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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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사이영은 다승왕이 아닌 탈삼진왕을 선택했다

기사입력 2008.11.12 18:17 / 기사수정 2008.11.12 18:1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고의 투수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 부분의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첫 번째로 상대 타자들에게 실점을 최소로 내주는 평균자책점이 좋아야하고 두 번째로는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승수가 많아야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가장 충실히 지킨 투수는 '컨트롤의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LA 다저스)입니다. 매덕스는 전성기인 90년대 초반에 무려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습니다. 매덕스는 90마일 대에 이르는 빠른 볼을 가지지 못했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환상적인 볼 배합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었습니다.

전성기를 구가할 때, 매덕스는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투수에 대한 기록들 중, 가장 과대평가된 부분은 바로 탈삼진이다"라고 말이죠. 매덕스는 위력적인 구질로 탈삼진을 잡아내는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정교한 볼 배급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흩트려놓거나 낮은 볼을 던져서 땅볼을 유도해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수비수들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맞춰 잡는 경기운영을 펼친 매덕스는 탈삼진 부분에서는 그리 빛을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매덕스는 92년부터 95년까지 4년 연속으로 사이영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탈삼진에도 강세를 보이는 파워 피처들이 주류를 이뤄나갔습니다. 위력적인 구질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파워 피처들은 다승과 방어율은 물론, 탈삼진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반드시 삼진이 아니더라도 타자들을 맞춰서 잡을 수 있지만 기동력의 발달이 강화된 현대야구를 생각할 때, 삼진의 중요성은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타자를 가장 확실하게 아웃시키는 방법이 바로 탈삼진입니다. 같은 아웃을 당하더라도 타석에서 그대로 물러나는 삼진이 타자에게 심적인 크게 타격을 줍니다.

그리고 삼진은 홈런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를 관중들에게 선사합니다. 투수의 위력적인 구질에 헛스윙을 하거나 방망이를 돌려보지도 못하고 당하는 스탠딩 삼진은 야구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2008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최종 주인공이 된 선수는 다승왕이 아닌 탈삼진왕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영건’ 팀 린스컴은 총 32명의 사이영상 투표인단 가운데 23표를 얻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린스컴이 올시즌 기록한 성적을 보면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탈삼진 부분입니다. 린스컴은  2008 시즌 동안 총 26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메이저리그 탈삼진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06년 드래프트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돼 입단한 린스컴은 이제 겨우 두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현장의 감독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린스컴의 빠른 직구는 리그 최고 수준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평균 구속이 90마일 중반대를 기록하는 린스컴의 패스트볼은 속도도 빠르지만 볼 끝의 종속이 강해 가장 치기 어려운 패스트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린스컴의 패스트볼을 살려주는 것은 바로 체인지업과 커브입니다. 빠른 볼과 더불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체인지업은 상대적으로 패스트 볼의 활용을 배가시켜주고 있습니다. 또한 예리한 커브도 린스컴의 주 무기 중 하나입니다.

리그 최고 수준으로 통하는 패스트 볼과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를 구사하는 린스컴은  이 구질을 가지고 18승을 올렸습니다. 다승부분에서는 이 부분 1위인 브랜던 웹(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4승을 뒤졌지만 265개의 탈삼진과 2.62의 평균자책점(NL 2위)을 기록해 사이영상 수상자로 결정됐습니다.

이제 24세의 젊은 투수인 린스컴은 현재에도 인정받지만 장래가 더욱 기대되는 투수입니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화려하게 등장한 투수들이 순식간에 사라져간 경우도 많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어깨와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볼을 던진 투수들일수록 수명은 단축되어 갔습니다.

현재 린스컴에게 가장 지적이 많이 가는 사항은 투구 폼입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인 밥 깁슨을 떠올리는 린스컴의 독특한 폼은 패스트 볼의 위력을 뽑아내는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투구 폼을 오래 지속할 경우 부상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린스컴은 분명, 최고의 구질을 가지게 되었지만 문제는 이러한 구질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느냐의 여부입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투구 폼을 바꾸고 다음 시즌에 나올지는 아직까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투수로 남고 싶다는 린스컴의 출발은 사이영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시작됐습니다.

[사진 = 팀 린스컴 (C) sanfrancisco.giant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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