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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①] 이병헌 "치우침 없던 감정, 처음 겪어보는 경험" (인터뷰)

기사입력 2017.10.03 06:35 / 기사수정 2017.10.03 00:3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의 묵직함을 안고 돌아왔다.

3일 개봉한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병헌은 순간의 치욕을 감내하더라도 임금과 백성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여의 긴 촬영 기간을 거쳐 와성된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된 이병헌은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아요"라며 "호흡이나 속도, 관객들에게 주려고 하는 이 영화의 감성 같은 부분이 그렇죠"라고 평했다.

영화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과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의 팽팽한 대립이 주를 이룬다. 그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조(박해일)와 점점 거세지는 청의 압박 속에서 긴장이 더해진다.

이병헌은 "초반에 시나리오를 보고, 또 리딩을 했을 때 워낙 힘든 어휘도 많고 아주 생경한 단어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대본을 볼 때 자세가 약간 달랐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많은 양의 대사들을 내가 다 소화해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했나 봐요. 그래서 특별히 대사를 외우는 데 너무 힘들었거나 이런 것은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도 작품 자체가 자신에게 주는 울림이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 된다. 이병헌은 "슬픈 영화라고 해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한산성'의 경우에는 그 울림이 어떤 슬픈 영화보다도 깊고 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남한산성'을 통해 처음 느껴보는 감정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도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침이 없었죠"라고 운을 뗀 이병헌은 "다 읽고 나서도 '그래서 나는 도대체 누구에게 마음이 가야 하지?' 생각했을 때 그 치우침이 전혀 없었다는 게 정말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우려도 됐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고 한 쪽으로 치우치는 감정 이입이 없었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정말 위험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누군가에게 감정 이입이 되고, 선과 악이 있고 그것을 응징해나가는 재미로 보면서 그렇게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해 끝까지 가게 되는 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했거든요"라며 "그렇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또 이 시나리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남한산성'을 함께 하는 내내 이미 지나가버린 역사라는 사실이 이병헌의 마음을 울렸다. 이병헌은 "가상의 이야기거나 엔딩을 우리가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있었던 사실이기에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얘기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던 감정이었지만, 최명길을 연기하면서는 '백성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만큼은 최명길의 생각에 동의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난리인 와중에,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어요. 그게 최명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라는 말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병헌은 "이 영화가 답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고 '남한산성'을 정의했다.

이어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유사한 상황들이 400여 년 전에도 있었구나. 그 때 당시의 상황들과 사실들을 보고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고 좀 더 현명한 답을 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죠"라고 덧붙였다.

'남한산성'에 쏟아 부었던 연말과 연초를 지나, 올해 말에는 9년 만의 드라마 출연작인 '미스터 션샤인'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달려온 시간들이다. 먼 시간을 돌아가지 않더라도 지난 1년 간 할리우드 영화 '미스 컨덕트'와 '매그니피센트 7', '마스터'와 '싱글라이더', '남한산성'을 거쳐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다.

이병헌은 "제 마음이 가고, 이 작품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체력이 될 때 하자'는 마음이에요"라고 웃으며 "그런데 또 제 몸이 두 개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좀 쉬는 시간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를 보는 관객들도 너무 지칠 수 있고…"라고 웃으며 다음에 보여줄 새로운 얼굴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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