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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삼국지] 안양 한라 심의식 감독의 '화려한 내일을 위한 출정가' ③

기사입력 2008.07.14 00:40 / 기사수정 2008.07.14 00:40

김경주 기자



PART 3. - 경쟁, 그마저도 즐겨라 

경쟁. 심의식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 중 하나다. 보통 아이스하키는 3개조, 많이 꾸릴 때는 4개조까지 꾸려 경기를 치른다. 골리를 제외하고는 많게는 20명이 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얘긴데, 지난 시즌 안양 한라의 선수는 군 입대 선수였던 송동환, 장종문을 제외하고 총 27명이었다.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그 마음을 누가 이해하지 못할까. 그러나 바라보고 있는 안양 한라의 팬들은 아이스하키라는 거친 운동에 맞지 않는 선수들의 소극적인 팬 서비스는 항상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그런 경쟁 속에서 뛰고 있는 자신을 봐주는 팬들을 배려하라는 것. 그리고 아이스하키를 즐기라는 것. 그것이 세리머니 마저 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심의식 감독의 모토다.   

팀이 워낙 정적이기는 하다

솔직한 얘기로 반칙도 안 보이는데서 하고 해야 되는데, 아, 그런 게 없어. (정말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팀 스피릿도 없고 파이팅도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골 넣으면 선수들이 좋아해야 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안 되겠어. 세리머니 하는 법 좀 가르쳐야지. 골 넣고 기뻐해야 되는데, 골 넣고 나면 넣었나보다. 그러고 있단 말이야. 팬들한테도 그러는 게 아닌데, 골 넣고 나서 작은 제스처라도 해주면 그 걸로도 좋아한단 말이지. 안 그래? 그것 하나만으로 링크장 분위기가 올라간다는 걸 모르고 있어. 세리머니 한 번 제대로 해주면 관중도 흥이 나잖아. 그럼 더 열심히 응원할 거고, 그럼 더 열심히 뛰게 되잖아. 뭐가 창피한 건지.

세리머니도 따로 훈련 시켜야겠다

아니, 진짜 간단하게 거수경례만 딱딱 해줘도 되는데. 나 선수 시절에는 골 넣고 구단주님한테 가서 경례한 적도 있고, 절한 적도 있어. (절까지?) 아, 그때가 아마 설이었나, 추석이었나, 아마 신정인가 그랬을 거야. 신정 지난 지 한 3일 정도 후에 경기가 있었거든. 동원이랑. 골 딱 넣고 그 앞에 가서 넙죽 절 드렸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세뱃돈은 받았나?) 받았나? 못 받았나? 아, 우승하고 받았다.

우리 배코치도 세리머니 많이 했어. 우리 때는 골 넣고 진짜 좋아했는데 애들은 요즘 골 넣고 시무룩해. (골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 것 아닌가) 어유, 그런 게 어디 있어. 골은 좋아. 마냥 좋아. 좋으면 좋다고 표현을 해야 되는데 표현을 안 해. 오늘 미니 게임 할 때 골 넣고 세리머니 안 하면 스케이팅시킨다고 해야겠다. 팬서비스를 해야 되는데 그걸 안 해.

얼마 전 빙상 운동 때 선수들과 함께 미니 게임을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은퇴한 선수가 현역 선수들과 비슷하게 뛰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는데, 몸 관리 비법이 따로 있나

트레이너 선생님이 오셔서 짜 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사실 지금 선수들은 이 더위에 지상 운동에 웨이트에 빙상 운동까지 하니까 아주 죽을 맛이라 다들 투덜대는데, 지금 좀 힘들고 시즌 때 편한 게 낫지. 지금 편하고 시즌 때 힘든 게 낫겠어?

할 때와 시키는 현재가 다른가

다르지. 할 때는 하기 싫었지. 당연히, 지금은 왜 안 하나 싶어. 지네들 좋아하라고 하는 건데. 그래도 난할 때도 궁시렁 궁시렁 거려도 열심히 하긴 했어. (웃음)

선수 시절과 감독 시절이 많이 다른가

와, 그 땐 몰랐는데 선수는 얼마나 편한지 몰라.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고, 열심히만 하고 그러면 티가 나고 그렇잖아? 감독은 선수들 전체적인 컨디션도 신경 써야하고 외국인 선수 영입이라던가, 조 구성에도 신경 써야하고. 복잡해.(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신경 써야 되니까,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없지. 어휴, 새치 생기겠어. 아마 지금 내 머릿속에서 흰머리가 생성되고 있을 거야. 아, 나 새치 안 나는 사람인데.(웃음)

선배로서, 그리고 한 팀의 감독으로서 지금 선수들에게 충고를 해준다면

다들 지금 머릿속에는 조에 속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어. 너무 그것에 집착하는 거 같아. 그러지 말고 자기가 진짜 잘해서 1조에 들어가면 또 못 들어가는 사람도 있을 거란 말이야. 못 들어가는 사람이 자기가 될 수도 있고.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지금 운동하는 애들 다 자기가 진짜 아이스하키를 좋아해서 하는 거 아냐.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도 좋아하니까 계속 직업으로까지 하고 있는 거고. 할 때만큼은 진짜 최선을 다해서 해줬으면 좋겠어. 진짜 실력이 있는 선수라도 마지못해 운동을 하는 거랑 좋아서 하는 거랑 차이가 크거든.

발전할 수 있는 기량도 차이가 커져. 너무 승리나 조 진입에 매여 있지 말고, 안 좋아했으면 아이스하키 시작했겠어? 스포츠라는 게 전승이 어디 있어. 백전백승은 말이 안 되잖아. 승부에 일일이 연연하지 말고, 조에 연연하지 말고. 말 그대로 즐겼으면 좋겠어. 좋아하는 거니까. 즐기다 보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겠어? 하는 만큼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

얼음판에 들어오면 얼음, 그러니까 아이스하키만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고 그랬으면 좋겠지.

올 시즌 첫 목표는

무슨 목표? (감독으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과정이니까 첫 단추를 잘 끼워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지. 선수 생활하면서 우승이라는 걸 많이 해봤는데, 감독으로서도 해봐야 되지 않겠어? 욕심이 생기지. 우승이 얼마나 좋은 건데. (아시아리그는 우승 경험이 없다.) 그렇지. 아쉽긴 하다. 내가 한창 현역일 때 아시아리그가 생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더라. 적응은 잘했을까. 내 플레이가 통했을까. 이런 생각은 있다.

배코치랑 잘 해서 한 게임 한 게임 하다 보면 우승이라는 큰 목표에도 다가설 수 있지 않겠나. 목표는 우승인데 매일 지면 그 목표에 다가갈 수 없는 것 아닌가. 일단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목표고, 그 목표가 이뤄지면 우승이라는 큰 목표도 이룰 수 있겠지. 아, 이런 어려운 질문 하지 마라.(웃음)

그럼 '아이스하키人' 심의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글쎄. 나중에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업팀이 아니라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아서 지도자로서 목표라고나 할까. 그 팀까지 맡을 수 있다면 좋겠지. 맡아서 대표팀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고 화려하게 은퇴하는 것. 현역 시절처럼 말이야. 그게 마지막 목표지. (끝)

지금 스포츠계에는 스타 출신 감독이 많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감독은 손에 꼽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감독 자리에 발을 들인 심의식에게도 기대와 우려가 반반씩 섞인 시선이 교차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느 스타 감독이 그랬듯 현역 시절처럼 화려한 시절을, 그리고 화려한 마지막을 꿈꾸는 감독 초년생 심의식.

그런 화려한 마지막에 대한 그의 바람이 마냥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묻어나왔던 여유와 긍정, 그리고 스스로 주어진 일을 즐기는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 아닐까?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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