 불혹의 나이를 성남 일화에서 다 보냈다. 이제 그 것을 해보려고 한다." 며 한참동안 말문을 잇지 못한 김학범 감독은 "오늘로서 성남 일화를 완전히 떠난다는 말씀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하게 되었다." 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에 대한 이유로는 "그동안 팀을 맡아 오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지만, 이번 후기리그 들어 무너진 선수단을 빨리 제자리로 돌려놓고 못했고 그것이 나의 한계라고 느꼈다. 해보고 싶었던 공부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구단에 전달했고, 구단에서 들어줘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으려고 하기도 한다."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들었다. 

10년 간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경기를 치를 때마다 느꼈던 공부에 대한 필요성과 감독이 된 후 더욱 없어진 시간과 중압감으로 지휘봉을 놓게 된 김학범 감독은 이어  "그 동안 모자란 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박규남 사장 이하 전 구단 직원과 코칭스탭, 믿고 따라준 선수와 일당백의 열정을 가진 서포터즈를 비롯한 성남의 모든 팬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을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응원해 준 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김학범 감독은 "오늘 이후로 구단을 깨끗히 떠나지만,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은 구단에서 지원을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구단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99년, 정규리그에서 꼴찌로 시즌을 마감한 뒤 FA컵 우승을 하던 날, 선수, 서포터, 차경복 감독을 비롯 구단 전직원까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었던 일과 01년 첫 우승, 본인이 감독을 맡고 처음으로 우승했던 05년 후기리그. 그리고 06년에 들어올렸던 챔피언 트로피가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학범 감독은, 04년 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원정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홈에서 참패를 당해 우승하지 못했던 때와, 지난 시즌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가고도 포항에 2연패를 당해 우승 하지 못했던 때를 아쉬운 때로 지목하면서도, 항상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울 뿐이지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간에 떠돌던 이동국 영입과 관련된 불화설에 관해서는 "감독이 원치 않는 선수는 OK 사인이 떨어질 수 없어 영입할 수 없다."라고 말한 뒤 "이동국은 좋은 선수고 성남에 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밖에서 보이는 것 처럼 스타 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훈련을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빨리 적응을 시켜 플레이 오프에 뛸 수 있게 했어야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감독의 능력 문제와 함께 본인의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고 생각한다. 불화는 없었다."며 그 동안의 불화설을 일축했다.


또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 김학범 감독은 "성남이 명문 구단으로 더욱 거듭나려면 마음 놓고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야 한다. 용인에 숙소가 있던 시절은 숙소는 열악했지만 항상 운동에는 걱정이 없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구단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선수들이 걱정없이 훈련할 수 있는 공간만 마련된다면 어느 감독이 오더라도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떠나는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 동안 너무나도 사랑해주시고 도와주셨는데, 잠시나마 못만나게되어서 아쉽다. 다음에는 진짜 좋은 모습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겠다. 고맙다."라는 마지막 말로 성남 일화를 떠나는 김학범 감독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와 뒤에서 지켜보던 송명원 코치 이하 모든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일부 구단 직원은 눈물을 보이며 이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성남 일화는 12월 3일로 예정되었던 마무리 훈련을 27일부로 마감하고, 새 감독 인선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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