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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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글리, 럭비공이야 축구공이야

기사입력 2007.06.28 20:54 / 기사수정 2007.06.28 20:54

김경주 기자



한국축구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얘기가 아니고 팬들의 저변, 전문가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엑스포츠뉴스는 축구에 있어 비주류가 될 수 있는 여기자들(김경주, 김민숙, 장지영 기자 순)앞으로 달콤.살벌.미묘한 축구 이야기를 (달.살.미 TALK!)나눠보고자 한다. 남자 중심의 축구문화에 친절한 여기자들이 태클을 건다. [편집자 주]



부산의 에글리 감독이 자진 사퇴의사를 표명했더군.  그것도 기자회견이나 구단의 입을 빌린 것이 아니라, 한 언론사에 스스로 전화를 걸어서. 부산 측은 이러한 감독의 돌출 행동에 -뭐, 물론 돌출행동이 처음은 아니지만-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던데. 처음 올 때부터 온갖 기행으로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까지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어떤 의미로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엔디 에글리. 스위스 출생의 한국 나이로 올해 딱 50세가 된 중년의 감독. 포터필드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내준 자리를 차지한 이 아저씨, 초장부터 참 독특했었지. 훈련 때 보통의 좌석이 아닌 공이 날아가지 못하게 쳐놓은 안전망을 찢고 올라가 선수들의 훈련을 구경하기도 했고, 부산 시내를 배회하다가 축구와 전혀 관계없는 -그리고 그가 그 도시의 프로축구팀 감독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 방송 카메라에 잡혀 축구팬들을 웃기기도 했지. 직접 부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팀 홍보를 하기도 했고, 구단에서 마련해주는 차를 거부하고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수도권 경기장을 찾기도 했어.

이러한 행보에 부산 팬뿐만이 아닌 많은 축구팬이 호감을 드러내며 새 시즌 부산의 축구가 그의 행동만큼이나 신바람나길 바랬지. 하지만, 리그의 반쯤 흐른 지금 그가 직접 그만 두겠다고 나설 정도면, 부산의 성적이 어떤지…짐작이 가지?

뭐, 그렇다고 해서 에글리가 아주 못한 것만은 아냐. 경찰청 출신의 이여성을 주전급으로 키워냈지. 이여성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여러 팀에서 군침을 흘릴 정도로 급성장했지. 다른 건 없나? 잘 모르겠네.  

뭐 하여튼 간에, 에글리 감독이 자진 퇴진을 결정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 그의 지금까지의 행보처럼 즉흥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니면, 정말로 퇴진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언가 팀에 쌓인 불만을 대외적으로 터트려서 해결을 보겠다는 심산이던가. 실제로 미국 전지훈련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부임한 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한 선수를 불러 다른 좋은 팀이 있으면 이적해도 좋다며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표시했어. 

사퇴를 결심하고 있는 감독이, 선수를 불러다 그런 얘기를 했을까?  뭐, 의중은 에글리 감독만이 알겠지.

시즌 중반 팀 리빌딩에 대한 통증은, 어느 팀이나 겪는 것이겠지만 모든 선수를 총괄하고 팀을 꾸려나가는 감독이 갈리는 것은 흔치도 않거니와, 어느 쪽에게도 이득이 되진 않을 거야. 그렇지? 어떻게 되든 간에 부산이, 문제없이 이 일을 잘 해결해서 후기리그엔 예의 그 걸쭉한 부산 축구가 되살아나 주길 바래.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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