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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것이 국가대표의 힘이다

기사입력 2008.08.29 10:58 / 기사수정 2008.08.29 10:58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지난 사흘 동안 휴식을 취했던 올림픽 국가대표 투수들이 대거 마운드에 올랐다.

일본 킬러이자 준결승전의 히어로 김광현(SK)과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분노의 역투로 2승 1세이브와 함께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던 윤석민(기아), 그리고 중국과 쿠바전에서 선발로 활약했던 송승준(롯데) 등 이날 경기가 열렸던 4개 구장 중 세 경기에서 국가대표 투수가 선발로 나섰다.

물론 남은 1구장에서도 단 1타자를 상대하며 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삼성)이 모습을 나타냈으니 모든 구장에서 올림픽 대표 투수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국가대표들은 그들의 이름이나 명성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주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최하위 LG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충격의 2연패를 당하고 있던 기아. 그러나 올 시즌 다승왕을 달리고 있는 윤석민이 마운드에 오르니 전혀 다른 팀으로 나타났다. 전날 이용규 외에는 아무도 안타를 쳐내지 못하던 기아의 타자들은 윤석민의 눈부신 호투와 함께 장단 15안타를 폭발시켰다. 3번 타자 장성호는 3회 솔로 홈런포까지 가동했고 오랜 기간 침묵하던 4번 타자 최희섭도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모처럼 이름값을 해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었다. 올림픽에서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투수 윤석민이었다. 선발로 등판한 윤석민은 7이닝 동안 22타자를 상대하며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했을 뿐 볼넷은 하나도 없었으며 삼진은 무려 9개를 잡아냈다.

더구나 그 1안타마저도 안치용의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 이종범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오는 불운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윤석민은 7회 말 투아웃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이 세워질 뻔했으나 아쉬움에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문학에서는 김광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에 치욕의 9연패를 안겨주었지만 전날에는 22안타를 허용하며 12점을 헌납했던 터라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과 상대했던 김광현은 이날 기록상으로는 7안타 4실점으로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25타자를 상대하며 삼진은 무려 9개를 잡아냈다.

더불어 SK는 초반 3회까지 8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으로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고 결국 김광현은 12승으로 윤석민(13승)에 이어 여전히 다승부분 2위를 질주하고 있다.

롯데의 송승준도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상대하며 7이닝 동안 28타자에게 4안타만 허용했고 실점도 2점에 불과했다. 그리고 삼진은 7개를 잡아냈다. 팀은 7연승을 달렸고 본인은 데뷔 후 첫 10승 고지에 올랐다. 그는 "9승을 거둔 뒤 10승을 달성하고 싶은 의지가 너무 강했다. 몇 차례 도전했는데 올림픽 가기 전에 실패했다. 오늘만큼은 꼭 이기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10승을 달성하게 돼 너무 기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국가대표 투수들이 대거 출전했던 이날, 가장 씁쓸했던 팀은 한화일 것이다. 올림픽 전승우승의 신화에 마침표를 찍었던 류현진은 아직 등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투수들은 이미 충분한 휴식기를 거쳤기에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일요일에 거의 완투와 다름없는 투구를 선보였던 류현진은 아직 휴식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은 "올림픽에서 100개 이상씩을 던졌기 때문에 당장 낼 수 없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나갈 거야"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늘은 LG의 봉중근과 히어로즈의 장원삼이 각각 두산과 기아를 상대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이들도 국가대표로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올림픽에서 보여주었던 빛나는 역투를 다시금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 그들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사진=KBO]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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