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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 비겨서 아쉬운 게 아니다

기사입력 2008.09.11 01:47 / 기사수정 2008.09.11 01:47

문용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용선 기자] ‘경기 내용도, 남은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축구 대표팀이 북한과의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치며, 험난한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경기는 북한의 생각과 의도대로

경기 내용을 겉으로만 살펴보면 한국은 북한보다 우세한 경기를 했다. 볼을 잡은 시간도 많았고, 슈팅 숫자도 많았다. 경기 시간도 북한 진영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사정은 그렇지만은 않다.

북한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에는 잔뜩 웅크리면서 한국의 공세를 잘 방어하고, 후반중반부터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중적으로 몰아치더니 선제골을 뽑아내고야 말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기성용의 멋진 슈팅으로 재빨리 따라붙으며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빨리 동점을 만들지 못했더라면 반드시 북한의 필승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공산이 매우 컸다.

북한의 ‘허’를 찔러야 했던 허정무 호

북한이 보여준 전략 및 경기 운영은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었고, 이미 수차례 북한과의 경기로 허정무 호는 이미 그들의 축구를 몸소 겪은 바 있다.



‘역습’ 축구, 그 자체인 지긋지긋한 북한의 축구 스타일. 하지만, 우리 역시 북한의 ‘허’를 찌르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경기의 세밀함과 완성도를 높여서 정공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상대의 상태를 살피고 적절한 대응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전반전 내내 웅크린 북한은 후반 5분이 지나자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고, 후반 15분이 되자 거의 대등한 경기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자연히 수비진영이 전진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우리 공격수들은 어느 정도의 공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우리 선수들의 주력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김두현과 기성용, 그리고 김남일도 패스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전진한 북한의 수비진영을 무너트리려고 대표팀이 적극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노리지 않았던 것이 몹시 아쉽다. 90분의 경기 중에서 북한이 이렇게 자신의 ‘급소’를 노출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때다 하고 적극적으로 덤비는 순간이 반대로 대표팀에게는 최대의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공격적인 움직임에도, 한국은 종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공격과 수비를 유지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도중차단한 볼이 빠른 템포의 역습으로 연결되지도 않았고, 지나친 잔 패스를 통해 만들어가려는 탓에 공격기회를 상실하기 일쑤였다. 수비 뒷공간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선수들 또한 보기 어려웠다. 때에 맞는 적절한 전술운용이 아쉬웠다.

타켓맨의 부진과 아쉬운 중거리 슈팅

스트라이커 조재진의 부진은 신영록의 결장만큼이나 아쉽다. 허정무 호의 출범 이후 많은 공격수가 ‘타켓맨’에 기용되면서 수차례 시험을 가졌다. 하지만, 여태까지 흡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단순히 타켓맨의 역할은 공중볼만 따내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자신을 향해 죽기 살기로 덤벼대는 2인 이상의 수비수들을 절묘하게 이끌어내서 수비진영에 치명적인 공간이 생기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전에서 조재진의 역할은 오직 헤딩 따내기와 슈팅뿐이었다. 그만큼 움직임이 정적이었고, 단조로웠다. 북한 수비수로서는 수비하기에 매우 편할 수밖에 없었다.



김두현의 ‘한방’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많은 팬들은 최근 EPL에서 ‘펄펄’ 나는 김두현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의 시원한 중거리 한방을 기대했고, 실제로 김두현의 중거리포는 골문에 오밀조밀 뭉쳐 있는 북한의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막강한 공격무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좀처럼 그에게는 슈팅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김두현 자신도 슈팅을 아꼈고, 윗선에 있는 조재진이 김두현을 돕는 움직임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김두현도 심한 마크에 시달렸다. 김두현의 위력이 떨어지자 요르단전에서 보여준 사전 약속에 의한 만들어가는 플레이도 빛나지 못했다.

패배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무승부는 절대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북한과의 1-1 무승부는 분명히 아쉽다. 그러나 단순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서 아쉬운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출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계속 되는 답답한 경기로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치 못하는 허정무 호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듯하다.



문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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