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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제외시킨 AFC의 이중적 태도

기사입력 2008.11.27 01:28 / 기사수정 2008.11.27 01:28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지난 25일 밤(한국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08 AFC(아시아축구연맹) 어워드' 올해의 선수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세르베르 제파로프(26)가 선정됐다. '왼발의 달인' 히바우도(36)의 현 소속팀으로도 유명한 부뇨드코르 소속의 제파로프는 팀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과 조국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화려하게 끝이 났지만 남자부문 올해의 선수 선정을 두고 이번에도 많은 말이 오갔다. 이웃나라 일본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일본의 월드컵 지역 예선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엔도 야스히코(28)의 탈락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최종 성적표만을 놓고 봤을 때 엔도는 올 시즌 제파로프 보다 나은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AFC는 올해의 선수 집계 기준으로 월드컵 아시아 예선, 올림픽 경기, 챔피언스리그와 AFC가 주관하는 컵 대회에서의 활약을 점수로 매기는 제도를 채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프리미어리그(EPL) 일정으로 인해 불참 의사를 밝혔던 박지성(27)의 후보 탈락 이후 확정된 제도다. 오직 아시아 지역에서만 활동하고, AFC 주관 대회에서 확실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 상을 수여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산소탱크’ 박지성은 올해의 선수 후보에서 매번 제외돼 왔다. AFC의 이 같은 선정 기준은 지금도 적잖은 비판을 받고 있다. 선수의 실질적인 기여도를 배제한 채 몇몇 경기에서의 반짝 활약이 큰 점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국 리그에서 부진하더라도 AFC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AFC의 이 같은 조치는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안방에서 K-리그보다 머나먼 잉글랜드에서 펼쳐지는 축구 경기를 보다 많이 접할 수 있는 요즘, 아시아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그들의 노력과 공로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마냥 비판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가 제아무리 아시아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들 UEFA(유럽축구연맹)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1) 혹은 AC밀란의 카카(26)에게 올해의 선수상을 수여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지성, 나카무라 순스케, 이영표 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아시아 선수들 위주의 시상식을 치러 온 AFC가 EPL의 아시아 개최에는 찬성 입장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AFC가 정작 EPL의 아시아 지역 개최에는 매우 호의적인 것이다.

이는 최근 AFC 모하메드 빈 함맘 회장의 발언에서 확인할 있다. 그는 "EPL의 아시아 개최 계획이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시아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누가 보아도 EPL의 아시아 진출은 득보다 실이 많은 프로젝트다.

TV를 통해 중계되는 경기만으로 아시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EPL이 직접 아시아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모든 관심은 아시아가 아닌 유럽으로 쏠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유럽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들을 배제하면서도 유럽 축구의 상업성을 이용하려는 AFC의 이중적 태도를 보고 있자니 씁쓸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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