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29 03:18 / 기사수정 2008.09.29 03:18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어려운 승부였다.
물론 두산의 선발 이승학이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안타 6개와 볼넷 3개를 묶어 5실점 할 때만 해도 삼성은 손쉽게 승리를 거두고 티켓을 손에 넣게 되는 줄 알았다. 전날까지 3연패, 그것도 이틀 연속 영봉패라는 수모를 대량득점으로 되갚아주게 될 줄 알았다. 3회말 2실점하며 5대 2로 쫓기기도 했지만 6회초 메이저리그 출신 김선우를 상대로 3득점 할 때는 승리가 확정적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었던 티켓이 다시금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6회와 7회에 1점씩 뺏기며 8대 4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나 8회 초 2점을 추가했기에 안정권에 들어섰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운명은 8회를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10대 6에서 등장한 삼성의 특급 마무리 오승환도 운명을 거역하지는 못했다. 수위타자 김현수에게 3점 홈런을 맞고 10대 9의 1점차까지 쫓긴 것이다. 뚝심이라면 8개 구단에서도 가장 으뜸인 두산이 아니던가. 역전 또는 최소한 동점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돌부처 오승환의 우직한 구위는 두산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로써 정현욱은 96년 데뷔 이후 13년 만에 10승 투수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고 자신은 38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더불어 팀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삼성으로써는 96년 6위에 머문 이후 97년 4위를 시작으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가을잔치에 참여하게 되었다. 2002년에 이어 2005년과 2006년에는 리그 정상에 오르기도 했었고 특히 2005년과 2006년에는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하는 등 모범생의 역할을 해왔다.
비록 삼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기는 했지만 올 시즌 삼성은 굴곡이 많았던 한해였다. 기아와의 시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롯데의 돌풍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고 이내 SK가 부상하며 3위로 쳐졌다. 한화가 치고 올라올 때는 4위로 물러앉아야 했고 두산의 기세에 눌려 4위마저 내주어야 했다.
그리고 5월 7일부터 삼성의 이름은 5위에서 찾아야만 했다. 5월 말 열흘간 4위로 복귀하기도 했지만 이내 한화에게 밀려났고 7월 중순에는 5위 자리마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기아에게 비켜주기도 했다. 7월 말 잠깐 롯데를 제치고 4위까지 올라보지만 이번에는 한화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삼성이 4위 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것은 올림픽이 끝난 후 한화가 한없이 추락하면서부터였다. 5위 경쟁을 벌이던 기아는 일찌감치 경쟁상대에서 멀어져갔고 4위를 달리던 한화는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연패에 빠진 것이다. 드디어 9월 6일 반 게임차로 한화를 제치고 4위에 오를 수 있었고 그 이후 순위변동은 없었다.
또한, 올시즌에는 굴욕적인 기록도 있었다. SK에게는 0대 18이라는 사상 최다점수차로 완봉패(6월 1일)를 당하기도 했고 LG에게 1대 20으로 패하며 시즌 최다실점과 최다점수차(6월 26일)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더구나 기아의 이범석에게는 9회말 투아웃까지 치욕적인 노히트노런(7월 4일)을 당했던 기록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우외환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지막 한 장 남았던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은 삼성에게 돌아갔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장 기록이며 V9을 이루어냈던 해태타이거즈도 못했고 투수왕국이라 불렸던 현대유니콘스도 못했던 위대한 기록이다.
아직 삼성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될 3위팀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삼성의 세대교체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명문구단 삼성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사진=삼성라이온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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