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옥빈이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를 통해 '박쥐' 이후 9년 만에 칸국제영화제에 재 입성했다. 칸의 부름을 받을 만한,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함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여성 액션 영화의 길을 열며 국내 공개 후 반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옥빈이 주연으로 나선 '악녀'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극장에서 베일을 벗은 '악녀'는 시작부터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날선 액션으로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김옥빈이 있다. 김옥빈은 '악녀'에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킬러 숙희 역을 맡았다.
숙희는 어린 시절부터 고도의 훈련을 받고 최정예 킬러로 길러진 인물. 조직으로부터 버림 받은 뒤 삶을 위해 국가 비밀 조직의 요원이 돼 이름과 신분 모두 가짜인 삶을 살아간다.
'10년이 지나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믿고 하루 하루를 버텨가지만, 임무 수행 중,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거짓을 마주하며 혼란에 빠져든다.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성 킬러라는 점에서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오프닝에서는 권총, 장검, 단도, 도끼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무기로 만들어 적을 제압해가는 김옥빈의 얼굴을 엿볼 수 있다.
실제 김옥빈은 90%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인 김옥빈은 날렵한 몸으로 액션을 보는 시야를 시원하게 열어준다.
액션은 김옥빈이 연기한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구가 되지만, 숙희 역은 몸을 쓰는 것은 물론 사연 많은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같은 액션이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숙희라는 인물이 가진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애쓴 김옥빈의 노력이 자리했다.
액션과 어우러지는 감성은 극에 균형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킬러 숙희의 얼굴뿐만 아니라 사랑을 꿈꾸는 한 여자로의 얼굴, 연극 배우의 삶을 사는 모습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악녀'를 시작으로 그만이 온전히 완성할 수 있는 '김옥빈표 장르'의 연결을 기대하게 만든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