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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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올해는 이렇게 합시다

기사입력 2005.03.25 05:54 / 기사수정 2005.03.25 05:54

윤욱재 기자


프로야구 개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항상 이 맘 때면 '가슴이 설렌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게 됩니다. 해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그 설렘이 배가되었습니다. 왠지 이번 시즌은 뭔가 다를 것 같은 느낌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느끼는 감정인지 야구계에선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감히 몇 자 적어봅니다. 그리고 부탁도 드려봅니다. '올해는 이렇게 합시다.'


기회를 잡읍시다


☞ 지난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아실 겁니다. 선수들과 구단을 포함한 야구 전 관계자들에겐 올해가 팬들에게 진정으로 고개숙여 사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 올해는 호재가 많습니다.

먼저 한국야구 100주년입니다. 게다가 아시아 4국이 만나 아시아시리즈도 개최합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내년엔 예정대로라면 야구월드컵이 열립니다. 야구붐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그리고 각 구단 전력이 많이 평준화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4강 다툼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 같습니다. 물론 2001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습니다만 3강이 너무 일찍 갈리는 바람에 재미가 적었었죠. 하지만 올해는 1위부터 8위까지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전력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또 변수도 많습니다. 치열한 순위다툼 만큼이나 전국적으로 관중몰이하는데 더 좋은 게 있을까요? 아무튼 올해는 일찍 낙마하는 팀이 극히 적을 것 같습니다.

'부산갈매기', '연안부두', '남행열차' 그리고 '사랑은 아무나 하나'까지. 올해는 이 주옥같은 명곡들을 함께들을 기회입니다.


미리 준비합시다

☞ 올해 걱정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지난시즌 8월 후반부터 내야응원을 부활했던 두산이 올해도 내야응원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잠실구장의 그물망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비록 지난해엔 큰 사고가 없었지만 올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 사고가 없었기에 아무런 말이 없지만 정작 사고라도 생긴다면 그 사고 하나가 심하게 부각되어 내야응원을 철폐하라는둥 그물망을 다시 올려야한다는둥 무수한 말들이 쏟아질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지금 이 시점에선 아무도 하지 않을까요? 꼭 일이 벌어져야 말할 수 있는 건가요?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이기도 합니다. 항상 무슨 일이 생겨야 그 다음에 여론이 모아지고 대비책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먼나라 이야기가 되버리지요.

최소한 우리 야구계만큼은 이러지 맙시다. 아시다시피 지금부터 대비할 수 있지 않습니까? 사고가 생겼을 때는 시간도 촉박할 뿐더러 여론 악화가 극에 달하기 때문에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비합시다. 이건 구단관계자나 관중 여러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것은 아직 일부 구장에 국한되어있지만 이럴 때 대비하지 않으면 전국 모든 구장의 그물망이 사라지는 그 날은 오지 않습니다.

☞ 兵風은 아직 저물지 않았습니다. KBO의 탁상행정을 지켜보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기 보다는 단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병역비리의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또 한번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야구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나설 때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수수방관할 순 없지 않습니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어떡할거죠?

미루면 미룰 수록 짐만 커질 뿐입니다. 이건 단순한 '벼락치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오랜 기간동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를 판인데 팔짱만 끼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 올해는 한국야구 100주년이고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었다고 하지만 왠지 내용이 부실해 보입니다.

행사 계획을 들여다보면 시간에 쫓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100주년이란 타이틀치고는 너무 평범하지 않습니까? 저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100주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뜻깊은 한 해로 남기길 원했더라면 최소한 몇 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랬더라면 좀 더 참신하고 알찬 아이디어들이 나왔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팬들의 참여가 있었으면 더 큰 의미가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이 세상에 아이디어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자기들끼리 결정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프로야구 30주년이 되는 그 날엔 속이 꽉찬 행사들이 계획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합시다

☞ 지난해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들은 지우고 싶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일들을 거울삼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서재응, 장종훈, 정민태, 정민철, 진필중, 정수근, 홍현우, 최익성, 이상목…….

팬들이 여러분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 마지막으로 임수혁 선수 기억합시다. 비록 지금은 병상에 누워있지만 우리 마음속에 당신은 영원한 선수입니다. 당신의 쾌유를 비는 날이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기자
사진 / 각 구단 홈페이지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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