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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강팀으로 성장한 롯데를 벤치마킹한다면?

기사입력 2008.09.18 03:26 / 기사수정 2008.09.18 03: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종착역으로 치닫는 2008 프로야구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 초반에 롯데가 돌풍을 일으킬 때만해도 이러한 흐름이 어디까지 갈지에 귀추가 주목되었습니다.

롯데의 상승세는 여름에 접어들며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에 이어진 후반기 레이스에서 롯데는 연승을 거듭하며 마침내 두산과 2위 싸움을 하는 위치까지 올라섰습니다. 8개 구단들 중, 가장 열성적이고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는 '가을에도 야구하자'라는 꿈을 마침내 실현시켰습니다.

팀의 전력을 본다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SK나 두산 같은 팀이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팀들이 본받아야 할 표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단연 ‘롯데의 해’였고 부진에서 탈피해 비로소 강팀의 모습을 갖췄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알짜배기 캡틴 한 명이 열 선수 안 부럽다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공로를 세운 선수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롯데의 정신적 지주인 조성환(32)이 없었다면 팀이 이 정도로 탄탄하게 뭉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느 팀이건 연습과 실전의 분위기를 보면 잘 나가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연패는 자신감을 상실시키고 연습과 실전에서 위축된 플레이를 만들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팀의 중심축이 될 '주장'의 임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선수단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서로간의 끈끈한 팀플레이를 이끌어 내려면 선수들 간의 교감이 소통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믿음과 신뢰를 조성환은 묵묵하게 이끌어 냈습니다. 평소에 군기반장으로 후배들에게 엄하게 대한 적도 있었지만 단순히 엄한 것을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후배들에게 말로 하는 지시가 아니라 몸소 실천으로 나타냄으로써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따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렇게 선수들이 서로 믿으며 열심히 훈련하는 환경이 이루어졌으니 당연히 경기장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조성환이 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혀왔습니다. 캡틴으로서 팀 선수들을 이끄는 것만으로도 공로가 큰데, 여기에 조성환은 올 시즌을 자신의 최고의 해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9월 18일 기준)까지 조성환의 성적은 타율 0.328로 타격부분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10개의 홈런에 75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인 이대호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끌고 있습니다.

타율이 좋고 팀 배팅을 잘하는 조성환은 주로 3번 타자로 나서지만 팀의 상황에 따라 1번 타자로 기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팀 타선에서 고른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존재하면 감독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몸소 실천하고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사원들을 전두 지휘하는 팀장이 있다면 그 회사가 추진하는 기획은 잘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조성환의 존재로 롯데는 더욱 끈끈한 팀으로 뭉쳤으며 타선은 훨씬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유망주들을 버리는 팀은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

올 시즌에 들어서며 롯데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복권 몇 장이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만년 유망주였던 장원준(23)이었습니다. 만약 롯데 구단이 장원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다른 선수들과 트레이드를 했다면 올 시즌과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장원준의 성장으로 롯데 선발진은 SK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변모했습니다. 에이스인 손민한과 송승준과 함께 마운드를 확실히 책임 질수 있는 또 한명의 투수가 등장한 롯데는 방어율 2점대 선발투수 한 명(손민한 : 2.65)과 3점대 선발투수 두 명(장원준 : 3.48, 송승준 : 3.71)을 보유한 팀이 되었습니다.

경기에 들어서서 3점대 이하로 막아줄 수 있는 선발투수가 3명이나 존재한다면 그 팀은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을 충실하게 갖춘 팀이 됩니다. 장원준은 로이스터 감독을 만나고 나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고 아로요 투수코치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비로소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구단이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강민호(23)의 성장도 팀의 전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아직 한국 최고의 포수가 되기엔 2% 부족한 면이 있지만 포수가 성장하는 것은 팀의 성적이 올라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조정훈(23)의 성장도 마침내 팀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조정훈은 지금까지 11게임에 등판해서 평균자책 3.03에 5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가면 한층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손민한 - 송승준 - 장원준 - 조정훈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마무리 자리에 멕시칸리그에서 긴급 수혈된 코르테스가 철저하게 뒷문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탄탄한 선발진과 믿음직한 마무리, 그리고 짜임새 있는 타선으로 무장한 롯데를 완성시킨 구단 프런트의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조정훈은 한 때, 트레이드 대상 선수로 지목되었지만 롯데 구단은 조정훈의 트레이드를 완강하게 막았었습니다. 그리고 팀의 기둥인 이대호도 한 때 트레이드 리스트에 올랐던 선수였습니다.

만약 구단이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무자비하게 트레이드시키고 이름값이 높았던 선수들만 대거 데려왔다면 결코 오늘날의 롯데가 만들어 질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 MLB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팀인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팀 창단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템파베이 레이스는 유망주들을 꾸준히 공급받고 키워온 노력 끝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이룩해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천재 단장'이라 불리는 오클랜드 어슬렉티스의 빌리 빈 단장은 유망주들을 함부로 내놓거나 팔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역시 유능한 단장으로 손꼽히는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 역시, 구단의 막대한 자금줄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들여 무차별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습니다. 팀에서 필요한 선수들은 꼭 데려오지만 함부로 큰 돈을 쓰지 않고 유망주들을 키워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최고의 팬'들을 가졌지만 '최악의 구단'을 가졌다는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속설은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동안 롯데 구단이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은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으며 로이스터라는 외국인 지도자와 함께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낸 공로도 구단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단 프런트의 선견지명과 로이스터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팀의 발전을 이루는 든든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선수들의 융화도 일어나 모든 긍정적인 요인들이 일심동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롯데가 올 시즌에 강팀으로 우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특정 개인의 공로가 아닙니다.

[사진 = 조성환, 장원준 (C) 롯데 자이언츠]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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