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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전도연X이창동, 10년 만에 '밀양'에 접속하다 (종합)

기사입력 2017.07.14 20:38 / 기사수정 2017.07.14 20:51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부천, 박소현 기자] 배우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이 다시 만나 '밀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4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 상영 직후 이창동 감독, 전도연과의 메가토크가 열렸다. 이는 전도연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 행사의 일환이다. 

두 사람은 '밀양'을 10년 만에 보게 됐다. 이창동 감독은 "내 영화를 극장에서 잘 못보는데 영화제가고 그 무렵에는 봤지만 그 이후에는 못봤다. 10년 만에 보니 영화가 길고 보기 힘들다. 끝까지 앉아서 봐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전도연 또한 "10년 만에 '밀양'을 봤다. 영화를 보고서 기억을 더듬어서 이야기를 해야할 거 같아서 봤는데 재밌어서 깜짝 놀랐다"고 운을 뗐다. 당시에는 힘들었기 때문에 '재미'를 미처 느끼지 못했었다는 것. 그는 "감독님 영화 중에 제일 흥행이 잘 된게 '밀양'이었는데 칸에서 상을 받아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궁금해서 잘된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재밌더라. 재밌게 잘봤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메가토크를 통해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은 '밀양' 촬영 당시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도연은 그때는 그랬었다. 작품성있는 지루한 영화였다. 그때는 내 영화였고 홍보를 해야했기 때문에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이런 영화인줄 모르고 찍었다. 이렇게 뜻이 많은 영화인 줄 모르고 찍었다. 영화를 다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 이 작품이 이런 의미가 있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를 매우 싫어한다. 배우는 작품의 의미 이런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면 그것에 메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오히려 내게 금기어처럼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주입하기 보다는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 

그는 "전도연이 어떤식으로 감정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인물의 감정이라는 거이 내가 조정한다고 되는게 아니지 않냐"며 "정답을 만들어놓고 만드는 것은 기능적으로 가면 되겠지만 그런 기능적인 것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 이상의 예상하지 못했던 책상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살아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고 만나는게 영화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작업이 당시 전도연에게는 낯설었다. 신인감독들과 주로 작업하면서 이들과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익숙했던 전도연은 "뭔가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서 정답처럼 정해놓고 연기를 했었던 것 같다.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밀양'을 촬영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내버려두신다고 그러셨는데 되게 힘들었다"며 "그 전에 신인감독들과 일을 많이 해서 같이 뭔갈 찾아나갔다면 이창동 감독님은 그 당시에 스타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같이 일하는데 기대를 많이 했었다.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그런 답을 쥐어주지 않으니 너무 괴로웠다. 미워했었다. 고통스럽게 내버려두고 뒤에서 자기는 팔짱만 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감독님도 배우도 그 상황에 놓여서 만들고 찾아나간다는 것임을 배웠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앞서 영화 데뷔 20주년 특별전 기자회견 당시 전도연은 자신의 연기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밀양'을 선택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밀양' 촬영 당시 추운 날 이뤄졌던 저수지 촬영 후일담도 공개됐다. 너무 차가운 물에서 전도연이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이기에 단 한 차례 촬영에 나섰고 이창동 감독도 심혈을 기울였지만 카메라가 문제였다. 두 대를 돌렸는데 24프레임, 25프레임으로 각각 프레임수가 달라 사운드상에 문제가 생겼던 것. 이에 이창동 감독은 15일간 촬영을 중단하고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다. 전도연을 다시 추운 저수지로 내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장면이 사과를 깎다가 살려달라고 뛰쳐나가게 되는 그 장면이다. 그는 저수지 촬영 이후 확인할 당시를 떠올리며 "찍고 편집하면서 절망했다. 가장 중요하고 감정적으로 극한에 있는 클라이맥스신 아닌가. 그 다음에 정신병원으로 들어가는 걸로 되어있었다"며 당시 마주했던 암울한 상황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으로 돌아왔다. 전도연은 새로 장면을 만들어 내야 하기에 이창동 감독에 대한 원망도 상당했었다. 전도연은 "저수지 촬영 당시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심장마비가 걸릴 수도 있고. 그런 이유로 무서웠다. '한 번에 잘해야지'라고 생각하고서 정신줄을 놓고 촬영을 했었다. 미쳐보자라는 마음으로 갔다. 슬립이었다. 안에다가 뭘 입을 수가 없었다"고 쉽지 않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두 번 다시 이창동 감독을 만나지 않을 거라 마음을 먹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손을 자해하고 걸어나가 살려달라고 보여준 그 장면이 워낙 좋아 수긍하고 말았다. 실제로 두 사람은 사이가 좋다. 그렇기에 허물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전도연은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해봤다"면서도 "10년 전의 그 연기가 맞는 거 같다. 지금 내가 하면 지금도 '밀양'이라는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선택하겠지만 훨씬 더 감정적으로 빠지게 될 거 같다. 전도연인지 극중 인물인지 모를 거 같더라. 아무 것도 모르는 감정이었지만 힘들었지만 대견하게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를 띄웠다. 

그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작품이자, 연기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밀양'과 다시 마주한 전도연은 즐겁고 밝아 보였다. 이창동 감독과 자연스레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자신의 특별전 GV를 마무리했다. 

한편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도연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는 오는 23일까지 관객들과 만난다. 전도연이 20년 간 출연한 작품 17편 전 작품을 볼 수 있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엑스포츠뉴스DB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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