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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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⑧

기사입력 2005.03.23 06:38 / 기사수정 2005.03.23 06:38

윤욱재 기자


2001 한국시리즈




30. [2001 KS 6차전]
V3, 벅차 오르는 감동


전날 4-14로 대패한 베어스.

비록 5차전을 삼성에게 내줬지만 '백업의 백업' 김호와 군기반장 최훈재의 마지막 분투는 인상적이었다. 하나 더 기억나는 것은 이혜천이 연투로 지친 나머지 공의 위력이 떨어졌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 해 야구월드컵 출전은 실수였다.)

아무튼 시리즈 전적은 3승 2패가 되었고 핑계를 하나 대자면 어두운 날의 토요일보단 화창한 일요일에 우승하는 게 더 낫다고 본 것일까? 아, 기왕이면 홈경기 유니폼을 입은 채 기쁨을 만끽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안한 출발]

두산은 로테이션 순서에 따라 박명환을 내세웠고 삼성은 3차전에 쓴맛을 봤던 배영수 대신 노장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는 시작됐고 5차전보다 더 독기를 품은 삼성 타선은 1회부터 맹공을 펼쳤다. 2번타자 김종훈이 우전안타로 나간 뒤 마해영과 마르티네스의 연속안타로 만루찬스를 맞은 삼성은 후속타자 김한수 타석 때, 박명환이 폭투를 범하면서 가볍게 한 점을 선취하고 김한수의 내야안타로 한 점을 더 보태 2-0으로 앞서나갔다.



2회초에도 흔들렸지만 진갑용의 주루미스로 겨우 무마했다. 그만큼 박명환의 출발은 불안했다. 하지만 3회부터는 딴 투수로 변해있었고 3~6회를 퍼펙트로 처리했다.


[긴장한 박한이 / 우즈의 역전투런]

자칫 잘못하면 대량실점으로 출발할 수 있던 경기를 2점으로 막으면서 일단락지은 두산은 3회말 정수근이 볼넷으로 출루, 찬스를 잡기 시작했다.

다음타자는 장원진이었다. 중심타선을 고려할 때 정수근을 스코어링포지션으로 이동만 해줘도 큰 성과였다. 그런데 의외의 행운이 찾아왔다. 



8구까지 간 끈질긴 승부! 집중력이 더 앞섰던 장원진이 깨끗한 우전안타를 터뜨리는 순간, 정수근의 질주에 신경 쓰던 우익수 박한이가 그만 볼을 뒤로 빠트린 것이다. 3루까지 가려던 정수근은 여유있게 홈인했고 장원진은 3루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1점 추격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희망이 생긴 것은 마운드에서 고전하던 박명환이 제 페이스를 찾은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공격에서 찬스만 잡으면 됐다. 그리고 찾아온 5회말.

타격감이 절정에 치닫던 장원진이 또다시 안타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번엔 파워가 극도의 절정에 치닫던 우즈의 타석이었다. 이러자 마음만 앞섰던 삼성이 다시 한번 김진웅을 투입시키고 만다. 김진웅 투입은 이 날 경기의 첫 번째 실수(시기적으로)였고 두 번째 실수는 이따 7회에 등장하는 임창용을 투입한 것이었다.

여기서 김진웅은 우즈의 파워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밋밋한 체인지업을 던졌고 우즈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허공을 가르던 타구는 카메라에 잡힐 수도 없었다. 역전 투런홈런이자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홈런 신기록.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MVP 3관왕을 향한 쐐기포였다.



아무튼 경기는 3-2로 두산이 역전에 성공했고 박명환과 김진웅의 마운드싸움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삼성의 집중력, 경기는 재역전]

2001시즌엔 많은 이닝을 한 경기에 소화한 경험이 많지 않던 박명환에게 7이닝 투구는 무리였을까? 3~6회를 퍼펙트로 처리한 박명환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삼성은 진갑용 대신 좌타자 강동우를 대타로 내세웠고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대타작전을 완수한다. 그리고 역시 김태균 대신 나온 바에르가가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가면서 무사 1, 2루를 만들고 박한이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황금찬스를 이어갔다.

박명환을 고집한 두산. 결국 물오른 타격감을 이어오던 김종훈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4-3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이쿠!' 하며 놀란 두산은 '라이온킹 킬러' 이혜천을 내세우지만 이승엽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해 점수만 내주고 말았다. 그나마 다음타자 마해영을 병살타로 이닝을 마감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5-3. 남은 공격 기회는 세 번. 물론 경기를 내줘도 3승3패로 동률이 될 뿐이었지만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유리해지는 팀은 삼성이었다. 7차전으로 가는 건 소득이 없었던 두산. '미러클 두산 V3 달성작전'에 남은 코드명은 역전뿐이었다.


[다시 시작된 추격]

분명한 사실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이 사실만 확실하다면 베어스에겐 '미러클'을 이룰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7회말에 나섰다.

심재학이 볼넷으로 나가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두산. 이러자 삼성이 가만있을 이유가 없었다. 투수 기용에 관한 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던 김응룡 감독이 전날 115구를 던진 에이스 임창용을 투입시키고만 것이다.

심재학 뒤를 받치고 있던 김동주가 좌월 2루타를 터뜨렸지만 타구 스피드 때문에 심재학이 홈에 들어올 순 없었다. 게다가 후속타자 안경현이 내야플라이로 물러났고 홍성흔의 내야땅볼로 1점 추격에만 성공을 거둔 상태였다.

무사 2, 3루의 찬스였다면 최소한 두 점은 뽑아야만 했는데 아직 뽑은 점수는 한 점에 불과했다.

두산은 남은 대타요원을 모두 쓰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사이드암에겐 좌타자가 적격이었고 그 중 전상렬을 먼저 넣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친 임창용이 전상렬의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이러자 두산은 이번엔 김호 대신 '끝내기전문' 송원국을 내놓았다.

비록 송원국이 찬스에 강했어도 투아웃이었고 한국시리즈 첫 타석이었으니 어쩌면 임창용이 더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 그런데 임창용은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공을 놓는 순간, 조짐이 이상했다.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는 공은 포수 글러브를 외면했다. 와일드 피치였다. 3루주자 김동주는 전력을 다해 슬라이딩, 동점을 이뤄냈다. 임창용은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긴장한 송원국이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역전에 성공하진 못했다.


[역전은 취미이자 특기다]

99년 야구판을 달궜던 '임진무퇴'가 부활했다. 8회 두산이 진필중을 올리면서 임창용과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2001시즌 임창용이 선발로 전업하면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지만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진필중은 1안타만 허용하며 깨끗하게 이닝을 마무리, 승부의 공은 8회말로 넘어온 상태였다.

삼성의 투수는 여전히 임창용. 사실 더 이상 내놓을 선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그래도 임창용'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임창용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져 갔다.

역시 분위기메이커 정수근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중전안타를 만들어냈고 장원진이 좌전안타를 터뜨려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우즈가 바운드 큰 내야땅볼로 선행주자들을 한 루씩 진루시켜 1사 2, 3루의 찬스를 만드는데 공헌했다.

이럴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외야플라이만 나와도 동점'이라는 것. 게다가 타석에 들어선 심재학은 충분히 외야플라이를 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진짜로 외야플라이를 쳤다. 그런데 너무 가까웠다.

플라이를 잡은 김종훈, 그리고 홈으로 달리기 시작한 정수근. 누가 이겼을까?

김종훈의 송구는 꽤 정확했다. 그런데 정수근이 너무 빨랐다. 그리고 포수 김동수가 볼을 놓치면서 주심의 양팔을 번쩍 들게했다.

홈인! 그리고 역전!



정수근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얻었다는 듯 껑충껑충 뛰었다. 정말 이 날 해설가의 말처럼 정수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무엇도 V3를 방해할 순 없다!]

9회초. 대타 김승권과 박한이를 내야땅볼로 돌려세운 진필중은 김종훈을 3루땅볼로 유도, 모든 시선이 3루수 김동주의 송구에 쏠려있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일까. 김동주의 송구가 불안정한 탓에 스리아웃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스리아웃이 되는 줄 알았던 운영본부가 라이트를 끄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라이트를 다시 회복하기까진 꽤나 시간이 소요된다. 행여나 진필중의 어깨가 식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다시 회복된 라이트. 삼성은 이승엽이 안타를 터뜨리면서 동점을 향한 실낱희망을 이어갔고 두산으로선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거기에 다음타자는 마해영.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고 큰 거 하나면 역전이었다.

포커페이스를 이어가던 진필중.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직구를 미트에 꽂았다. 



삼진아웃!! 우승이었다. 95년 V2를 달성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얻어낸 우승.

97년 5위 → 98년 4위 → 99년 3위 → 2000년 2위 그리고, 2001년 대망의 1위!

수호신과 오버맨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그라운드를 수놓던, 벤치에서 대기하던 모든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감격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항상 이들을 지켜줬던 팬들도 감동의 V3를 지켜보며 눈물을 쏟았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이 순간!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랐다.


⑨편에서 계속

엑스포츠뉴스 윤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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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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