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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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팀 '투톱의 가능성'

기사입력 2008.06.23 09:06 / 기사수정 2008.06.23 09:06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경기 시작 1시간 전 발표되는 출전 선수 명단. 이전에 치러진 월드컵 3차 예선 5경기에서 '개근'했던 박주영, 오범석, 김남일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최효진, 오장은, 김정우 등 그동안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던 선수들이 많이 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안정환과 고기구.

허정무호 출범 이후 박주영이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면서 안정환과 고기구는 주로 교체 선수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각각 스리톱의 한 축씩을 담당하면서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고기구, 원톱의 새로운 대안?

고기구는 조재진과 더불어 대한민국 공격수 중 가장 좋은 제공권 능력을 자랑하는 장신 스트라이커다. 북한전을 앞둔 훈련에서는 안정환-고기구 투톱 체제가 가동되며 가능성을 실험 받기도 했지만, 이날은 기존의 스리톱으로 공격진이 구성되면서 고기구가 원톱, 안정환과 이청용이 양쪽 날개로 출전하였다.

고기구는 이날 전반 내내 187cm의 월등한 장신을 앞세워 제공권을 장악했다. 정확성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공중볼을 끊임없이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면서 세컨드 볼에 의한 공격 찬스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했다. 좀 더 정확한 연결만 이루어낸다면 어제와 같은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인 공격 루트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에 체력적 문제를 드러내며 자주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플레이에 섬세함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북한전에서 고기구는 최근 일고 있는 대표팀 원톱의 대안으로서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가 대표팀에 하나의 공격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은 고무적이었다. 

윙포워드로의 변신, 안정환

안정환은 이날 왼쪽 윙포워드로 뛰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주로 원톱 스트라이커나 처진 공격수 역할을 맡아왔던 그에게는 생소한 포지션이었다. 박지성, 설기현 등 윙포워드 자원이 모두 컨디션 난조로 빠졌고 이근호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데 따른 허정무 감독의 대안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의 첫 정식 경기 출전이었지만 안정환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활동 반경을 보여주면서 썩 괜찮은 움직임을 보였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주거나 특유의 반 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부지런히 위협하기도 했다. 후반 13분 박주영과 교체되어 나갈 때까지 안정환의 플레이는 합격점을 줄만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허정무 감독은 ‘윙포워드’ 안정환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맡은 바 역할을 잘 담당해냈다는 짧은 평을 남겼다.

투톱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이날 대표팀의 공격 전형은 스리톱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오른쪽 날개인 이청용이 비교적 약간 처진 미드필더 위치에서 주로 움직였고, 안정환과 고기구는 자주 투톱 형태를 이루며 공격에 나섰다. 고기구가 공중볼을 헤딩하여 안정환에게 세컨드 볼 찬스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공간을 파고드는 1:1 패스를 주고받는 등의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안정환과 교체되어 들어온 박주영도 최전방과 미드필더 라인을 오가면서 쳐진 스트라이커로서 원톱 고기구나 2선에서 침투하는 김두현에게 적절한 어시스트를 찔러 주기도 했다.

후반 35분 이근호는 처음엔 고기구와 교체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오장은과 교체가 되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대표팀의 공격진은 고기구와 박주영의 투톱으로 재편되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둘이 함께 특별히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전방에서 둘의 조합이 상대 수비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근호와 이청용도 양쪽 미드필더 라인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 공격진은 득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조재진, 고기구 등 제공권이 좋은 장신 스트라이커와 안정환이나 박주영같이 2선 침투가 능하고 어시스트 능력과 골 결정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짝을 지어 투톱을 형성하는 것이 대표팀의 공격 옵션을 다양하게 해주고, 전력을 극대화할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제2, 제3의 찬스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두고 전술적 노력과 훈련을 병행할 것을 내비쳤다. 북한전을 보면서 이러한 노력에 투톱 시스템의 채용이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대표팀이 9월에 있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공격루트의 다변화와 공격진 전력의 극대화를 일궈내어 경쟁자들을 제치고 남아공 월드컵 티켓을 거머쥘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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