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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伊-佛, '살아남기' 혹은 '동반추락'

기사입력 2008.06.17 11:39 / 기사수정 2008.06.17 11:39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대회 개막전 '유로 2008 최고의 빅매치', '미리 보는 결승전' 등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주목을 받았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조별리그 3차전은 너무나 초라하고 위태로운 상태에서 치러지게 됐다. 

두 팀 모두 주전들이 부상으로 빠져있거나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정상 전력이 아닌데다 네덜란드에겐 각각 0-3, 1-4로 난타를 당했다. 강팀이지만 죽음의 조에선 상대적 약체로 꼽히던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도 혼쭐이 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맞대결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두 팀 모두 집으로 돌아가 남은 유로 2008을 TV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조별리그 1위 쟁탈전으로 치러질 줄 알았던 경기가 탈꼴찌 쟁탈전으로 치러지게 된 것이다.

내가 이겨도 이긴 게 아니야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승점은 각각 1점. 네덜란드가 승점 6점으로 이미 8강 진출을 확정 지었고 루마니아가 승점 2점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두 팀 중 어느 한 팀이 승리한다 해도 루마니아가 네덜란드를 이긴다면 8강 진출의 꿈은 사라진다.

현재 네덜란드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루마니아의 승리가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A조 마지막 경기에서 8강 진출이 확정되었던 포르투갈이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등 핵심 전력을 빼면서 스위스에 0-2 패배를 당했던 것만 보더라도 루마니아가 네덜란드를 잡을 확률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따라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승리를 거두더라도 전광판의 타구장 소식을 쳐다봐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그러나 승리하지 않으면 이러한 일말의 희망을 갖기도 어렵다. 양 팀은 결승전에 임하는 자세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동반추락의 가능성




만약 비기게 된다면? 일단 프랑스는 무조건 탈락이다. 루마니아가 네덜란드에 지더라도 승점 2점으로 세 팀이 동률이 된다. 이때 대회 규정상 세 팀 간의 전적, 득실차, 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프랑스는 몇 골을 넣고 비기더라도 루마니아를 상대로 한 골을 넣었던 이탈리아에 뒤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루마니아가 진 상황에서 한 골이라도 넣으면서 프랑스에 비기면 8강에 진출한다. 만약 0:0으로 비겼을 경우에는 루마니아가 네덜란드에 두 골 차 이하의 패배를 당하거나 한 골이라도 넣으면서 세 골 차 패배를 당하면 조별리그 득실차에서 앞선 루마니아가 8강에 올라간다. 그러나 만약 네 골 차 이상의 패배를 당하면 이탈리아가 올라간다.

만약 이탈리아가 0-0으로 비기고 루마니아가 0-3으로 진다면? 이때도 이탈리아가 올라간다. 이탈리아가 2006 월드컵 예선과 유로 2008 예선 성적에 따라 부여되는 평점이 루마니아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루마니아가 졌을 때 얘기다. 만약 비겼는데 루마니아가 비기거나 이기면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공항 면세점에 들러야 할 것이다. 여러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조별리그 동반탈락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자존심 싸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치르는 경기이지만, 이 경기의 승패는 8강 진출 여부는 물론이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 유로 2000 결승전과 2006 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2000년에는 프랑스가, 2006년에는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또 다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상대를 꺾고 살아남는 자가 2000년대 맞대결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8강에서 살아남는 것은 둘 만의 라이벌 의식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8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유로2004에 이어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월드 챔피언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또한 '유럽 대륙에서 열린 대회에선 별 볼일 없는 팀'이란 꼬리표도 떼어낼 기회를 놓친다.

프랑스로서도 지네딘 지단이 없는 가운데 펼쳐진 첫 번째 메이저대회에서 비참하게 실패를 맛본다면, 이후 세대교체의 진통을 격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플라티니 은퇴 이후 찾아왔던 대표팀의 부진이 다시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들의 운명이 극과 극으로 갈라질지, 아니면 함께 추락을 맛볼지는 내일 새벽에 판가름날 것이다.

[사진= 이탈리아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위)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아래) (C) 유로 2008 공식홈페이지]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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