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4 12:09 / 기사수정 2008.11.24 12:09
[엑스포츠뉴스=이천우기자]성남에겐 쓰디쓴 한 판이었다.
23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북 현대와의 6강 PO 전은 성남에 중요한 승부였다. 후기리그 막판 서울과 전북에 패하며 3위까지 미끄러졌던 성남이 명예회복 할 수 있는 절호의 호기였다.
그러나 성남은 선제골을 넣고도 전북의 분위기에 말리면서 후반전과 연장전에 최태욱과 루이스에게 실점했다. 결국, 성남의 질주는 6강 PO 전에서 끝나버리고 말았다.
2008시즌 시작 전 성남은 세간들의 우승후보로 뽑히며 전통의 명가였다. 그러나 조기에 탈락한 이유는 왜일까?
복합적인 원인이 많겠지만 첫째로 두두와 모따의 침묵이다. 모따는 리그에서 7월 12일 광주 전 득점 이후 길고 긴 잠에 빠졌고 두두도 23일 득점은 거의 한 달 반 만에 득점이었다. 이날 6강 PO 전에서 모따-두두는 나란히 각각 4개의 슈팅을 날리며 성남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유효슈팅이 두 선수 통틀어 단 한 개에 그치며 예전만 못한 파괴력이었다.
성남의 키 플레이어인 두두와 모따는 여전히 위력적인 연계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에 요주의 대상이었지만 어려운 경기운영 속에 마침표를 찍어주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쉽다. 더불어 이동국의 예상치 못한 근육부상도 성남에겐 악재였으며 주로 후반에 교체 투입돼 수비진을 교란하던 최성국의 이탈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두 번째론 급격한 체력저하를 꼽을 수 있다. 박진섭-김영철-조병국-장학영의 플랫4는 시즌 동안 상대에게 까다로운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날 전북과의 연장전에서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결국은 루이스에게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한때 철의 플랫4로 불리며 강력함을 자랑했던 수비라인. 이젠 김학범 감독도 새 얼굴을 기용해 미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영입된 이정열이 부상을 안고 뛰던 박진섭 대신에 후반종료 직전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이정열은 경기감각이 떨어져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했다.
K-리그에서 한 수 위의 경기력으로 항상 상위권을 점했던 김학범 감독의 성남. 전북과의 일전은 성남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 판이었다. 소수정예들로 팀을 꾸려나갔던 현재와 달리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김상식, 박진섭, 김영철 등 성남의 허리와 수비를 책임지던 선수들의 노쇠화와 함께 이동국, 이정열, 아르체 등 영입선수들의 부진은 이날의 결과를 가져왔다.
2009시즌을 준비하기 전 외부 선수의 영입으로 팀 전력이 강화되겠지만 언제까지나 선수 영입으로 전력 증강에 힘쓸 수 없다. 기존의 유망한 선수들을 제2의 장학영, 제2의 김상식으로 육성해 성남의 밝은 미래를 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남의 패배에는 그늘진 그림자만 있었던 건 아니다. 후기리그 들어 5골을 작렬한 한동원이 성남의 미래로 떠오르며, 그나마 하나의 희망을 제시한 것이다. 2007년 성남으로 건너온 그는 작년까지 상당히 부진했지만 올해엔 한층 더 영리해진 플레이와 많은 활동범위를 앞세워 준수한 활약을 했다. 전북 전에서도 김정우와 함께 확실한 역할분담으로 공격진에 힘을 실어줬다. 김정우 역시 연장전 체력저하로 김철호와 교체될 때까지 적극적인 공수가담과 안정된 볼 배급으로 엔진 역할을 충실히 했다.
'K-리그의 두뇌'로 대표적인 지략가인 성남 김학범 감독에게 전북 전 패배는 쓰라린 상처가 아닌 두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라 할 수 있겠다.
[사진=성남일화 선수들 (C) 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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