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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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의 세 가지 실책

기사입력 2008.06.03 13:21 / 기사수정 2008.06.03 13:21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1. 박주영의 코너킥을 이청용이 슬라이딩 헤딩으로 박지성에게 연결해서 첫 골을 만들었다.     
박주영 이청용 박지성 등 신 구 대표팀 킬러들의 연결로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2. 후반 킥오프 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조원희가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페널티 킥을 얻었다.     
조원희가 얻은 페널티 킥을 박주영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2-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이 만들어낸 두 골은 세트피스 상황과 상대의 실책에 의해서 얻은 골이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안정환과 데뷔전을 치른 이청용의 활약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골 자체는 대표팀의 공격 전술에 의해서 만들어 낸 골이 아닌 것이다. 선수들 간의 약속된 플레이로 요르단의 밀집 수비를 뚫어낸 것도 아니고, 전반 초반부터 중반까지 맹공을 퍼부었음에도 위협적인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측면공격수들이 올린 크로스는 중앙으로 쇄도하던 공격수와의 호흡 불일치로 멀찌감치 날아갔고, 그런 장면은 코너킥 장면에서도 많았다. 남은 3연전 중에서 두 경기를 원정경기로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런 상황은 문제이지만,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요르단과 바로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경기다.

게다가 홈에서 맞붙게 될 북한은 비록 제3국에서 경기를 벌이기는 했지만 해외파들이 총동원돼서 치른 경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남은 경기에서 상대 밀집수비를 공격 전술로 뚫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남은 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두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 간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결과는?

박지성을 좌측에 이청용을 우측에 놓고 박주영이 중앙에 서고 그 뒤를 안정환이 받치는 형태의 공격 전술을 선보인 대표팀은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보여줬다. 박주영이 측면으로 짜지면 안정환과 이청용이 중앙으로 들어가고 박지성이 뒤를 받치는 등 우측면 공격수가 수시로 바뀌는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였다.

그러나 활발하기만 했을 뿐 효율성은 매우 떨어진 플레이였다. 팀 공격진 중 큰 키를 이용해 제공권을 장악할 공격수가 없음 애도 측면에서는 크로스가 올라왔고, 2선으로 흐른 볼은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몇몇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골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격 전술이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2-0상황에서 김두현이 골을 놓쳐서 넘어간 흐름?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두현의 헤딩슛이 빗나간 뒤 수비를 두텁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 후회스럽다"라고 밝혔다. 김두현의 헤딩슛이 빗나갔어도 2-0으로 이기고 있었고, 경기는 홈경기로 치러지고 있었다.

감독 본인이 흐름과 경기 분위기에 대해서 상당히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5만 3천여 명이 들어찬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요르단은 2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밀집 수비를 그만두지 않고 있었다.

요르단 감독조차도 '2-0 상황에서 우리는 경기를 포기하고 있었다.'라고 밝혔을 정도였다. 김남일의 체력 안배를 위해 조용형과 교체시켰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 전반전에도 요르단의 기습적인 역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김남일-조원희 콤비가 먼저 차단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포백 수비라인의 수비수들과 같이 협력해서 막아냈다. 쫓기는 상황에서 팀의 전체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수비 라인을 지휘하던 김남일을 교체시켰다는 것은 용병술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운재 사면요청…실점이 모두 골키퍼 탓?

축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모습도 현대 축구로 넘어오면서 점차 불가능해졌다. 하물며,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현 최강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 을 데리고 와도 수비수들의 도움 없이는 무실점을 만들어 낼 수 없는 포지션이다.

대표팀이 실점한 두 골은 모두 골키퍼 혼자만의 잘못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을 이끌어야 할 수장이 ‘골키퍼에 문제가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실점이다.’라고 하는 것은 특정 선수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게다가 징계로 인해서 올해 11월이나 되어야 A매치 출전할 수 있는 이운재를 사면을 요청한다느니 하는 것은 팀의 사기에도 큰 문제가 있다. 분명히 이운재는 잘못을 했고, 그 잘못에 대한 대가로 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운재를 사면해 준다면 현재 징계중인 한국의 모든 선수를 징계 해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김용대 골키퍼는 약관의 나이에 차세대 대표팀 수문장으로 꼽혔으나 김병지-이운재에 빛이 가려 후 2002년 월드컵 때는 세 번째 골키퍼마저 최은성에게 내주는 등, 더 성장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몇 시즌을 보내다가 지난해 성남으로 이적하고 나서야 자리를 잡았다.

모든 포지션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독 골키퍼만큼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골키퍼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경험이라는 것이 가만히 있으면 생기는 것이란 말인가? 또 그렇다 하더라도 2002년 약관의 나이부터 2006년 스페인의 골문을 책임진 카시야스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이제는 골키퍼도 새로운 얼굴을 찾아서 주전을 '확실히'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실점 상황이 팀 전체에 문제가 있음에도 골키퍼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원래는 정성룡을 쓰려고 했는데 부상을 당해서 못썼다.’라는 발언 또한 하나도 득 될 것이 없는 발언이었다.

선수 관리 능력에서 문제를 드러낸 허정무 감독이 남은 3경기에서 어떤 식의 경기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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