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03 11:32 / 기사수정 2008.06.03 11:3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남자배구 최종예선전이 지난 5월 31일 개막돼 예선전에 참가한 8개국의 팀들이 모두 두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2패를 기록 중입니다. 물론 초반부터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 중, 강팀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전에서 얻은 결과지만 당초 아르헨티나 전은 우리가 반드시 잡았어야 하는 경기였고 몇 개의 범실만 줄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아무튼, 2패를 기록한 건 당초의 계획을 생각했을 때 그리 좋지 못한 출발입니다. 이제 문제는 무조건 남은 다섯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가 전승 우승하던지, 아니면 현재 가장 탄탄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는 호주가 전승으로 우승해 한국이 아시아 1위 티켓을 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국의 베이징행이 가능해 집니다.
이제 3일 오후 6시부터 벌어질 한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치른 두 경기만 놓고 양 팀을 평가한다면 일본의 전력이 더 위협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은 한국이 0-3으로 패한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거의 다 이겼던 대어를 놓치면서 2-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특히 4세트에서는 일본이 24-17로 앞서있었는데 여기서 극적으로 뒤집혔으니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난 셈이지요.
그 다음날에 벌어진 경기에서는 3-1로 비교적 손쉽게 중동의 강호인 이란을 물리쳤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중요한 한일전인데 서브의 강도와 수비 조직력, 그리고 세터의 빠른 토스웍과 양 날개와 중앙의 공격력 등 모든 부분에서 현재까지는 일본이 앞서있습니다.
일본은 아테네올림픽 진출이 무산되면서 여자배구에 대한 투자만큼 남자배구도 반드시 베이징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집중적이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 일본대표팀 감독인 우에타 다쓰야 감독이 있었습니다.
우에타 감독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일본국가대표의 주장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주장으로 활약하던 시절엔 강한 리더십을 가진 주장으로 인정받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 우에타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시절에 리더십이 뛰어난 주장으로 평가받았던 우에타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인정받아 일본국가대표 감독으로 임명됩니다.
우에타 감독이 국가대표를 맡은 초기시절엔 일본대표팀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한국과의 시합에서도 번번이 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팀의 조직력 역시 어정쩡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배구협회는 지속적으로 우에타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고 '일본의 배구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분석력과 전술체계를 가진 감독'이라고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또한, 2008 베이징올림픽예선전을 최종적인 목표로 두고 일본배구협회와 우에타감독은 집중적으로 일본대표팀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에타 감독은 자국내 존재하는 실업팀 감독과 국가대표 감독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며 세계배구계의 흐름을 읽기 위해 배구 강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배구를 직접 체험한 우에타 감독은 동양권선수들이 세계의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려면 무조건 그들의 리시브를 흔들어 놓을 강서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본대표팀 선수들에게 이 점을 꾸준하게 지적하고 항상 강서브 훈련에 매진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일본 대표팀의 주포인 이시지마 '고츠' 유스케는 우에타 감독의 지도를 받아 강하면서도 볼 끝이 흔들리는 서브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대표팀에서 가장 파괴력 넘치는 서브를 구사하는 코시카와 유우도 강 서브의 중요성을 대표팀을 통해 많이 깨닫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우에타 감독은 노장인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 야마모토 다키히로의 뒤를 이를 대학생 선수인 시미즈 구니히로에게도 서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선수가 되려면 일본 내에 있는 선수들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선수들을 목표로 두고 그 선수들에게서 빠짐없이 배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시미즈가 교과서로 삼고 있는 선수는 바로 세계최고의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인 안드레(브라질)입니다. 시미즈는 안드레가 활약하는 비디오를 꾸준하게 보면서 볼을 때려내는 다양한 타이밍과 손목과 어깨를 쓰는 테크닉, 그리고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스스로 연구하고 우에타 감독과 상의해가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크기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에타 감독은 동양권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블로킹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 일본국가대표 미들블로커 들 중, 가장 뛰어난 블로킹 감각을 지녔었던 오다케 히데유키를 코치로 선임해서 미들블로커들을 포함한 전 선수들에게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블로킹 연습을 철저하게 시켰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모든 세터들의 토스가 점점 빨라지고 단순한 오픈 공격이 사라져가는 점에 유의한 우에타 감독은 일본대표팀의 주전세터 우사미에게 무조건 빠른 토스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빠른 토스는 단순한 오픈 공격을 C퀵 공격이나 시간차로 탈바꿈시킵니다. 최근 국제경기를 보면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오픈 공격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공격의 파워와 높이가 떨어지는 일본이 경쟁력 있는 공격력을 갖추려면 무조건 그들보다 몇 초는 더 빨라야 한다는 것을 우에타 감독은 크게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남자배구는 물론 여자배구도 주창한 것이 바로 '1초 배구'입니다.
1초라는 눈 깜짝할 시간에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공격력은 이제 여자대표팀뿐만이 아니라 남자대표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우에타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모든 목표를 맞춰놓으면서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대표팀을 성장시켰습니다. 이러한 데에는 일본배구협회의 아낌없는 지원과 우에타 감독에 대한 ‘신뢰’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반해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류중탁 감독을 살펴보면 지도자로서 검증된 부분이 없는 감독입니다. 비록 류감독이 대표팀을 맡기 전, 실업팀 코치와 명지대의 감독을 역임했던 경력이 있지만 어느 팀에서도 뚜렷한 실적과 성과는 없었습니다.
어느새 한국국가대표팀 감독은 서로 기피하는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국가대표란 것은 일반적인 프로팀과는 다르게 장기적인 컨셉을 두고 꾸준하게 성장시켜야 합니다. 또한, 유망주들에 대한 발굴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며 세계적인 배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에 대한 정보습득과 연구, 그리고 대표팀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것은 이루어놓지 않은 상태로 국제대회가 임박해 오면 선수들을 부랴부랴 소집해서 감독에게 맡겨놓고 좋은 성적을 내라고 하면 아무리 명장이라 할지라도 좋은 성적을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대표팀 감독의 여건을 알고 있으니 대표팀 지도자들을 뽑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겨우겨우 찾아낸 감독들도 명장일 가능성이 작습니다.
국가대표 감독은 모든 부분에서 검증받은 지도자여야 하며 무엇보다 국제배구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흐름을 꿰뚫는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국내 프로배구감독보다 더 부지런하고 뛰어난 실력이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바로 국가대표 감독입니다.
애석하게도 류중탁 감독은 코치시절과 명지대 감독 시절에도 확실하게 검증된 부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대회 지도력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남자대표팀이 여자대표팀에 비해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잘 이루어져 나름대로 최상의 팀을 구성했다고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 올림픽예선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국가대표팀은 국내 프로팀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자리에 앉게 되는 감독은 누구든 인정할 수 있고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이 앉을 자리입니다.
일본남자팀이 이렇게 강팀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래전부터 꾸준한 기획력에 의해 성장해왔고 우에타 감독이란 유망한 지도자의 땀과 눈물이 있어서였습니다. 이제 3일에 벌어질 한일전은 코트 안에서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벤치의 코칭스태프들과 전략분석원들의 치밀한 두뇌싸움과 정보력 싸움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코칭스태프들과 정보력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월등한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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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조영준의 클로즈 업 V. 배구전문기자 조영준 기자가 전하는 흥미진진한 배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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