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3 02:20 / 기사수정 2008.08.23 02:20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지금 국내 전역은 올림픽 열기, 그 중에서도 야구의 열기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지금까지 본선 7경기와 준결승 경기를 치렀는데 모든 경기가 드라마 같았죠. 어느 뛰어난 작가가 스토리를 만든다고 해도 이렇게 극적으로 꾸미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내심 불안해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한국의 우세가 확실히 점쳐진 경기였습니다. 공수주에서 모두 한국 팀이 일본 팀보다 짜임새가 있었고 정신력에서도 앞서 있었습니다.
초반에 실책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지만 처음으로 큰 경기에서 포수마스크를 쓴 강민호(23, 롯데)와 내야 수비진들이 흔들리면서 어이없는 2점을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은 3회가 넘어가면서 집중력을 회복했고 일본을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이승엽(32, 요미우리)이 4번이 아니라 6번 타순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도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4회말의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한국이 동점 내지는 1점차로 역전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선수에 대한 신뢰는 결국, 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이승엽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고 타격 폼도 흐트러졌다고는 하지만 좋은 타자는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할 몫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이란 존재가 버티고 있어도 큰 플러스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었죠. 이것은 선수를 무한히 아끼는 맹신적인 신뢰가 아닙니다. 바로 어느 상황에서든 장타를 칠 수 있는 이승엽만의 능력을 김 감독은 굳게 믿은 것입니다.
8회말에 이와세가 나온 것은 호시노 일본 대표팀 감독의 명백한 실책이었습니다. 나중에 이와세의 투입에 대해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스타일"이라고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빠른 볼이 지속적으로 타자들에게 맞아나가는 투수를 고집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승엽과의 운명적인 대결에서 이와세가 홈런을 맞은 안쪽의 낮은 볼은 실투가 아닌 역으로 이승엽의 헛스윙이나 땅볼을 유도하기 위한 볼이었습니다. 이승엽이 계속 바깥쪽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삼진을 당했었는데 투수 이와세와 포수 야노는 전 타석과는 다른 새로운 승부수를 들고 이승엽을 공략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무모한 도전이었죠. 일본의 선발투수인 스기우치는 이승엽을 만나면 철저하게 바깥쪽 낮은 볼로 승부하면서 요리했습니다. 이승엽이 아무리 좋지 않은 상태라도 몸쪽 승부를 한 것은 결정적인 실책이었습니다.
이 천금같은 볼을 놓쳤다면 이승엽은 네티즌들의 물매를 계속 맞았을 것이고 일본 팬들은 '아리가또 승짱'이라는 말로 게시판을 도배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국민 타자'라는 이름은 여기서 발휘됐습니다. 이와세와 야노의 무모한 승부구를 놓치지 않고 통타한 이승엽은 다시 한번 '국민적 영웅'의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이와세 다음에 나온 와쿠이의 볼을 장타로 만든 정근우(26, SK), 고영민(24, 두산), 그리고 강민호 등의 타격은 한국의 타선이 얼마나 집중력이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냈습니다.
그리고 김광현(20, SK)과 윤석민(22, 기아)만을 기용하고 결승에 진출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오늘 벌어질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한국 팀은 선발로 나설 류현진(21, 한화)을 비롯한 대기 중인 투수들이 많아서 투수 기용에 한층 여유가 생겼습니다.
쿠바 감독과 선수들이 '한국이 일본보다 더 강하다'라고 말한 것은 결코 립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한국 팀은 어느 팀들보다 강팀이고 세계 최강인 쿠바도 결코 쉽게 넘볼 수 없는 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쿠바는 이번 올림픽에서 평균 팀 타율이 3할 대에 이르는 강타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타자들의 봉쇄를 위해 류현진을 비롯한 나머지 투수들은 철저하게 낮은 볼로 승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에서도 나타났지만 상대방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상태에서 하는 승부는 실책으로 인한 범실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이미 자신의 모자에 '금메달'이라는 단어를 써놓고 정신력으로 똘똘 뭉쳐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투지는 몸을 경직시킬 수도 있고 경기 초반에 지나친 긴장감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을 이겼으니 부담감을 조금은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쿠바의 강타선을 잠재우기 위해선 힘으로 승부하려는 것보다는 철저한 제구력과 코너워크로 승부해야 할 것입니다. 준결승전에서 미국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150km 후반 대에 가까운 강속구도 코너워크가 되지 않고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일어나자 쿠바타자들은 놓치지 않고 때려냈습니다.
한가운데로 몰리거나 밋밋한 변화구도 절대 금물입니다. 또한, 한국의 타자들은 그동안 일관적으로 보여줬던 타자와 주자가 함께 플레이하는 야구를 쿠바전에서도 활용해야 합니다. 주자의 움직임과 견제는 투수들의 투구 패턴을 흩트려 놓을 수 있습니다.
또한, 주자가 루상에 진루했을 시에 나타나는 김경문 감독의 다채로운 작전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야구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할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모든 경기에서 최고의 드라마를 보여준 선수들의 선전입니다.
파란만장하게 이어져온 이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스토리의 엔딩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에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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