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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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FC 서울, 흥분을 다스려야 한다

기사입력 2008.06.30 07:15 / 기사수정 2008.06.30 07:15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어느 스포츠이건 양 팀 선수들 간의 집단 충돌은 격렬한 경기가 이어지던 중의 돌출행동이나 도발행위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아이파크와 FC서울의 K-리그 12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했던 경기 분위기는 부산의 선제골이 들어가면서 과열되기 시작했다. 이청용(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종종 부산 수비수들과 말다툼을 하거나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정성훈(부산)은 김치곤(서울)과 뒤엉킨 상태에서 일어날 때 심판이 안 보는 사이 김치곤의 얼굴을 짓누르며 일어나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 김유진(부산)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핸드볼 파울이 될 수 있는 장면을 연출됐고, 부산 선수들은 자주 경기장에 누워서 시간을 지연하려 했다. 이러면서 부산은 경고를 3장이나 받았고 서울 역시 거친 몸싸움과 태클로 김진규(서울)가 경고를 받았다.

시한폭탄 같던 상황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경기 막판 서울이 극적인 역전에 성공한 직후, 부산 김태영에게 이청용의 깊은 태클이 들어갔다. 이에 홍성요(부산)가 이청용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었고 데얀(서울) 등 다른 선수들까지 합세하면서 두 팀 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청용은 과연 경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역전을 당해 흥분한 상대에게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태클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올 시즌 들어서 기량이 더욱 발전하며 대표팀과 소속팀에서도 주요선수로 떠오르고 있는 이청용은 혈기에 치우치지 않고 좀 더 성숙한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유망주 10대 선수가 아니며 팀을 이끌 에이스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청용은 이날 받은 레드카드로 향후 리그 2경기에 결장을 하게 된다. 선두 수원을 추격하고 성남, 포항과 격렬한 2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마당에 엄청난 손실이다.

올 시즌 서울 선수들이 흥분을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비슷한 장면이 4월 수원삼성과의 두 경기에서도 있었다. 이때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컵대회 2라운드에서 0-2로 승패가 갈린 후반 막판, 수원의 송종국이 이상협의 깊은 태클을 피하고 떨어지면서 이상협을 밟았고 이에 멀리 있던 김한윤이 달려와 송종국을 밀치면서 큰 몸싸움으로 번졌다. 열흘 뒤 열린 수원과의 리그 5라운드에서도 0-2로 뒤지던 후반 막판 김진규는 아디와 서동현의 몸싸움 과정에 개입해 '말리는 듯' 서동현의 목을 잡아채면서 자칫 양 팀 간의 큰 몸싸움으로 번질 뻔한 장면을 연출했다.

서울의 최대 약점은 '흥분'

FC서울은 좋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 가진 능력만큼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조직력과 팀 케미스트리, 중원의 리더 부재 등을 꼽는 이들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흥분'이다.

서울 선수들은 다른 팀에 비해 유난히 경기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수원, 성남, 포항(단, 조성환을 빼고) 등의 상위권 팀들과 비교하더라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을용, 이청용, 김진규, 김한윤, 이상협 등은 이전 경기에서도 여러 차례 상대 선수와 충돌하거나 심판에게 항의하는 등 지나치게 흥분하여 경기의 맥을 끊고 팀 사기를 꺾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장인 이을용과 고참인 김한윤, 수비의 리더로 서야할 김진규는 절대적으로 그들의 흥분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팀 내 고참급 선수들이 자주 '과열'된 모습을 보이자 어린 선수들까지 종종 자제를 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나친 흥분은 제 기량을 발휘될 수 없게 하고 경기를 그르치게 한다. 

이들이 만약 퇴장이라도 당하게 되면? 현재 경기는 물론이고 이후의 일정에도 지장을 준다. 김진규는 이미 시즌 초에 그런 상황을 겪었고, 리그 11경기를 치른 현재 벌써 경고 4장, 퇴장 1장을 받았다. 앞서 말한 대로 팀 공격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청용 역시 포항과 울산 같은 강팀들과의 리그경기에 결장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런 모습들은 축구장을 찾는 팬들이나 어린이 관객들에게도 좋지 못한 모습이다. 팀 마케팅 측면에서도 수십 가지 팬서비스보다는 선수들의 페어플레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 팬들은 경기장에 축구를 보러 오는 것이지, 싸움을 보러 오는 게 아니다.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2군 선수들을 출전시킨 제주와의 컵대회, 최악의 플레이를 펼치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FA컵 고양KB와의 경기, 얼마 전 1:2로 패배한 경남FC와의 홈경기에 이어 이 날 경기에서도 '정신 차려 서울!'을 외쳤다. 아마 일반석에서 지켜보던 서울팬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런 비판은 경기력 그 자체에서도 비롯되기도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며 자주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서울은 올 시즌 들어서만 벌써 3번의 몸싸움을 벌였고 모두 홈경기였다. 거기에다 이날 부산과의 경기는 어린이 회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동반해 치러진 경기였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어린이 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과연 좋을까? 이날 기자석이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에게 꼬마 서울팬 서너 명이 다가와 건넨 질문은 FC서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기요 아저씨, 왜 서울은 맨날 싸워요?'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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