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언론에서도, 그리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떠들던 날이 찾아왔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수많은 기사와 말들이 쏟아져나왔었지요. 라이벌이라는 말에서부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라는 식의 무서운 말들까지.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축구는 전쟁터라는 말을 하기도 하니까요. 특히나 지금 같은 시기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이제 두 팀에서 남은 경기는 고작해야 두서너 경기. 1위와 2위의 차이도 상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 팀마다 느끼는 그런 것 때문입니다. 어떤 팀을 만나든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지요.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이 경기를 보려는 사람들로,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경기장 안과 밖이 떠들썩했답니다. 말로만 듣던 경기, 소문으로만 듣던 경기를 보기 위해서요. 특히나 홈구장인 수원은 컵대회 우승 이후 더 신경써야 하는 경기가 되었지요.
경기는 초반부터 과열양상을 띄었습니다. 아디와 송종국의 신경전으로 둘 다 경고를 받기도 했지요.
후반 12분 하태균의 슛이 골문을 맞고 튀어나오는 등 수원으로써는 아쉬운 상황이 있었지요.
전반에 승부를 내지 못한 팀. 후반전에 수원은 김대의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에두와 홍순학 등이 분전했지만 골은 터질 듯 하며 터지지 않습니다.
후반 27분, 배기종이 들어오며 공격의 활로를 살립니다. 전반에 공격 기회를 잘 잡지 못하던 수원은 후반부터 슬슬 분위기를 잡아가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 교체 카드인 이관우까지 들어오고, 그리고 후반이 끝난 후 인저리타임 3분이 주어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팀 다 득점 없이 이렇게 팽팽한 상태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종료 시간이 1분도 채 남지 않은 때에, 수원의 골문 쪽을 보고 있는 이관우가 눈에 띄었습니다. 막판, 서울의 결승골이 터진 것입니다. 그 골이 터진 후, 별다른 공격 없이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고 결과는 서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순식간에 흑과 백의 모습으로 갈린 두 팀. 그 속에서 보인 건 주저앉아버린 양상민과, 그를 위로하는 송종국이었습니다. 수비 쪽에 있던 양상민이 걷어낸다는 그 공이 서울 쪽의 이청용에게 돌아갔고, 그 패스를 받은 기성용이 마무리를 지은 것입니다. 양상민은 경기가 끝난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서포터즈들에게 인사를 한 수원 선수들은,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팬들은 수고했다는 박수를 해 줬지만, 그들조차도 믿기 어려웠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도, 팬들도, 그 자리를 메웠던 모든 관중들도 마치 지금 시간이 꿈인 것처럼 느꼈을 겁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터진 골이어서 더 그랬을까요. 서울에게는 너무나도 극적인 시간에 터진 골이었지만 수원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특히나 실책을 범했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동료들이 자책하지 말라고 하는 듯 했지만, 그에게는 지금 지나가버린 그때의 시간이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실책 때문에 졌다고 책망하기엔 너무 가혹하고, 불공평합니다. 그 실책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왜 이날 경기에서 골이 터지지 않아 이기지 못했는지에 대해 보완하는 것이 지금 수원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진 것에 대해 이유를 떠올리는 것보다,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수원이 해야 할 일일 겁니다. 아직 그들에겐 남은 시간이 있고, 맞이해야 할 경기가 있으니까요.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