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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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히어로즈의 날개를 빼앗았나?

기사입력 2008.08.29 17:46 / 기사수정 2008.08.29 17:46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제아무리 지구를 구하는 슈퍼 영웅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뿐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옷'이다. 평상복을 입고 있을 때는 그저 기자에 불과한 클라크도 옷을 바꿔입고 나면 천하무적의 슈퍼맨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배트맨도 그렇고 스파이더맨도 그렇다. 더불어 원더우먼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옷들은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것들이다. 팬티 위에 바지를 입는 것이 아니라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 언밸런스한 패션도 그래서 용서할 수밖에 없다. 삼손의 괴력이 머리에서 나왔든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들의 힘의 근원은 바로 그 옷이기 때문이다.

히어로즈가 옷을 바꿔입었다. 유일(?)한 스폰서였던 우리담배가 '우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이유 때문이다. 우리 히어로즈에서 우리라는 이름만 빼고 그냥 히어로즈로 된 것이다. 어차피 히어로즈는 어제도 내일도 히어로즈일테니 '우리'라는 이름이 붙어있든지 아니든지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유니폼의 변화가 생긴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마치 연습복이라도 입은듯 급조한 티가 나기 때문이다. 앞가슴이 허전하고 싼티나 보이기까지 하다. 도저히 프로 선수들이 정식 경기에서 입는 유니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연습복으로 보이니 지나치게 허약해 보이는 단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플레이도 왠지 연습처럼 보인다. 물론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실전에서는 긴장하지 말고 연습에서는 자만하지 말라는 말이지 정말 실전과 연습을 혼동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유니폼 때문인지 삼성과의 3연전으로 후반기가 시작되었지만 히어로즈는 한화와 함께 단 1승도 못올린 유이한 팀이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모두 연승의 제물이 되어야 했다. 히어로즈가 삼성에 8연승을 헌납하는 동안 한화는 롯데에 7연승을 제공했다.

하지만, 한화는 3위를 달리고 있고 그에 반해 히어로즈는 7위에 머물러 있다. 물론 한화가 롯데와 삼성에 쫓기고는 있다지만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이 꺾인 히어로즈의 입장에서 보면 그마저도 행복한 고민이다. 아직도 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중 3연전을 모두 패했던 히어로즈는 광주로 옮겨서 기아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날개도 꺾이고 옷도 잃은 히어로즈는 과연 영웅들로 변신한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추락을 거듭하고 말 것인가. 오늘 광주경기에서 올림픽 국가대표 장원삼은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줬던 완벽한 피칭을 또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허약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불운으로 고개를 떨어내게 될 것인가.

팬들로서는 우리담배와의 관계를 청산하든 스폰서 계약을 해지하든 그것은 관심사항이 아니다.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스파이더맨을 위한 옷이 따로 있어야 하듯이 히어로즈에게도 그들만의 옷이 필요할 뿐이다. 히어로즈 팬들에게 있어 그들은 여전히 7위를 지키는 영웅들(히어로즈)이기 때문이다.


[사진(C) 히어로즈 구단 제공]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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