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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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Jumper!] 잔머리로 이길 수 없다는 진리는 통했다

기사입력 2008.08.22 18:03 / 기사수정 2008.08.22 18:0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이번 올림픽 야구에서 지속적인 돌출발언으로 한국 팬들의 원성을 샀던 호시노 일본야구대표팀 감독은 일본에서 몇 안 되는 '명장'으로 꼽히는 감독이다.

호시노 감독은 일본야구를 가리켜 '기본'이 잘 되 있는 야구이고 정보 수집력은 세계 최고이며 분석력 역시 따라올 국가가 없다고 자평했다. 정밀한 야구를 통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그는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호시노 감독이 일관적으로 했던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의 의식 속에는 '일본야구의 우월성'이 잠재하고 있었다. 즉, 자신들이 있는 그대로만하면 한국쯤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호시노감독의 머리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위장오더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한국 팀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 일삼았다. 바로 심리전을 자극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보다 공격적으로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국야구가 일본야구에게 번번이 1~2점차이로 무릎을 꿇었던 요인은 일본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와 유인구에 속절없이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국 타자들이 일본 투수의 유인구에 쉽게 속아주지 않았다.

국내 8개 구단의 타격코치들은 그동안 벌어진 일본전을 통해 한국 타자들이 가장 유의할 점은 떨어지는 변화구에 당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선구안은 이른 시간 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지만 코칭스태프들의 철저한 분석과 타자들의 신중함이 어우러져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유인구의 효력을 떨어뜨렸다.

이번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포수 마스크를 쓴 강민호(23, 롯데)는 초반에 긴장을 했던지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또한, 내야 수비진들도 경직된 플레이로 어이없는 실점을 내주었다. 바로 호시노 감독이 노린 점은 이러한 '실책'이었다. 다른 국가의 감독들이 한국 팀의 특정 선수들을 거론하며 기량이 뛰어나다는 발언을 했던 반면, 호시노 감독은 지속적으로 한국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마치 무관심하다는 식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답변을 해왔었다.

그러나 뛰는 자 위에는 나는 자가 있듯 잔머리로 이것저것 건드리려는 호시노와는 달리 한국의 김경문 감독은 끝까지 선수들에게 신중함을 요구했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절대로 상대 팀의 발언과 행동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뛰는 주자와 타격을 하는 타자가 일심동체가 되서 투수를 흔들어 놓아야 한다는 작전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통했다.

8회말 극적으로 터져 나온 이승엽(32, 요미우리)의 투런 홈런은 1루주자였던 이용규(23, 기아)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 투수인 이와세의 투구패턴을 흔들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홈런이었다.

그리고 부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윙 폼이 흐트러져 있었던 이승엽이 병살타와 삼진을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선수를 믿었던 신뢰는 끝내 통렬한 투런 홈런으로 결실을 맺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신뢰,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도 상대방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데 집중을 한 한국 팀이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최선을 다하고 정석적인 플레이로 임한 팀과 꼼수만 노리고 잔머리만 굴린 팀의 대결은 6:2란 스코어로 확연하게 명암이 엇갈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많은 이들이 예상했지만 정교함과 집중력 등에서 앞서 있었던 한국 팀에게 WBC의 악몽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미국과의 마지막 본선경기에서 "쿠바보다 한국이 더 위력적이다. 미국 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언했던 호시노의 이 말이 진담이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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